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공공기관에서 하는 장애감수성 부족한 인구조사 협조요청
- 문 앞에 광고 전단지처럼 붙여놓으면 시각장애인이 광고성으로 오해할 수도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선우(가명) 씨는 퇴근 후 귀가하면서 집의 문을 무심코 만져보았다. 최근 선우 씨가 거주하는 아파트의 집집마다 자주 광고 전단지가 붙었기 때문에, 선우 씨는 습관처럼 전단지가 있으면 떼어 내서 버리곤 했다. 마침 그날도 문에 뭔가 테이프로 붙어 있길래 선우 씨는 별 생각 없이 그 종이를 떼서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런데 다음 날, 가사활동지원을 위해 선우 씨의 집으로 출근한 활동지원사가 선우 씨에게 묻는다. 선우 씨의 옆집 문에 인구주택 총조사를 하니까 조사참여를 요청하는 공고가 붙어있는데 선우 씨 집은 없었냐고. 선우 씨는 전혀 모르는 내용이라고 대답했다가, 활동지원사가 ‘옆집 문에 붙어 있다’는 말을 생각해내고 설마하는 마음으로 활동지원사와 함께 쓰레기통을 뒤졌다.
전날 선우 씨가 광고 전단지라고 생각하며 별 생각 없이 쓰레기통에 버렸던 종이가 바로 활동지원사가 말한 서류였다. 해당 서류에는 선우 씨처럼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는 어디에도 없고, 선우 씨가 충분히 오해할 수 있을 만큼 테이프 하나로 문에 달랑 붙어 있을 뿐이었다.
선우 씨는 “활동지원사가 알려준 그 서류의 내용대로라면 우선 인터넷과 전화로 인구조사에 참여하도록 되어 있고, 이 기간 내에 참여하지 않으면 조사원이 방문해서 조사한다고 하더라”면서 “활동지원사가 옆집에 붙은 걸 무심코 보지 않았더라면 꼼짝없이 조사원이 방문하는 날에 연차를 쓰고 번거롭게 조사에 임해야 했을 것”이라고 볼멘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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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 씨는 “활동지원사가 서류 가장 밑에 ‘통계청’과 우리 지역의 시 로고가 있다는데, 이렇게 공공기관에서 인구조사를 하면서 왜 이렇게 장애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한지 모르겠다”면서 “점자가 없는 것도 그렇지만 인구조사를 한다는 내용을 우편으로 발송해서 우편함에 넣어두는 것도 아니고 집 문 앞에다가 붙이면 비장애인도 광고 전단지로 착각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선우 씨의 활동지원사도 “시민들에게 조사 참여를 요청한다면 시민들 중에 당연히 포함되는 장애인의 장애유형을 감안해서 조사 참여 안내를 해야 할 텐데, 이런 방식은 너무 아닌 거 같다”면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통계조사는 특히 장애인처럼 사회적 약자들이 배제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썼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선우 씨의 거주지역을 관할하는 구청에 해당 내용에 대해 문의해본 결과, 구청 관계자는 개인정보가 없어서 한글 종이로 된 협조문을 일괄적으로 배포했다는 답변을 했다. 그러면서 시각장애가 있다면 구청에서 조사원이 방문해서 진행하면 되지 않냐고 한다.
선우 씨는 “그럼 비장애인은 인터넷이나 전화로 조사 참여하고, 장애인은 그 조사기간이 끝나면 조사원이 방문할 때 조사에 참여하란 말이냐”면서 “조사원이 방문해서 하면 되냐고 묻기보다 어떻게 장애인이 조사에 참여해야 하는지 ‘방법’을 물어보고 제도에 장애인을 맞추게 하지말고 장애인에게 맞춰서 지원해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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