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석의 잡썰] 당신의 1년, 안녕하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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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계엄 이후 1년 동안 내란 재판이 지연되면서 사회는 민주·극단적 우파와의 갈등 속에서 깊은 불신과 교착 상태에 빠졌다고 진단한 이용석 편집장은 이 정치적 혼란은 특히 장애정책을 가장 크게 후퇴시키며 예산 삭감, 정책이행의 지지부진 등 우려스러운 정책 공백을 초래했다. 이 편집장은 내란 재판을 신속히 끝내야만 새로운 행정부의 장애정책에 대한 관심을 돌려야 흔들리지 않는 정책구조로 재건하는 것이 민주주의 회복과 사회적 신뢰 회복의 핵심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윤석열의 계엄 이후 1년 동안 내란 재판이 지연되면서 사회는 민주·극단적 우파와의 갈등 속에서 깊은 불신과 교착 상태에 빠졌다고 진단한 이용석 편집장은 이 정치적 혼란이 장애정책을 가장 크게 후퇴시켰다고 진단했다. 특히 예산 삭감, 정책이행의 지지부진 등 우려스러운 정책 공백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이 편집장은 내란 재판을 신속히 끝내야만 새로운 행정부의 장애정책에 대한 관심을 돌려야 흔들리지 않는 정책구조로 재건하는 것이 민주주의 회복과 사회적 신뢰 회복의 핵심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 유튜브 MBC 뉴스 갈무리
이용석 편집장
▲이용석 더인디고 편집장

[더인디고] 12월 3일. ‘계엄’이 벌써 1년을 맞는다. 놀란 시민들이 국회를 둘러싸고 군 투입을 저지하는 사이 국회가 신속히 계엄이 해제되었다. 한 달 후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고 계엄 관련 핵심 인사들을 줄줄이 체포되면서, 수많은 시민은 최소한 민주주의의 최소 안전장치는 작동했다고 믿고 싶어 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새로운 대통령이 당선되고 다시 정부체계가 마련되었지만 계엄으로 인한 내란 사태는 여전히 ‘재판 중’이라는 이름의 연옥을 맴돌 뿐이다. 민주주의는 폐허 위에서도 자라날 수 있다지만, 정의의 지연은 민주주의의 불신을 움트게 한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체감하는 중이다. 문제의 핵심은 재판의 지연이 단순한 사법 행정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사회 전반을 헤집었던 구조적 교착으로 변질되고 있는 듯 한 전조마저 엿보인다는 점이다. 게다가 미국 대통령인 트럼프의 무례한 압박—한국은 동맹으로서 미국에 투자를 해야 한다—는 이 교착상태를 더욱 질식시키는 외풍으로 작용하고 있다. 내란의 잔재가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외교·경제적 압박이 더해지니 사회는 겉으로는 안정을 되찾는 듯하지만 보이지 않는 사금파리 같은 균열 위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형국이다.

지난 1년 동안 민주시민들과 극단적 우파 세력과의 무한 충돌이 단순한 ‘정치적 논쟁’을 넘어, 일상과 정책, 지역 공동체를 균열시키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내란을 시도했던 세력은 법의 심판대에 끌어올려졌으나 재판이 진행될수록 ‘탄압받는 피해자’라는 정치적 프레임을 구축하며 결집을 강화하고 있고, 그 잔당 세력은 정치적 혼란을 지렛대 삼아 각종 정책과 법안을 “정치 보복”으로 치환하려 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국회는 기본적인 합의조차 더디고, 사회의 양극화는 ‘이념’보다 ‘불신’을 중심축으로 더욱 공고화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고, 국가의 공적 역량이 내란 수습에 과도하게 투입되면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은 자연스레 후순위로 밀려나고 있는 형국이다.

정치적 위기는 언제나 가장 약한 곳을 먼저 무너뜨린다. 이번 내란 사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1년간 장애정책은 “정책 이행의 지지부진”, “행정의 불확실성 증폭”, “예산안의 후퇴”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 정책 이행 과정에서 지지부진하거나 후퇴된 사례가 지난 국정감사를 통해 백일하에 드러났다. 인권문제부터 기왕에 있어왔으나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활동지원대상자 종합조사에서의 문제점이 불거지기도 했다. 내란 사태 이후 행정부는 적극적 정책 결정을 회피했고, 국회 또한 내란 관련 법안·청문회·특검 일정에 매몰되면서 장애정책을 충분히 챙기지 않았다. 게다가 예산이 직격탄을 맞았다. 정치 불안은 항상 복지예산에 부정적이며, 내란 이후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겠다. 특히 경기도는 노인•장애인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바람에 장애당사자들이 이 추운 겨울에 거리로 나서야 했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점은 정책 인프라가 기울어져있다는 점이다. 내란 사태는 단순히 전 대통령의 사법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공무원 조직은 기존 지시체계가 붕괴된 후 ‘정책 판단을 회피하는 관료주의’가 급속히 확산되었다. 장애인콜택시 개선 계획, 재난약자 대책, 지역사회 통합돌봄 체계 등은 누구도 나서서 이행 과정을 들여다보지 않아 붕 뜬 행정으로 전락할 조짐마저 보인다. 이렇다보니 현장의 부담은 늘어났고, 장애당사자들은 정책이 멈춰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

내란 재판이 늦어지면서 피해는 단순히 ‘정치권의 혼란’에 머물지 않는다. 재판이 늦어질수록 사회는 미래 방향성을 잃고, 국민은 도대체 왜 이리도 더디게 진행되는지 허무감에 빠진다. 특히 장애정책은 미래지향적 과제이자 장기적 로드맵이 필요한 영역이기 때문에 국가의 정치적 불확실성은 곧 장애시민의 삶의 불확실성으로 이어진다. 민주주의의 가치는 법과 제도만으로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내란 재판의 지연은 우리 사회가 어떤 가치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지를 드러낸다. 지금의 지체된 정의는 결국 사회적 약자에게 가장 큰 비용을 전가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정의의 적시성’의 중요성은 내란 사태를 매조지하는 과정에서 다시금 새삼스럽게 증명되고 있는 셈이다.

이 혼란의 시간을 끝내기 위해서는 먼저 내란 재판의 신속한 처리와 책임 규명이다. 정의는 신속한 결과를 도출할 때에 비로소 공동체의 신뢰 회복과 이어진다. 책임 규명은 보복이 아니라 무너진 민주주의의 재건 과정 중에 하나다. 이제 내란으로 지지부진해진 장애정책을 원상 복구하는 수준으로는 부족하다. 국가적 비상사태에서도 권리가 흔들리지 않는 구조를 통해서만 독립적인 집행 구조, 접근성·돌봄·의료 분야의 권리보장 인프라 구축이 가능해진다.

1년이 지났다. 우리는 여전히 민주주의의 재건 현장에 서 있다. 그래서 어떤 위기 속에서도 잊어서는 안 되는 질문은 단 하나다. 가장 약한 시민의 권리는 얼마나 지켜졌는가? 내란을 심판하는 법정은 한 개인의 죄를 묻는 자리가 아니라, 우리 공동체가 앞으로 어떤 나라가 될 것인지 선택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래서 새삼 되묻는다. 당신의 지난 1년은 정녕 안녕하시렵니까?

[더인디고 THEINDIGO]

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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