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무정차 통과’로 장애시민들 고립…시민불편 논리로 ‘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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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통공사는 지난 11월 4일 서울역에서 진행된 장애인 시위 중 ‘안전’을 이유로 상·하행 무정차 통과를 시행해 장애인 수십 명을 고립시켰다. 그러나 현장에는 물리적 위험이 없었으며, 사전 안내와 협의 절차도 부재했다. “안전 확보”는 결국 “이동권 통제”로 작동했고, 이는 공공기관의 책무와 인권 감수성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11월 4일 서울역에서 진행된 장애인 시위 중 ‘안전’을 이유로 상·하행 무정차 통과를 시행해 장애인 수십 명을 고립시켰다. 그러나 현장에는 물리적 위험이 없었으며, 사전 안내와 협의 절차도 부재했다. “안전 확보”는 결국 “이동권 통제”로 작동했고, 이는 공공기관의 책무와 인권 감수성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 ChatGPT 이미지
  • ‘안전 확보’ 명분으로 장애시민만 고립된 서울역
  • 연착 없이 탑승했는데도 ‘전원 하차’ 지시…설명 없는 운행 변경
  • ‘시민 불편’ 논리로 이동권을 희생시키는 비장애 중심 교통 행정
  • 사과와 제도적 재발방지 대책 없이 ‘정상 운행’만 강조한 서교공

[더인디고=이용석 편집장]

지난 4일 오전, 서울지하철 1호선 서울역에서 벌어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탑승 시위가 또 다른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전장연이 오전 8시부터 승강장에서 ‘교통약자이동권보장법 제정’ 등을 요구하며 탑승 시위를 벌인 직후, 서울교통공사(이하, 서교공)은 상·하행선 양방향 열차를 무정차 통과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휠체어 이용자 등 장애시민 수십 명이 승강장에 고립된 상태로 약 1시간 20분 이상을 머물러야 했다고 비마이너가 전했다. 당시 서교공은 “시위로 인한 안전 확보 및 정상 운행 방해 우려”를 이유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가 과도한 통제 수단으로 작용했으며, 오히려 장애시민들의 이동권과 평등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무정차 통과는 일반적으로 폭우·사고·극심한 혼잡 등 명백한 위기상황에서 열차 안전 확보를 위해 사용되는 예외적 조치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예외적 조치를 취할 만큼 긴급하거나 위기상황이 아니었다고 당시 상황을 목격한 시민들이 전했다. SNS X를 통해 당시를 전한 한 시민(@lo**_**)은 “시민들 일부러 다 내리게 하고 정차 또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시위대만 타게 했다”면서, “시위대 욕먹으라고 막는 건 본인(서교공)들인데 시위대가 차 가는 걸 막고 있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쏟아지는 폭언으로 옆에서 듣기만 했는데도 몸이 떨리고 무서울 지경”인 만큼 폭력적이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다수의 시민들이 장애시민들의 교통이동을 막무가내로 막아서는 서교공의 일방적인 행태를 비판했다. 당시 전장연은 이미 열차에 탑승할 준비를 마친 상태였으며, 시위 방식도 ‘정상 탑승’ 형식을 띠고 있었다는 것. 그럼에도 서교공은 돌연 운행계획을 바꿔 해당 열차에 승차했던 승객 전원 하차를 지시했고, 이어 “서울역부터 무정차로 통과한다”는 안내방송을 했다는 거다. 이로 인해 장애시민 승객들을 물리적으로 고립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또한 서교공 측은 해당 조치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이나 사전 안내를 충분히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서교공 측이 내놓은 안전 확보라는 주장은 실제로는 이동권을 행사하려는 장애시민들을 배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능했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출근 시간대 지하철 운행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무정차라는 조치를 택했다는 것이 서교공 측 논리다. 실제로 여러 언론이 “출근 시간대 시민 불편 우려”를 앞세워 시위 대응을 보도했다. 그러나 이 시간 동안 결과적으로 고립된 것은 오히려 장애시민들이었다. 장애계의 한 관계자는 “문제는 장애시민들이 열차에 탑승한 이유가 시위였건 일상적 이동이건 상관없이 열차는 정상 운행할 수 있는 상태였음에도 무정차로 고립을 강요당했다”는 점이라면서 서교공의 과도한 대응을 지적했다. 다시 말해서 “출근길 시민 불편을 막기 위해”라는 명분이 ‘시위를 막기 위해’라는 실질적 효과로 전환되는 순간, 교통약자의 이동권리가 되레 희생되었던 셈이다.

이번 사태는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장애시민의 이동권이 여전히 ‘예외적 고려사항’과 섞여 권리는 가뭇없이 뭉개져버렸다는 거다. 공공 교통시설인 열차와 역사는 모두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 있지만, 장애시민들이 이동을 요구하는 순간 시스템은 ‘차단 모드’로 전환됐다. 또 하나는 공공운수 서비스 제공자인 서교공이 집회·시위와 이동권을 맞바꾸는 구조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서교공은 설령 당시 상황이 위기 대응이라 하더라도 사전 안내·정보 제공·대체안 마련 등 최소한의 참여적 절차를 갖춰야 했다.이 같은 사태는 단순히 해프닝이 아니라 ‘장애시민 권리보장’이라는 큰 틀의 제도적 갭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왜곡된 ‘안전’ 논리가 장애시민을 향한 통제장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법·제도 차원에서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더인디고 THEINDIGO]

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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