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없는 동료지원은 껍데기” 복지부 개정안에 강력 반발

96
▲자율적이지 않은 동료지원쉼터 /사진=ChatGPT
▲자율적이지 않은 동료지원쉼터 /사진=ChatGPT
  • 한국동료지원쉼터협회·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법 취지 훼손”

[더인디고]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지난 10월 17일 입법예고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두고 당사자 단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개정안에는 동료지원쉼터를 주간형과 종일형으로 구분하고, 동료지원인 교육훈련기관에 정신의료기관을 포함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한국동료지원쉼터협회(이하 협회)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하 연구소)는 “정신건강복지법의 입법 취지를 정면으로 훼손한 것”이라며 “당사자들의 의견을 무시한 개정”이라고 비판했다.

협회는 주간형 동료지원쉼터의 정의가 상위법인 정신건강복지법 제15조의4(동료지원쉼터의 설치·운영)의 취지와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해당 조항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일시적 정신건강 위기를 겪는 사람에게 임시로 보호하면서 동료지원 상담 등을 제공하는 쉼터를 설치·운영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협회는 “복지부가 주간형 동료지원쉼터를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쉼터’로 규정하면서, 동료지원에 의한 당사자 위기지원이라는 본래 목적을 무시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신건강상의 위기는 시간대를 가리지 않는데, 주간형 쉼터는 ‘낮에만 위기인 사람’이 있다는 전제 위에 세워진 모순된 제도”라며 “이는 지역사회 정신건강 서비스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도록 명명해, 당사자들이 요구해 온 동료지원센터의 법적 근거 마련을 가로막기 위한 장벽으로 활용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또한 협회는 동료지원쉼터 설치·운영 기준에 ‘동료지원인 2인 이상’을 명시한 점을 문제 삼았다. 협회는 “이 조항은 의료법인이나 사회복지법인 등 전문가 중심 기관이 대표가 되고, 동료지원인을 수하로 두는 구조”라며 “당사자단체가 주체가 되지 않는 한 진정한 동료지원서비스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연구소 또한 이번 개정안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한 ‘정신장애 국가책임제’가 국정과제에서 사라진 데 이어, 이제는 동료지원 조항마저 시행규칙에서 법 개정 취지를 부정당하는 심각한 위기에 있다”고 비판했다.

연구소는 특히 이번 개정안 시행규칙 제49조의2 제4항에 명시된 ‘국립 또는 공립의 정신의료기관’을 동료지원 교육기관에 포함한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발상”이라며 “이는 회복 경험에 기반한 비의료적 동료지원의 본질을 부정하는 것으로, 의료인이 주인인 병원에서 어떻게 당사자 주도 교육이 가능하겠는가”라고 성토했다.

또한 “복지부는 동료지원의 의미를 알고도 외면하고 있다”며 “동료지원은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관계 속에서 당사자와 당사자가 만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두 단체는 성명을 통해 복지부에 ▲입법예고된 시행규칙 개정안을 즉시 철회하고 당사자의 의견을 반영한 수정안을 마련할 것 ▲주간형 쉼터를 동료지원센터로 전환하고 전국적으로 동료지원쉼터와 센터를 확대할 것 ▲동료지원쉼터의 운영 주체를 당사자단체로 한정할 것 ▲동료지원인 교육훈련기관 지정 요건에 ‘국립 또는 공립의 정신의료기관’을 삭제하고 당사자 주도의 양성체계를 구축할 것 ▲모든 정책 결정 과정에서 당사자와 관련 단체의 참여를 보장할 것 등을 촉구했다.

두 단체는 “당사자 없는 동료지원은 껍데기에 불과하다”며 “정신건강 서비스의 새로운 전환점은 당사자의 목소리를 존중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밝혔다.

[더인디고 THE INDIGO]

20년 넘게 과학교재를 만들고 있습니다. 1년간 더인디고 기자로 활동하며 사회적 소수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0 Comments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