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식은 합법, 내용은 배제?.. 재단 이사장 선출을 둘러싼 균열
- 장애인단체 이사 사임 직후 강행 선출, ‘정체성 훼손’ 논란 확산
- 장애인재단 운영, 역할 놓고 발전적 논의로 이어질까
[더인디고] 한국장애인재단 이사장 선출을 둘러싼 갈등이 선출 하루 만에 공개적으로 분출됐다. 재단 이사회가 지난 12월 15일 이상묵 서울대 교수를 이사장으로 선출하자, 이튿날인 16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장총)과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장총련)와 성명서를 내고 “재단의 정체성을 흔드는 결정”이라며 즉각적인 재논의를 촉구했다.
이사회 투표 결과는 7대 1. 정족수와 의결 요건을 충족한 절차였지만, 장애인단체들은 “문제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장애인단체 측 이사들이 사임한 공백 상태에서 곧바로 이사장 선출이 이뤄졌다는 점이 절차적 정당성과 재단 운영의 균형을 동시에 훼손했다는 주장이다.
“인사 문제 아닌, 운영 방향에 대한 문제 제기”
장총·장총련에 따르면, 이번 이사 사임은 단순한 인사 갈등이나 개인적 불만 때문이 아니다. 재단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의사결정 구조가 전문가 중심으로 기울어 가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장애인단체장 이사들이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해 왔지만, 그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이사직 사임은 재단 운영 방향에 대한 마지막 문제 제기였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재단 이사회가 이 공백을 해소하거나 갈등을 조정하기보다는, 곧바로 이사장 선출을 강행한 것은 “문제를 봉합하기는커녕 오히려 증폭시킨 선택”이라는 것이 장애인단체들의 판단이다.
이사회에 단체장도 있는데… 왜 하루 만에 성명이 나왔나
한국장애인재단 이사회는 이사장을 포함해 교수·전문가, 장총·장총련 관련 단체장 등 총 13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때문에 재단 안팎에서는 “이미 장애인단체 측 이사가 참여하고 있는데 왜 이런 반발이 나왔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그러나 장애인단체들은 이사회 구성의 ‘형식’과 실제 의사결정 구조는 다르다고 본다. 단체 측 이사들이 존재하더라도 주요 의제가 전문가 그룹 중심으로 정리되고, 장애인단체의 문제 제기가 실질적 논의나 결정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가 고착화돼 왔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선출은 단체 측 이사들이 사임한 직후, 사실상 교수·전문가 중심의 판단으로 이사장이 결정됐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한 장애계 관계자는 “이사회에 단체장이 ‘있다’는 것과, 단체의 목소리가 실제로 ‘반영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이번 성명은 그 간극이 한꺼번에 드러난 결과”라고 말했다.
선출 하루 만에 나온 성명, 누적된 불신의 분출
이번 성명이 이사장 선출 하루 만에 나왔다는 점도 이례적이다. 내부 이견이 존재하더라도 일정 기간 비공개 조율이나 추가 논의를 거친 뒤 공식 입장이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에는 선출 직후 곧바로 공개 비판이 이어졌다.
이는 단기간의 감정적 반발이라기보다, 장애인단체의 참여 축소와 전문가 중심 운영에 대한 불신이 장기간 누적됐고, 이번 이사장 선출이 그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특정 인물 문제가 아니다”… 재단 정상화 요구
장총·장총련은 이번 문제 제기가 특정 개인을 겨냥한 공격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쟁점은 ‘누가 이사장이 됐는가’가 아니라, ‘어떤 구조와 조건에서 재단이 운영되고 있는가’라는 것이다.
이들은 성명에서 △논란이 해소될 때까지 이사장 선출을 기정사실화하는 후속 절차 중단 △장애인단체의 실질적 참여가 보장되는 조건에서 선출 과정 전반 재검토 △전문가 중심으로 굳어진 이사회 운영 구조 개선 등을 요구했다. 또한 장애인단체가 형식적으로 참석하는 수준을 넘어, 의사결정의 핵심 단계에서 책임 있게 논의하고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이사회 운영 원칙과 관행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한국장애인재단은 설립 초기부터 장애인단체의 참여를 기반으로 정체성을 형성해 왔다. 이번 이사장 선출 논란은 그 설립 취지가 실제 운영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그리고 ‘참여’가 단순한 자리 배분을 넘어 ‘실질적 권한’이 무엇인지, 더불어 재단으로서의 ‘투명성’과 앞으로 ‘실질적인 역할’ 등을 놓고 책임있는 논의로 이어질 지 관심이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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