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찬의 기자노트]소득과 재산에 따라 제한되는 장애인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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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연금은 ‘중증’장애인만 대상으로 하고 있다. 또 중증장애인이더라도 소득과 재산에 따라 아예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박관찬 기자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2023년 연구원으로 근무했던 적이 있다. 채용이 확정된 후 첫 출근에서 인사담당자로부터 받은 근로계약서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 급여가 300만원이 넘었기 때문이다. 직전 직장에서는 만 4년을 근무했지만 4대보험 등을 빼면 실수령 월급이 200만원을 겨우 넘는 수준이었다. 월급이 100만원 이상 수직상승했던 것이다.

급여가 오른 만큼 열심히 일하며 새로운 직장 생활을 한 지 두 달이 지났을 때, 구청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내 소득 수준이 올라갔기 때문에 장애인연금이 중단된다는 내용이었다. 20대 초반부터 20년 가까이 단 한 번도 중단된 적 없이 꾸준히 받아오던 장애인연금은 급여가 올라갔다는 이유로, 소득이 올라갔다는 이유로 그렇게 중단되었다.

장애인연금은 중증장애인의 소득‧재산을 고려해 매월 일정액을 지급하는 사회보장제도로,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 보전 및 생활안정 지원을 목적으로 한다. 좋은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그 목적과 대상에 있어서는 다소 의문이 든다. 2023년 기자의 경우처럼 소득이 높으면 아예 지급이 안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장애인이지만 ‘중증’아 아니면 역시 연금을 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장애인연금을 받는 중증장애인은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데, 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본인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 매월 내야 하는 본인부담금이 얼마인지는 중증장애인의 소득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 즉, 소득이 높으면 그만큼 본인부담금액도 올라가는 것이다.

누군가 더 좋은 조건으로 이직하거나 어떤 이유로 소득이 이전보다 높아졌다면 그에 상응하는 ‘누릴 권리’가 있지 않을까. 소득이 오른 만큼 사용하고 누릴 수 있는 권리 말이다. 하지만 중증장애인은 소득이 오르더도 그것을 누릴 권리보다는, 오히려 장애로 인해 보전해야 할 부분이 없어지거나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오히려 더 올라가는 것을 걱정해야 할 수도 있다.

장애인연금의 목적 중 하나인 ‘장애로 인한 비용보전’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앞서 언급했던 활동지원서비스 본인부담금, 보조기기나 보장구 관련 수리 및 교체 비용, 병원 진료비 등이다. 이를 장애인연금으로 보전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중증장애인의 소득이 올라가서 장애인연금이 중단된다면 ‘장애로 인한 비용 보전’은 온전히 중증장애인의 개인 소득에서 해결해야 한다.

취재를 하면서 만났던 시각장애인이 있다. 그는 안마사로 일하면서 급여를 오로지 ‘현금’으로만 받는다고 했다. 목적은 명확했다. 기초생활보장수급권자로서의 자격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 역시도 장애인연금처럼 소득에 따라 자격 유지에 제한을 두고 있는 것이다. 그 시각장애인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기초생활보장수급권자로서의 자격을 상실하고 안마사로 일하면서 받는 급여만으로는 제대로 자립생활을 영위할 수 없다고. 하지만 다른 일을 하고 싶어도 중증장애인에 대한 급여가 낮은데, 그 급여를 받느라 기초생활보장수급권 자격까지 상실하게 되면 생활이 더 나빠지지 더 좋아지지는 않는다고. 일을 그만두게 되면 다시 기초생활수급권자가 되기 위해 신청하더라도 반드시 된다는 보장도 없으니까 이 방법밖에 없다고.

기자는 연구원으로 근무하는 동안 장애인연금이 중단되었는데, 그 연구원은 7개월짜리 단기 계약직이었다. 계약 만료 후 다시 장애인연금을 신청해야 했고, 신청 후 심사기간 등을 거쳐 3개월이 지난 후에야 장애인연금을 다시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 뒤로 웃지 못할 걱정이 한 가지 생겼다. 월 소득이 높을 것 같으면 혹시라도 장애인연금이 중단되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장애인을 위한 정책과 서비스, 제도는 분명히 존재하는데, 한편으로는 대한민국 장애인들이 온전히 그것들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 정말 장애인에게 필요하다면 그 장애인에게 맞춰진 정책과 서비스, 제도가 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여기저기 아쉬움이 있다. 장애인연금만 해도 소득과 재산에 따라 제한될 수 있다는 것 외에 중증장애인이 아닌 장애인은 장애인연금을 받지 못한다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장애에 대한 패러다임이 의료적 모델에서 사회적 모델로, 더 나아가 이제는 문화적 모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계속 변화하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장애를 진단받는 과정에서는 의료적 모델에 근거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즉 장애로 인해 활동지원서비스가 필요하고 장애인콜택시도 이용할 수 있는 대상이 된다는 충분한 심증이 있더라도, 의료적 모델에 따라 ‘경증’ 장애로 진단받는다면 해당 지도와 서비스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장애인연금을 받지 못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이 아무리 발전한다고 해도 장애인이 가진 ‘장애’는 기본값이다. 기술이 장애를 보조하고 조금 더 편리하게 해 줄 수 있을지언정 비장애인이 되게 해주지는 않는다. 천차만별로 다양한 유형과 특성이 있는 장애에 대해 어느 경우는 되고 어떤 경우는 안 된다는 것도, 소득 수준에 따라 자격의 기준이나 제한을 두는 것도 합리적인 방향인지 심도있는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대구대학에서 장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며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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