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에게 위험한 샛강역 신림선 환승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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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역 신림선 환승로의 계단은 시작하는 부분과 끝나는 부분은 아무런 표시가 없다. 다만 계단의 시작하는 부분이 아닌 두 번째와 세 번째 계단만 색깔 구분 디자인을 해서 저시력 시각장애인이 잘못 볼 위험이 있다.
샛강역 신림선 환승로의 계단은 시작하는 부분과 끝나는 부분은 아무런 표시가 없다. 다만 계단의 시작하는 부분이 아닌 두 번째와 세 번째 계단만 색깔 구분 디자인을 해서 저시력 시각장애인이 잘못 볼 위험이 있다. ©박관찬 기자
  • 계단 시작과 끝나는 부분에는 표시 없고 다른 계단에 표시
  • 저시력 시각장애인에게 큰 위험 줄 수 있는 디자인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저시력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A 씨는 약속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샛강역에서 신림선을 타게 되었다. 9호선을 타고 샛강역에 도착한 뒤, 신림선으로 환승하기 위해 이동하면서 에스컬레이터를 찾지 못해 계단으로 내려가게 되었다. 그런데 A 씨는 신림선을 타기 위해 내려가야 하는 30여 개의 계단을 평소보다 가슴 졸이며 하나하나 아주 천천히 확인하면서 내려가야 했다.

A 씨는 저시력으로 인해 내려가는 계단의 ‘시작’ 부분을 확인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내려가는 계단이 시작되는 부분에 다른 색깔로 스티커를 붙이는 등과 같은 방법으로 디자인해서 색깔 구분이 선명한 계단을 선호한다. A 씨는 샛강역에서 신림선을 타기 위해 내려가는 계단도 계단이 시작하는 부분과 끝나는 부분에 다른 색깔로 디자인이 되어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A 씨가 평소처럼 그 색깔이 구분된 걸 확인하고 계단의 내려가는 첫 번째 칸이라는 걸 감안하며 걸음을 내딛는 순간, A 씨는 얼른 옆의 손잡이를 잡지 않았다면 하마터면 밑으로 넘어져서 큰 사고를 당할 뻔 했다. 확인해 본 결과 내려가는 계단의 첫 번째 칸에는 아무런 색깔 표시가 없고, 두 번째 칸과 세 번째 칸에만 색깔 구분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A 씨는 정신을 차리고 세 번째 칸 이후에는 아무 표시가 없는 계단을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이윽고 계단이 끝나는 부분인지 계단의 두 칸을 다른 색깔로 구분해놓은 게 보였다. A 씨는 그 두 칸을 내려가면 계단이 끝나는 걸로 생각하면서도 앞서 겪었던 아찔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손잡이를 잡은 채 천천히 내려갔다.

그런데 계단의 끝나는 부분도 계단의 시작하는 부분처럼 다른 색깔로 구분해놓은 두 칸의 계단을 다 내려가도 계단은 끝나지 않았다. 마지막 한 칸을 더 내려가야 비로소 끝나는데, 결국 이곳 계단은 시작하는 부분과 끝나는 부분을 다른 색깔로 디자인이 전혀 되어 있지 않고, 두 번째와 세 번째 칸에만 다른 색깔로 구분되어 있었던 것이다.

A 씨는 15칸 정도의 계단을 그렇게 마음 졸이며 내려온 뒤, 두 걸음을 더 걷고 다시 15칸 정도의 계단을 한 번 더 내려가야 신림선을 탈 수 있었다. 그 한 번 더 내려가야 했던 15칸의 계단 역시 시작하는 부분과 끝나는 부분은 색깔 구분이 되어 있지 않고, 두 번째와 세 번째 칸만 색깔 구분이 있다.

A 씨는 “다치지 않아서 천만다행이지 계단을 왜 이렇게 디자인해놨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처음 계단이 시작하는 부분에 디자인이 색깔 구분이 안 되어 있고 두 번째 칸부터 되어 있길래 실수로 그런 줄 알았는데, 계단의 끝나는 부분도 이런 걸 보니까 디자인 자체를 이상하게 한 것 같다”고 답답해했다.

계단은 시작하는 부분과 끝나는 부분을 다른 색깔로 디자인해야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다. ©박관찬 기자
계단은 시작하는 부분과 끝나는 부분을 다른 색깔로 디자인해야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다. ©박관찬 기자

보통 지상과 계단의 색깔이 같아서 지상에서 계단으로 내려갈 때 계단의 구분이 어려울 경우, 계단이 시작하는 부분에 색깔이 구분되는 스티커나 기타 디자인을 한다. 계단이 시작하는 부분과 끝나는 부분을 잘 확인할 수 있도록 구분함으로서 시각장애인을 비롯한 교통약자들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다.

그런데 샛강역 신림선 환승구간에는 계단이 시작하는 부분과 끝나는 부분에는 아무런 표시가 없고, 오히려 시작하는 부분 다음 칸과 끝나는 부분 직전 칸에만 색깔이 구분되는 표시를 하고 있다.

A 씨는 “이건 누구를 위한 디자인인지, 왜 이렇게 디자인한 건지 궁금하다”면서 “이런 디자인을 계속 방치해둔다면 다른 시각장애인이나 어르신에게 큰 위험이 될 수 있는 만큼 꼭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대구대학에서 장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며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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