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하면 탈락, 아프면 생존… 장애인 삶과 괴리
- 의료급여·소득산입 구조가 만든 ‘빈곤 고착 시스템’ 정면 비판
- 복지부 “빈곤층 전체 위한 최후의 안전망… 부정수급 등 고려해야”
- 한자연·국기법연대, 기초생활보장제도 전면 재설계 촉구
[더인디고]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오히려 장애인의 노동권을 가로막고 빈곤을 고착화한다며, 근본적인 전환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한자연)는 17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인 일할 권리보장과 제도개선 연구보고회’를 열고,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근본적 전환 필요성을 공론화했다.
이번 연구는 나사렛대학교 휴먼재활학부 우주형 교수를 책임연구원으로, 한자연과 국민기초생활보장법개정추진연대(국기법연대)가 공동 수행했으며, 약 8개월간 국민기초생활수급 장애인의 실태와 고용 특성을 분석해 제도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현행 제도가 장애인의 빈곤을 완화하기보다 오히려 ‘일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를 통해 빈곤을 고착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선 남정휘 문경대학교 교수는 ▲장애 추가 비용을 반영하지 않는 빈곤선 ▲낮은 근로소득 공제율 ▲중위소득 대비 과도하게 낮은 급여 기준 ▲의료급여로 인한 수급 탈락 공포를 장애인 빈곤의 구조적 원인으로 꼽았다. 특히 강제적 워크페어 방식이 아닌, 역량 강화를 중심으로 한 ‘액티베이션(Activation)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증장애인 고용 대안으로는 민간 중심의 현 체계를 넘어 국가가 직접 운영하는 ‘장애인 국영기업 모델’ 도입도 제안됐다. 김용탁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박사는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수년간 거의 개선되지 않으며 빈곤 탈출의 사다리가 되지 못하고 있다”며, 의료급여를 시혜가 아닌 보편적 건강권의 관점에서 재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수급자격 일시정지·유예 제도 도입과 노동경험 보장, 사례관리 연계 강화를 제안했다.
김성은 중구길벗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은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장애인의 노동을 구조적으로 가로막고 있다”며, 의료급여를 장애인건강권법 등으로 분리해 상시 보장하고, 취업 시 소득산입 유예와 단계적 급여 감액 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애인 수급자의 노동권 보장을 위한 별도 입법과 조직적 대응도 촉구했다.
장애인 당사자 발언에 나선 박기주 중구길벗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중증장애인에게 맞는 근로기준과 고용 안정, 그리고 소득과 무관한 의료보장이 없으면 빈곤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서 자신의 경험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홍승표 보건복지부 기초생활보장과 서기관은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장애인만을 위한 제도가 아닌 빈곤층 전체를 위한 최후의 안전망”이라며, “근로소득 유예와 공제 확대는 부정수급과 수급 탈피 지연 문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장애 특성을 반영한 지원은 별도의 장애인 정책이나 제정 법률에서 다룰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하지만 연구책임자인 우주형 교수는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이론상 ‘최후의 안전망’인 것 같지만, 현실에서는 최소한의 안전망에 머물러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수급자를 ‘근로 불능자’로 전제하는 제도 설계 자체가 현실과 맞지 않다”면서, “이를 유지하는 한 근본적 변화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는 행정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 설계와 관점의 문제”라며, “국기법 개정이든 특별법 제정이든 정치적 결단을 포함한 근본적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진형식 한자연 상임대표는 장애인 노동권 보장을 위해 국기법연대의 참여 단체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연대를 강화하겠다면서, 법 개정 추진을 약속했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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