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윤선의 무장애 여행] 춘천은 가을에도 봄, 그리고 킹 카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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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암호 풍경ⓒ전윤선
▲의암호 풍경ⓒ전윤선
더인디고 전윤선 집필위원
▲더인디고 전윤선 집필위원

[더인디고=전윤선 집필위원] 오랜만에 춘천으로 향했다. 춘천에 새로 개통된 출렁다리를 보고 캉카누도 타기로 했다. 오전 열 시 춘천 스카이워크에서 친구들과 만나 아점부터 먹고 여행을 시작하기로 했다. 스카이워크 앞쪽에는 휠체어 탄 여행객도 접근 가능한 식당이 여러 곳 있어 골라 먹을 수 있다. 이른 시간이라 장사를 준비하는 식당도 있고 손님맞이 준비를 끝낸 곳도 있다. 그중에 한곳을 골라 들어가 자리를 잡는데 주인 할아버지가 의자를 빼주며 휠체어 공간을 만들어 준다. 사장님은 친절했고 40년 넘게 전통이 있는 식당이라며 자랑을 늘어놓는다. 닭갈비와 막국수를 주문했다. 춘천에 왔으니 닭갈비를 먹어야 춘천 여행이지. 배가 고파서인지 맛도 괜찮다. 닭갈비가 바닥이 날 때쯤 볶음밥을 주문했다. 볶음밥은 국룰이다. 밥 두 공기를 볶아 누룽지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박박 긁어 먹으면 그 맛은 세계인이 반하는 K-푸드의 위상이다.

휠체어 탄 친구들과 함께 다니면 식당 접근이 가장 고민이다. 공간이 좁아 못 들어가거나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고 거절당하기 일 쑤다. 충분한 공간이 있어 비집고 들어가도 따가운 눈총을 피할 수 없어 불편한 마음으로 끼니를 때울 때도 있다. 내 돈 내 산에 눈칫밥까지 먹으니 때로는 채하기도 한다. 멋지게 넘어가려 마음 근육을 튼튼하게 키우고 유지하지만 거절당할 때는 마음이 무너진다.

얼마 전 전동휠체어 탄 친구와 문턱 없는 식당을 찾아 들어가 자리를 잡으려 했다. “그렇게 큰 휠체어 두 대가 들어오면 다른 손님들한테 방해되니까 그냥 나가주세요, 밥 안 팔아요.” 갑자기 주인장이 인상을 쓰며 언성을 높인다. “빈자리가 이렇게 많은데 왜 나가라고 해요, 누가 공자로 먹겠대요. 나도 언성 높이며 따졌다. 주인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밥 안 팔 거니까 빨리 나가라고 소리를 질러댔다. 밥 먹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렸다. 황당하고 화가 나서 장애인 차별이라 고소한다고 큰소리치며 식당을 나왔지만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심장 뛰는 소리가 귓가에 크게 들렸고 혈압이 올라 눈알이 충혈되고 머리가 띵했다. 밖으로 나와서도 한참 동안 진정할 시간이 필요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근처 다른 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나가라고 할까 봐 걱정이 앞섰다. 식당으로 들어서자마자 큰소리로 너스레를 떨었다. “여긴 넓고 좋은데요. 테이블 의자 좀 빼주시겠어요”. 식당 사장님은 군소리 없이 자리를 잡을 수 있게 의자를 빼줬다. 자리를 잡고 곧바로 주문했다. 닭갈비와 막국수 음료수까지 주문하고 나서 다시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사장님, 식당도 넓고 친절해서 기분 좋은데요.” 칭찬을 마구 날렸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철판에서 닭갈비가 볶아지고 있었지만 좀 전에 식당에서 쫓겨난 상황이 자꾸 떠올라 얼굴에 붉은 기는 가시지 않았다. 그런데 맛은 별로였다. 맛은 없어도 선택의 여지가 없어 맛있는 척하며 꾸역꾸역 먹었다. 휠체어 탄 내겐 문턱 없는 식당이면 맛있는 곳이다. 문턱 없고 맛있고 친절하면 금상첨화겠지만 흔한 일은 아니다.

▲스카이워크ⓒ전윤선
▲스카이워크ⓒ전윤선

볶음밥까지 야무지게 먹고 기분 좋아진 채로 건너편 스카이워크로 갔다. 오늘 춘천 여행은 하늘이 열일하는 날이다. 맑고 고운 파란 하늘 덕분에 기분도 덩달아 좋아진다. 소양강에 왔으니 소양강 처녀 상 앞에서 인증 사진을 찍고 소양강 처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해~저문 소양강에 황혼이 지면~. 소양강 처녀 노래는 1968년에 만들어졌다. 소양강 상류에서 민물 고기잡이를 하던 윤기순 씨의 고향집에 음악가들이 초대되면서 소양강 처녀 노래가 탄생했다고 한다. 소양강 처녀라는 국민 노래로 박제됐으니 춘천시에서 자랑할 만하다. 대중가요는 그 시대를 읽을 수 있다. 노래방에서 한 번쯤은 불러본 소양강 처녀. 춘천을 대표하는 것들은 제법 있다. 소양강 처녀, 소양강 댐, 닭갈비, 막국수, 마임축제 등이 있고 청춘들의 엠티 장소로 사랑받는 곳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의암호를 따라 새로운 관광 자원이 자꾸 생성돼 춘천을 대표하는 것들이 늘고 있다. 춘천 여행은 다른 이동 수단을 이용하지 않는 여행지가 늘고 있어 휠체어 탄 장애인이 여행하기 좋은 곳이다.

소양강 스카이 워크는 열린 관광지로 조성돼 접근성이 양호하다. 강 위로 시원하게 뻗은 소양강 스카이워크는 전체 길이가 174m로, 바닥이 투명 강화유리로 된 구간만 무려 156m에 이른다. 교량 끝부분에는 원형 광장이 조성되어 있고, 원형 광장 중앙은 바닥이 투명 강화유리로 되어 있다. 광장 양쪽으로는 날개처럼 뻗은 전망대가 있고, 광장 끝 중앙에 서면 쏘가리 상이 바로 내려다보여 포토존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정해진 시간에 이 조각상에서 분수가 나온다. 일몰 후에는 오색 조명등이 켜져 또 다른 환상적인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소양강 스카이워크 입구에는 아기자기한 포토존과 테라스가 마련되어 있고, 바로 옆에는 춘천 랜드마크라 불리는 소양 2교와 소양강 처녀상이 자리하고 있다.

강물이 훤히 보이는 강화유리라서 무거운 전동휠체어 타고 지나가려니 무섭다. 혹시나 강화유리가 깨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심장 뛰는 속도가 빨라진다. 등골이 오싹하고 식은땀이 줄줄 흐르지만 용기 내어 원형 광장으로 갔다. 원형 광장에서 단체 사진을 찍으려 했지만 꼼짝할 수 없어 단체 사진은 포기하고 각자 있는 곳에서 개별 사진으로 대체했다. 용기 충만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겁의 질량이 달라졌다.

▲스카이워크 장애인 화장실 변기(좌),  플라스틱 변기 커버 볼트(가운데), 변기 등받이(우) ⓒ전윤선
▲스카이워크 장애인 화장실 변기(좌), 플라스틱 변기 커버 볼트(가운데), 변기 등받이(우) ⓒ전윤선

무서우면 오줌을 지린다고 했던가. 갑자기 화장실이 가고 싶어 스카이 워크 장애인 화장실로 갔다. 화장실은 넓고 깨끗했지만 변기 커버 연결 볼트가 나약하고 위험한 분리형 플라스틱이다. 변기 커버 연결 볼트는 안전에 중요하다. 장애인 화장실에 맞지 않는 변기 커버는 하의를 내리고 올릴 때마다 움직여서 커버가 흔들려 안전사고를 유발한다. 열린 관광지로 조성된 곳의 장애인 화장실만이라도 스테인리스 재질의 볼트와 연결고리를 설치해 안전을 담보해야 한다. 등받이도 마찬가지다. 변기 뒤 물통 폭 만큼의 길이로 등받이가 설치되어야 안전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장애인 화장실 등받이는 물통보다 훨씬 앞으로 설치돼 있어 변기에 앉으면 꼼짝할 수 없다. 편의시설이 불편 시설이 되고 편의증진법이 불편증진법이 된 지 오래다. 장애인 화장실 문제는 2박3일 밤새워 얘기해도 모자랄 정도로 불편하고 위험한 곳이다. 이제 편의증진법의 전면 개정이 필요한 시기다.

▲춘천 사이로 248 출렁다리 ⓒ전윤선
▲춘천 사이로 248 출렁다리 ⓒ전윤선

다시 길을 나섰다. 오후 두 시에 예약해 둔 킹카누 선착장에 도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암호 풍경도 놓치고 싶지 않아 가다 서기를 반복하며 휴대폰에 아름다운 풍경을 저장하며 발길을 이어간다. 어느새 공지천 유원지를 지나다 보니 춘천의 새로운 명소 “춘천 사이로 248 출렁다리” 앞에 도착했다. 의암호와 공지천공원 사이에 있어 “사이로”이고 248”은 출렁다리 길이라고 한다. 승강기가 있어 접근성 걱정 없이 출렁다리로 올라가 인증 사진을 찍고 다시 길을 나섰다.

공지천을 지나면 의암호 잔도길로 다시 연결된다. 공지천에 내려앉은 윤슬이 곱다. 조금 서둘러야 한다. 중간에 화장실도 들러야 하고 카페인도 충전할 겸 KT 상상마당으로 갔다. 이곳은 복합 문화공간이다. 카페 안에 장애인 화장실이 있어 근심을 비우고 카페인 충전해서 킹카누 선착장으로 갔다.

킹카누를 타려면 원하는 날짜에 온라인으로 예약하면 편리하다. 선착장 내려가는 곳은 경사길이 잘 마련돼 있다. 선착장에서 킹카누 사공을 만나 구명조끼를 입고 승선하는 데 필요한 안전교육을 받는다. 새로 만들어진 킹카누는 5백킬로그램까지 탑승할 수 있어 전동휠체어를 탄체로 승선했다.

▲킹카누 ⓒ전윤선
▲킹카누 ⓒ전윤선

그럼에도 전동휠체어 무게와 사람 4명이 타려면 5백킬로그램이 훌쩍 넘는다. 두 명은 전동휠체어를 탄체로 승선하고 두 명은 수동휠체어로 갈아타서 승선했다. 선착장을 출발한 킹카누는 물살을 가르며 호수 가운데로 나간다. 친구들은 신나서 데시벨이 올라간다. 그런데 난, 배가 뒤집히면 어쩌지 하는 괜한 걱정이 앞선다. 킹카누를 타고 호수를 가르는 시간은 한 시간 남짓. 잔잔한 호수 위에 물결을 만들어 낸다. 사공은 주변 풍경을 이야기하느라 바쁘다. “저 앞에 있는 섬은 붕어처럼 생겨서 붕어섬입니다.” 붕어섬은 태양광 발전 단지로 전용되고 있는 기특한 섬이다. 붕어섬에는 에코투어도 있다. 킹카누를 타고 미지의 붕어섬에 도착해 생태해설과 노르딕워킹 체험까지 할 수 있다. 섬 둘레는 2.7킬로미터 정도로 흙길이라 걷는 느낌이 좋다고 한다. 울퉁불퉁한 돌덩이가 가득한 길만 아니라면 전동휠체어 타고 어디든 갈 수 있다. 붕어섬을 지나 의암댐 쪽으로 내려간다. 사공은 배를 잠시 멈추고 삼악산 중간지점 상원사를 가리킨다. 산 중턱에 하얀 지붕이 보이는 상원사는 궁예가 숨어 지냈다는 전설 띠라 삼천리가 전해진다. 뱃머리를 돌려 선착장으로 돌아간다. 킹카누에서 내릴 때는 전동휠체어를 그 자리에서 돌려 내렸다.

호수에 비친 산자락은 서로 맞닿은 두 개의 세상 같다. 풍경 좋고, 햇살 좋고, 바람 좋고 사람까지 좋은 여행길.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의 흔적들을 춘천에서 만났다. 그 길가에 무리 지어 핀 꽃이 더 아름답게 다가왔다. 어쩌면 사람도 그런 거 같다. 서로 부대끼며 서로의 마음을 살피고 위로하며 이기적인 마음을 희석시킨다. 데칼코마니(décalcomanie) 같은 삶을 향한 처절한 몸부림과 열망이 담긴다. 의식해야 친구가 되고 의식해야 가족이 되며 의식해야 서로에게 존재가 되는 것처럼…….

무장애 여행 팁

  • 교통: 춘천역 하차
  • 코스: 스카이워크에서 의암호 물레길 따라 7.3km( 춘천역 → 소양강 스카이워크 1.3km → 닭갈비 → 에티오피아기념관→ 공지천공원→ 춘천 사이로 248 출렁다리→ kt상상마당 → 킹카누 선착장)
  • 강원장콜: 전화: 1577-2014(문자)
  • 문 턱 없는 식당: 춘천 스카이워크 공영주차장 앞 다수
  • 접근 가능한 화장실: 춘천자전거 여행자의 집, 소양강 스카이워크, 에티오피아 기념관, 공지천 공원, kt상상마당 카페 안, 삼악산 케이블카 승강장, 킹카누 선착장 앞
  • 킹카누 예약: 네이버 예약(킹카누 검색) / 요금-1인당 3만원 / 전화: 0507-1373-9600 / 주소: 강원 춘천시 송암동 684 킹카누 나루터

[더인디고 THE INDIGO]

사)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대표. 무장애관광인식개선교육 강사. 무장애 여행가로 글을 쓰며 끊어진 여행 사슬을 잇는 활동을 오래전부터 해오고 있습니다. 접근 가능한 여행은 모두를 위한 평등한 여행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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