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출근체크, 터치식 비밀번호 등 시각장애인 접근성 고려하지 않은 업무환경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지난 국정감사에서 주목받았던 내용 중 하나는 시각장애인의 업무시스템에 접근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것도 한국장애인개발원과 같은 공공기관이면서 장애인근로자를 채용한 곳조차도 시각장애인 근로자가 업무시스템에 접근하는 과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에 더인디고는 시각장애인 근로자가 업무시스템에의 접근에 어떠한 어려움이 있는지, 더 나아가 시각장애인 근로자의 근무환경이 어떠한지 실제 시각장애인 근로자들의 경험을 정리했다.
일찍 출근해도 출근체크 못해서 늦게 퇴근?
시각장애인 근로자 A 씨는 회사에 누구보다도 일찍 출근한다. 회사에서 유연(탄력)근무를 운영하기 때문에 오전 8시에 출근하면 출근한 시간부터 8시간 근무한 후 퇴근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회사 내부시스템에 로그인해서 ‘출근체크’를 해야 한다. 하지만 회사의 업무시스템은 시각장애인이 접근하기에 매우 어려운 구조라서 A 씨가 ‘혼자’ 출석체크하기가 쉽지 않다.
A 씨는 “입사 초기에는 이 업무시스템이 개선되기 전까지는 제가 아무리 일찍 출근해도 근로지원인이 출근해서 출근체크를 지원해주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면서, “출근체크뿐만 아니라 업무시스템에서 내부기안을 올리거나 직장동료들과 함께 회사의 업무를 공유해야 하는 내용들을 ‘직접’ 접하기가 매우 어려워서 근로지원인을 반드시 거쳐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근로지원인은 A 씨의 업무를 지원해주는 인력이니만큼 A 씨가 일찍 출근하면 근로지원인도 일찍 출근하면 되지 않냐고 질문했다. 그럼 근로지원인이 A 씨의 출근체크를 도와줄 수 있고 A 씨는 일찍 출근한 시간으로부터 8시간 근무한 뒤 ‘칼퇴’를 할 수 있다. 하지만 A 씨는 고개를 저었다.
A 씨는 “처음에는 그렇게 하고 싶었는데, 근로지원인 사업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기관이 근로지원인과 맺은 계약은 근무시간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면서 “즉 계약서상에 따라 출퇴근을 해야 하고, 근로지원인은 우리 회사 직원이 아니니까 유연근무도 적용이 되지 않아서 제가 아무리 일찍 출근하고 근로지원인도 일찍 출근해도, 근로지원인의 출근시간 인정은 9시부터다”고 고 말했다.
A 씨의 설명에 의하면, A 씨와 근로지원인이 8시에 출근해서 근로지원인이 A 씨의 출석체크를 지원해줘도 이는 근로지원인의 ‘근로지원’으로 반영되지 않는다. 근로지원인 계약서상에 따라 오전 9시부터 근로지원인의 출근이 인정되고, 계약서상에 따라 저녁 6시가 되어야 근로지원인은 퇴근할 수 있다. 그럼 A 씨는 오전 8시에 출근해도 업무시스템에 혼자 접근이 어렵기 때문에 ‘퇴근체크’ 역시 근로지원인이 오후 6시에 퇴근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비로소 퇴근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는 ‘초과근무’를 한 셈이다.
A 씨는 “지금까지 장애인단체든 아니든 근무를 하면서 업무시스템에 시각장애인의 접근이 원활하게 이루어졌던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면서 “회사에서 업무시스템, 그러니까 회사 홈페이지를 관리할 업체와 계약을 할 때 그 업체가 시각장애인의 웹 접근성을 얼마나 잘 이해하는지가 중요할 텐데 지금까지 제 경험에 의하면 장애감수성은 마이너스 수준이었다”고 강조했다.
회사의 홈페이지를 관리할 업체는 회사측에서 원하는 조건과 내용을 반영하여 홈페이지와 업무시스템을 만들고 관리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시각장애인의 웹 접근성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다는 게 드러나면서 계속해서 개선과 보완의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 과정을 거쳐서 시각장애인이 어느 정도 접근할 수 있게 되기까지 시각장애인 근로자는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A 씨는 “우리나라는 먼저 뭔가를 만들어놓은 뒤, 장애인의 접근성이 보장되지 않았다는 게 드러나면 그때서야 부랴부랴 개선하기 바쁘다”고 비판하면서 “웹이든 건축이든 무엇이든 처음에 설계를 할 때부터 장애인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의 접근성을 고려해야 하는데, 예쁜 디자인, 저렴한 비용 등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 같아서 장애인과 같은 정보취약계층만 계속 불편함을 겪는 것 같다”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청소 아주머니가 회사 문 열어줘야 출근?
시각장애인 근로자 B 씨는 늘 출근하는 시간이 웃프다. 회사에서 항상 가장 먼저 출근하는 B 씨지만, 정작 잠겨있는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과정에서 늘 애를 먹는다. 사무실 문을 열기 위해 비밀번호를 눌러야 하는데, 비밀번호가 터치식이기 때문에 시각장애가 있는 B 씨는 접근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B 씨는 “일찍 출근하면서 항상 기대 아닌 기대를 하는데, 건물을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나보다 먼저 출근했으면 하는 기대다”면서 “건물 청소하는 분들은 건물 내 사무실들의 비밀번호를 다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제가 출근할 때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비밀번호를 눌러서 사무실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곤 한다”고 설명했다.
디지털시대라고 불리는 요즘 많은 건물의 출입장치가 비밀번호를 ‘누르는’ 방식보다 ‘터치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누르는’ 방식이라면 시각장애인이 각 번호의 위치를 촉감으로 확인하며 직접 비밀번호를 입력할 수 있다. 반면 ‘터치하는’ 방식인 경우에는 볼 수가 없기 때문에 원하는 번호의 위치가 어디인지 시각장애인은 알 수 없다. 결국 B 씨는 기대대로 청소 아주머니를 만나지 못할 경우 일찍 출근해도 사무실에 들어가기가 어려워진다.
B 씨는 “잘 살펴보면 사람들이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더라도 사실은 시각장애인이 접근하기에 매우 불편한 구조가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면서 “그냥 다수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정보취약계층까지 모든 사람들을 고려한 ‘다수’의 편리함을 고려하고 생각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