[더인디고=박관찬 기자] 도진기 작가의 소설 <애니>는 인공지능(AI)을 소재로 하고 있다. 그것도 인간의 지시에 순종적인 인공지능이 아닌, 인공지능이 인간을 통해 자아를 얻으려고 하는, 그야말로 ‘인공지능의 반란’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인간의 유한한 인생을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영생을 누리고자 했던 연구에서 오히려 인공지능이 ‘자아’를 얻기 위해 인간을 말살하려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현재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지를 깨우치게 한다.
이 소설을 읽으며 문득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장애인이 비장애인으로 되는 삶’을 생각했다. 영화 “업그레이드(2018)”는 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주인공이 최첨단 두뇌 ‘스템’을 통해 전신마비에서 비장애인과 같은 몸이 된다. 또 한 커뮤니티에서 휠체어를 이용하는 A 씨가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휠체어에서 일어서는 영상을 업로드한 걸 본 적이 있다. 이를 두고 A 씨는 “일어설 수 있다”고 표현했으며, 그의 가족도 감격해하며 꼭 그렇게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소설에서처럼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영생을 추구하는 연구까지 생각하는 마당에 장애인이 비장애인으로 되는 표현은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표현의 자유’는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될 수 있고, 또 장애인이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비장애인으로 되는 삶을 (온라인상에서라도) 그려봄으로써 대리만족을 느낄 수도 있다.
눈과 귀에 장애가 있는 기자도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멋있게 전화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그려본 적이 있다. 휴대전화를 단 한 번도 귀에 대본 적이 없던 현재의 삶에서 벗어나 어디에서든지 자연스럽게 전화를 받는다. 지하철과 같은 공공장소에서는 어느 정도의 목소리 톤을 유지하며 전화를 받아야 되는지 알고 작은 목소리로 통화를 한다. 현실에서는 어려운 일이지만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가능한 그림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소설 <애니>의 주인공처럼 인공지능을 활용한 영생이 인공지능과 연결된 ‘꿈’을 통해 가능해지더라도, 현실과의 괴리에서 혼란을 겪는 걸 보며 또 다른 고민하게 된다. 인공지능의 활용은 과연 어디까지가 적정선일까. 정해진 답은 없지만, 너무 집착하거나 잘못 활용했다가는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과정과 결과가 어떻든 인공지능은 우리의 삶에 빠르게 그리고 깊이 자리잡아가고 있다. 그만큼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기 위한 교육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는데, 장애인의 접근성을 원활하게 보장하고 장애인이 효과적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교육도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긴 추석 연휴기간에 장애인의 이동권과 관련한 기사를 쓰기 위해 챗지피티에게 기차 안에 탄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달라고 했는데, 완성된 그림을 보고 웃음이 나왔다. 우리나라 기차는 좌석이 한 칸 또는 두 칸씩 세팅되어 있는데, 완성된 그림 속의 기차 내부는 좌석이 세 칸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해당 그림을 시각장애인이 알 수 있도록 설명해달라고 했을 때, 챗지피티가 설명해준 내용에는 기차가 세 칸의 좌석으로 되어 있다는 사실은 빠져 있었다. 우리나라의 기차를 타본 시각장애인이라면 당연히 한 칸 내지 두 칸으로 된 기차 내부를 생각했을 것이다.
한 칸 또는 두 칸으로 된 좌석의 기차 내부를 그리도록 정확하게 지시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챗지피티가 설명하는 그림의 내용은 시각장애인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기차에 탄 사람 중에 외국인도 있는데 그에 대한 설명도 없고, 사람들이 입은 옷 색깔이나 명절 분위기가 어디에서 나는지 등에 대한 설명도 충분하지 않다.
어떤 이미지로 된 문서의 내용을 확인해야 했는데 해당 이미지가 너무 흐려서 잘 보이지 않자 챗지피티에게 어떤 내용인지 알려 달라고 했다. 이미지의 내용이 텍스트로 전달된 것 받아서 읽으면서 참 편하다고 느꼈다. 저시력 시각장애인에게는 이런 경우에서만큼은 분명히 큰 인공지능의 존재가 도움이 될 수 있다.
키오스크가 많은 비장애인들에게 편리함을 줄 수 있어도 여전히 장애인에게는 불편한 존재가 될 수 있듯이, 인공지능도 분명히 좋은 점은 있지만 장애인에게는 불편한 점이 있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우리의 삶에 자리잡더라도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이 안전하게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는 환경 구축이 필요하다. 또 장애인의 인공지능 활용이 장애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필요할 것이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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