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습관적으로 해당 번호를 인터넷에 입력해봤는데, 국민연금공단이다. 청각장애가 있어서 전화를 받을 수 없었고, 옆에 대신 받아줄 사람도 없어서 받지 않았다. 그리고 몇 분이 지난 뒤 문자가 왔다.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를 잘 이용하고 있는지 궁금하여 연락했으니, 연락달라는 내용이었다. 기관 번호로 된 웹 발신 문자라 답하지 않았다.
다음 날, 국민연금공단에서 다시 전화가 왔다. 이번에는 업무 중이어서 전화를 바로 받지 못했는데, 곧 활동지원사와 같이 있게 되었을 때 활동지원사를 통해 국민연금공단에 전화를 했다. 그렇게 국민연금공단에 전화해서 가장 확인하고 싶었던 건 한 가지였다. 장애인이 활동지원서비스를 잘 이용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장애인의 연락처로 전화하는 거라면, 해당 장애인이 무슨 유형의 장애가 있는지 정도는 파악하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국민연금공단에서는 무슨 유형의 장애가 있는지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럼 장애인이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으면 전화 통화가 어려우니까 문자로 연락하고 소통해야 하는데, 왜 전화를 하느냐는 활동지원사의 물음에 국민연금공단의 답은 황당하기 그지없다. ‘이전에 통화한 내역이 있어서’란다.
단언컨대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를 10년 넘게 이용하면서 국민연금공단과 비대면으로 직접 소통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국민연금공단은 공공기관이고, 직원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로 장애인이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경우라도 개인번호를 통한 문자 메시지로 소통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자로 소통을 하지 않으니 당연히 통화 기록만 남게 되는데, 그 ‘기록’만 보고 ‘소통이 원활하게 되었는지’나 ‘어떤 개선이 필요한지’는 제대로 고려하지 않는 걸까.
더욱 황당한 건 장애인이 무슨 장애를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다면서 활동지원사와 전화가 연결되자 장애인이 활동지원서비스를 잘 이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잘 이용하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모니터링을 하면서 지금 통화하고 있는 사람이 장애인이 아니고 활동지원사인데 어떻게 궁금한 것에 대한 답변을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걸까. 혹시라도 활동지원서비스가 불편하다고 대답하고 싶은데, 그 불편함을 제공하고 있는 활동지원사가 그대로 들으면서 전화를 하면 장애인도, 활동지원사도 얼마나 불편할까.
활동지원사가 그런 내용은 장애인 이용자와 직접 소통해야 하는 거 아니냐면서 항의했고, 그제야 국민연금공단은 문자로 장애인과 직접 소통한다고 하고 통화가 끝났다. 나름대로 항의도 하고 이해도 했으니만큼 장애인이 활동지원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문자로 곧 올 거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국민연금공단은 10년 넘게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불편하게 생각했던 그 느낌이 깊게 뿌리내린만큼 쉽사리 변하지 않았다.
활동지원사가 통화를 종료한 뒤 곧 문자가 왔다.
[Web발신]
안녕하세요 국민연금 OO지역본부입니다 모니터링차 전화드렸으며, 현재 활동지원서비스 이용시 관련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추후 연락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국민연금 OO지역본부
해당 직원은 모니터링차 연락했다면서 모니터링을 진행하지도 않았다. 모니터링을 위한 질문을 문자로 하겠다면서 질문을 하지 않고 오히려 궁금한 게 있으면 연락하란다. 국민연금공단의 장애감수성이 이러한데, 과연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가 좋은 방향으로 개선되고 발전될 수 있는 걸까.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도시가스 점검을 위해 방문하는 직원, 연구참여를 의뢰하려던 연구원이 떠오른다. 두 사람이 일하는 곳 모두 공공기관이고, 처음에는 전화를 했다. 청각장애가 있어서 받지 않자 그 다음부터 자발적으로 문자를 보내 소통했다. 기관번호가 아닌 개인번호로 문자를 보냈기 때문에 바로바로 답장을 보내며 직접 소통할 수 있었다.
장애인이 이용하는 서비스의 경우, 누구보다도 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가 중요하다. 그러면 그만큼 장애인의 환경에 맞는 접근이 필수인데, 활동지원서비스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국민연금공단은 여전히 그렇지 못하다. 지금까지와 같은 장애감수성이라면, 서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의 모니터링은커녕 소통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것이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