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 다섯 명 중 네 명 “유도블록 위에서 장사해도 된다”
- 장애인 편의시설의 의미는 알면서도 이용하는 장애인을 본 적 없다는 게 이유
- 이론보다 사례 중심의 교육 강화해야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서울에 소재한 S 백화점의 지하상가에는 카트를 이용해서 요구르트를 판매하는 A 씨가 있다. 그런데 A 씨는 요구르트들이 담겨 있는 카트를 지하상가의 중앙에 디자인되어 있는 노란색 유도블록 위에 세워둔 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요구르트를 판매하고 있었다. 특히 A 씨는 한 위치에 오래 머물지 않고 카트를 계속 이동시켰는데, 이동시키는 경로가 하필 유도플록을 따라갔다. 마치 철도가 철길을 이탈하면 안 된다는 듯이 고집스럽게 유도블록 위로만 카트를 이동시키다가 멈춰서 요구르트를 판매하고, 다시 카트를 이동시키기를 반복했다.
A 씨를 지켜본 결과, 지하상가에서 갈림길이 나오는 곳, 점블록(점으로 구성된 유도블록) 부근에서는 사람들이 많이 다닌다는 점을 감안했는지 유독 카트를 세워두는 시간이 길었다. 선블록(선으로 구성된 유도블록)은 카트를 천천히 이동시키면서 요구르트를 사려는 사람이 나타나면 카트를 세우곤 했다. 그렇게 긴 지하상가를 천천히 왔다갔다 하면서 요구르트를 판매했다. 유도블록을 한 번도 이탈하지 않은 채.
지하상가가 조금 한산해져서 A 씨도 쉬고 있을 때, 기자가 다가가서 지금 카트가 세워진 곳의 밑에 있는 노란색 블록이 어떤 건지 아느냐고 물었다. A 씨는 대수롭지 않게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이라고 대답했다. 기자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시각장애인의 보행을 위해 디자인된 건데, 카트를 유도블록 위로 이동시키거나 유도블록 위에 세워두고 요구르트 판매하는 건 잘못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러자 A 씨는 “이 일을 1년 넘게 했는데, 지금까지 유도블록 위로 지나가는 시각장애인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면서 “또 유도블록이 지하상가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어서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 좋다 보니까 이렇게 된 건데, 혹시라도 시각장애인이 나타나면 카트를 비켜주면 되지 않느냐”고 오히려 기자에게 반문했다.
기자는 시각장애인이 나타나더라도 시각장애인은 카트의 존재를 보지 못하는데, 만약 시각장애인이 걸어오고 있는데 마침 A 씨는 다른 쪽을 향해 서 있으면 시각장애인의 존재를 알지 못하니까 사고가 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자 A 씨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면서 “저는 장사하면서 항상 전후좌우를 살피기 때문에 그(시각장애인이 걸어오는 것) 정도는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면서 “저 장사해야 해서 바쁘니까 어서 가던 길이나 가시라”고 기자의 등을 떠밀었다.
기자는 기자의 신분을 밝히고 A 씨의 행동이 법령에 위반되어 신고 시 벌금을 내게 된다고 했다. 장애인 주차구역에 다른 차량이 주차하거나 ‘장애인차량 주차’가 아닌 다른 용도로 사용될 때 신고하면 벌금을 내게 되는 것과 같은 내용이라고. 시각장애인의 안전한 보행을 위해 디자인된 유도블록을 이런 용도로 사용하는 것도, 특히 점블록은 방향이 바뀌거나 위험하다는 걸 시각장애인에게 알려 주는데 점블록에서 오래 머무는 것도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그제야 A 씨는 “카트를 이동시키면서 장사하는 거라 사람들의 시선을 잘 끌 수 있어서 그랬던 건데, 법령에 위반되는지는 미처 몰랐다”면서 “앞으로 주의하도록 하겠다”고 말한 뒤 카트를 정리해서 지하상가를 떠났다.

기자는 지하상가에서 시민 다섯 명을 대상으로 짧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유도블록 위에 카트를 세워놓고 요구르트를 판매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묻는 내용이었는데, 다섯 명 중 네 명의 시민이 “그래도 된다”고 대답했다. 나머지 한 명은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그래도 된다”고 대답했던 한 시민은 “유도블록이 시각장애인의 보행을 위해 디자인된 거라고 잘 알고 있지만, 실제로 시각장애인이 유도블록을 통해 보행하는 걸 본 적이 없다”고 말하면서 “시각장애인이 잘 사용하지도 않는데, 그냥 카트를) 좀 세워 두고 장사하는 게 무슨 잘못이냐”고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된다”고 대답했던 또 다른 시민은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전제하면서 “시민들이 장애인을 위한 디자인이라는 걸 알면서도 정작 장애인이 그 디자인을 활용하는 모습을 많이 보지 못한다”면서 “그래서 ‘잠시 사용해도 되겠지’라는 인식이 생기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또 그는 “장애인 주차장의 경우는 거기에 ‘장애인 주차구역’이라는 표시가 있음에도 택배차량이 주차하거나 다른 짐을 두는 용도로 활용할 때도 있다”면서 “요즘처럼 개인주의와 ‘빨리빨리’가 부른 안타까운 현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무겁게 말했다.
이와 관련해 10년째 시각장애인의 활동지원사로 근무하고 있다는 B 씨는 “유도블록 위에서 요구르트 장사뿐만 아니라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곳도 있고, 주차를 해놔서 보행이 어려운 경우를 종종 경험했다”고 사례를 소개하면서, “제가 느끼기에 사람들은 ‘장애인 편의시설’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냥 사용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B 씨는 “하루는 시각장애인 이용자와 휠체어를 타는 지인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늦게 오신 어르신들이 먼저 온 우리를 안중에도 없다는 듯 먼저 엘리베이터를 타시더라”면서 “저는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장애와 관련된 교육을 강화하고, ‘이론 중심’보다는 ‘사례 중심’으로 어떤 문제가 있고 어떤 중요성이 있는지를 의무적으로 교육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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