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입법은 활발하지만 실행은 글쎄…당사자 참여와 예산 연동이 관건
- 예산·책무·참여 부재한 조례…지역권리 격차 심화 우려
- 미디어의 왜곡된 장애 재현…혐오·낙인, 현실의 장벽으로 이어져
- 데이터→정책→현장 변화 연결하는 실행형 정책 전환 절실
[더인디고] 한국장애인인권포럼(대표 성현정) 부설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가 10월 24일 여의도 이룸홀에서 개최한 「2025년도 통합결과보고대회」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모니터링센터는 올해 국회 입법현황·지방조례 정합성·미디어 모니터링 데이터를 종합 분석해 장애인 정책의 현주소를 드러냈다.
■ 장애 관련 입법… “양적으로는 활발, 질적으로는 더뎌”
올해 1~8월 국회에 제출된 장애 관련 법률안은 290건(전체 5,394건 중 5.37%)으로 상시적 의제화가 정착된 듯 보였다. 다만, 상임위 분포도는 보건복지위 편중이 심각했는데, 보건복지위 107건(36.8%), 국토위·행안위·교육위는 뒤이어 상대적으로 낮은 비중을 보였다. 이렇다보니 이동권, 노동권, 디지털 접근권 등 비복지 영역 권리 제도화가 뒤처질 위험이 제기되었다. 이용석 책임연구원은 “입법은 많지만 실현되지 않는 장애입법 상황”을 지적하며, “공동심사·사전 장애영향평가·예산 연동 등 실행장치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발제에 나선 황주희 보건사회연구원 실장은 “장애 관련 입법이 꾸준히 발의되고 있음에도, 실제 통과율이 매우 낮아 실질적 권리 보장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장애 법제가 장애인의 범주를 ‘등록제도’ 중심으로 지나치게 협소하게 규정하고 있어 장애인을 소극적·제한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는 점도 짚었다. 토론에 나선 권재현 한국장총 사무차장은 “장애인 정책 입법 환경이 권리보장과 포괄성이라는 방향성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많은 법안이 발의되지만 논의 지연과 입법 정체가 반복되며, 정책 당사자의 체감 효과가 낮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정책과정 전반에서 “장애당사자의 참여권을 보장하고, 평가 주도성을 강화해 실효성 있는 정책 환류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강조했다. 토론자들 모두 장애 입법이 보편적 사회권 실현을 위한 입법으로 이해될 수 있도록, 장애당사자 참여 기반의 입법 프로세스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따라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평가의 구조적 강화가 향후 과제임을 확인했다.

■ “예산도 없고 책임도 없다”…지자체 조례의 구조적 취약
두 번째 세션은 지방자치단체 조례를 대상으로 책무성과 정합성을 분석한 발표가 진행되었다. 분석 결과, 조례 상당수가 선언적 요구 수준에 머물렀고, 전달체계를 명확히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임상욱 책임연구원은 지적했다. 임 책임연구원은 “상위법과의 충돌이나 공백, 유사 기능 조례 간 중복 문제가 반복되고 있었다”면서, 이를 “예산·책무·참여 등으로 개념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 책임연구원은 조례 간 불일치가 지역 간 권리 격차를 제도화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체크리스트에 기반한 사전·상시 정합성 점검이 필요하다고 직격했다. 발제에 나선 청운대학교 김광병 교수는 기반 조례 전환, 예산·집행력 내재화, 지역 서비스 전달체계와의 동시 설계 등을 제안하며, “조례가 실질적 권리보장 도구로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조례의 법적 위계, 제정 범위, 지역성의 의미를 균형 있게 고려하면서도 예산·책무·참여라는 핵심 구성요소가 대부분 부재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조례 제정 이후 전 과정 관리가 장애권리의 전제라고 부연했다. 토론자인 이윤진 건국대학교 교수는 “조례가 선언을 넘어서 권리 보장을 위한 구체적 수단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서 많은 조례가 재정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는 현실은 실질적 지원 공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거다. 전체적으로 장애당사자가 조례의 제정·개정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해야만 지방 정책의 민주성과 집행 신뢰성이 확보된다는 점, 그래야만 비로소 조례가 지역사회 장애시민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규범이라는 사실이 재확인될 수 있으며, 이를 실천할 제도적 장치가 요구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 미디어의 장애 비하·혐오표현… “인식의 장벽이 제도의 장벽과 맞물려”
세 번째 세션은 국내 뉴스·방송·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장애 혐오 및 비하 표현의 유형화·빈도·파급력을 추적했다. 안형진 책임연구원은 분석 결과 전형적인 편향 프레임이 확인된다면서, 영웅/비극 서사, 장애를 극복하거나 실패하는 서사로만 소비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장애당사자의 정체성 고정화, 권리성 대신에 개인의 고통을 상품화함으로써 존엄성이 훼손되고, 결국 사회적 낙인화만 강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형진 책임연구원은 “미디어 표현이 장애인의 안전·고용·주거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하며, “취재·편집 단계별 체크포인트와 정정·사과 규범”을 제안했다.
발제에 나선 조성민 더인디고 대표는 우리나라에서는 “장애인 혐오표현은 특정 집단에 대한 모욕·비하·선동으로 차별과 폭력을 정당화하는 일상적인 표현이 되었다”면서, “미국은 수정헌법 1조에 따라 직접적 위협·선동 외엔 규제에 소극적이고, 유럽은 집단선동·증오범죄를 형사처벌하며 ‘장애’를 보호 사유에 포함하는 경향이 강하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포괄법 부재로 가이드라인·심의 중심의 ‘약한 규제’에만 머물러 있으며, 관련 법률안은 발의되면 특정집단의 반발로 반복 폐기되고 있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CRPD 기반 인식제고와 함께 정보통신망법·인권위법 개정으로 혐오표현 규정·구제 도입, 형법상 집단명예훼손 신설 및 플랫폼 신속삭제·투명성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토론자들 역시 미디어가 공공성과 책임을 고려해 제목·자막·이미지의 왜곡·선정성 최소화, 장애당사자 자문 거버넌스 정례화, 온라인 혐오 차단 장치 구축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정책을 현실로: 데이터 공개·협업 상시화
이번 통합결과보고대회를 통해 장애정책은 더 이상 ‘발의와 선언’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국민 누구나의 권리로 작동하는 실행 기반 정책 전환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첫째, 장애 입법은 권리 중심으로 재설계되고, 발의-심사-통과-집행까지 전 과정에서 당사자 참여와 예산 연동 보장 강화해야 한다. 둘째, 지역 조례는 예산·책무·참여라는 3대 구성 요소를 의무화하여 지역 격차를 해소하고 실질적 권리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셋째, 미디어는 장애를 비극·영웅 서사로 소비하거나 범죄화하는 재현 방식을 개선해야 하며, 편집 단계별 체크리스트와 정정보도 체계를 확립하여 혐오와 낙인의 확산을 차단해야 한다. 따라서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는 “데이터 기반의 모니터링을 통해 정책의 변화를 견인하고, 중앙정부·지자체·언론·시민사회가 함께 권리가 제도로, 제도가 현장 변화로 이어지는 연결 경로를 구축해야 한다는 데 모든 참여자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장애 정책의 핵심은 끝내 한 가지로 모인다. “장애인의 삶이 실제로 달라지는가?” 그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드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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