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노동은 선택이 아니라 권리…발달장애인 사회참여 지원체계 필요
- “보호를 넘어 자립으로”현장 목소리가 보여준 변화의 가능성
[더인디고] 지난 23일(목) 오후, 서울 양재동 타임스페이스에서 의미 있는 만남이 이어졌다. 서리풀서초장애인자립생활센터(대표 선승연, 이하 ‘서리풀서초IL’)와 아이엠장애인자립생활센터(대표 김재호, 이하 ‘아이엠IL’)가 공동 주최·주관한 「직장생활을 꿈꾸고 있는 발달장애인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 북-토크」가 열려, 지역사회 발달장애인과 활동가, 지원인 등 70여 명이 함께 자리했다. 이번 행사는 단순한 독서 토크를 넘어, 발달장애인의 일과 노동을 둘러싼 현실을 공유하고 정책적 과제를 고민하는 장으로 마련됐다.
행사의 주인공은 직장생활을 통해 성장해가는 발달장애인의 이야기를 담은 서재경 성공회대학교 박사의 저서 속 주인공 ‘윤슬’이었다. 무대에 오른 서 박사는 “우리 사회에서 발달장애인은 장애 정도가 심하면 보호의 대상으로만 다루어지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다 보니 ‘안전한 돌봄’이라는 이름 아래 노동시장으로 나아갈 기회조차 제한되는 경우가 많고, 이는 곧 자립생활의 문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된다는 것이다. 서 박사는 “책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중증 발달장애인이 업무를 익히고 동료와 협력하며 직장에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 지원체계의 절대적 필요성”이라고 강조했다.
함께 대담에 참여한 소소한소통 백정연 대표 역시 책을 읽으며 깊이 공감한 대목을 전했다. 작품 속 “윤슬이는 일해야 해요”라는 짧은 대사가 단순한 바람이나 명령이 아니라, “자신도 일하고 기여하며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윤슬 씨의 자부심과 사회적 자각의 목소리 그 자체”라는 해석이다. 백 대표는 “세상에는 또 다른 많은 ‘윤슬’이 있다”며, 이들이 “나는 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리 사회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책 속 이야기와 한 몸처럼 맞닿아 있는 발달장애인 당사자들도 관객으로 참여해 진솔한 반응을 전했다. 한 참가자는 “윤슬 씨 이야기를 들으니, 저와 같은 생각과 느낌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걸 알게 되어 좋았다”며 무대와 저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그의 말은 행사장 분위기를 한층 따뜻하게 물들였고, 노동을 둘러싼 발달장애인의 현실이 결코 ‘특수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했다.
행사를 준비한 서리풀서초IL 선승연 센터장은 지역사회 장애인식 개선을 위해 실질적인 대화의 장을 마련한 의미를 밝혔다. 선 센터장은 “장애인의 노동과 사회참여는 ‘보통의 삶’을 살아가기 위한 기본조건이며, 자립생활이 확대되고 정착되는 데 필수적인 요소”라고 전제한 뒤 “발달장애인이 직업을 갖고 스스로 삶을 결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법적·제도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했다.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발달장애인의 노동을 불가능하거나 위험한 것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날 북-토크에서 공유된 이야기들은 이러한 선입견에 질문을 던지고, 노동의 권리가 누구에게나 보장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시켰다. 장애인이 일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예외’가 아니라 ‘전제’로 두는 사회, 보호를 넘어 권리를 말하는 사회, 발달장애인 스스로 “나는 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사회. 이번 행사가 그러한 변화의 출발점이 되기를, 참여자 모두는 한목소리로 희망했다.
[더인디고 THE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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