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모니터링센터, 5명의 중증장애가 있는 연구원들로 포진
- 안형진⋅임상욱 박사, 당사자 관점 중심 모니터링 강조
- 중증장애 연구자들은 왜 외곽에만 머물렀는가, 자성해야
- 장애인정책모니터링, 정책 대상’에서 ‘정책 주체’로
[더인디고=이용석 편집장]
서울시 화곡동에 위치한 (사)한국장애인인권포럼(대표 성현정) 부설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에는 모두 6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 중 5명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중증의 장애당사자 다. 장애인정책을 모니터링하는 조직의 구성원 대부분이 실제 정책의 영향을 받는 사람들로 채워져 있다는 점에서, 모니터링센터는 현재 우리나라 수많은 장애인단체들 중에서도 보기 드문 인적 구조를 갖추고 있다.
그 중심에는 안형진, 임상욱 두 연구자가 있다. 두 사람은 모두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받은 장애당사자 연구자다. 장애인단체 현장에서 15년 넘게 활동하며 학업을 병행했고, 불안정한 생계를 걱정하면서도 ‘장애당사자 중심의 정책 생산’이라는 문제의식을 끝까지 붙들어 왔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한국장애인인권포럼의 고유사업이던 장애인정책모니터링 사업이 공모로 전환된 후에야 이들은 모니터링센터의 계약직 일원으로 합류했다. 비로소 장애인정책 모니터링 사업은 이들 두 사람이 모니터링 분석틀 설계와 체계 및 분석을 맡기 시작하면서부터 모니터링의 장애당사자 관점으로 성격이 바뀌기 시작했다.
안형진 박사는 장애인정책 모니터링 연구의 구조부터 문제 삼는다. “그동안 장애인정책은 대부분 비장애 전문가가 설계하고, 장애인은 조사 대상이나 사례 제공자로만 등장했습니다. 정책을 해석하고 평가하는 자리에 당사자는 거의 없었습니다.” 그의 말처럼, 장애인정책은 늘 ‘대상자 관리’의 영역으로 다뤄져 왔다. 정책을 설계하는 주체와 정책의 영향을 받는 주체가 분리된 구조 속에서, 장애시민은 정책의 생산자가 아니라 소비자로만 존재해 왔다는 거다. 임상욱 박사 역시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당사자 참여라고 하지만, 실제 참여는 형식적 자문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모니터링 설계, 분석, 평가 단계에는 거의 당사자가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임상욱 박사는 장애 관련 법률에 근거로 제정⋅시행 중인 1,332건의 자치법규를 모니터링해 분석했고, 안형진 박사는 ‘언론보도 및 방송 내 장애 혐오/비하 표현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주류 방송 및 언론의 장애 혐오 및 비하 표현의 양태를 집중 분석했고, 말하자면 ‘복지의 이행 여부, 장애 비하/혐오 발언의 양적 정량화’ 등을 스스로 개발한 분석틀을 기반으로 분석해 ‘장애인정책이 어떤 시민을 전제로 설계되었는가’를 꼼꼼하게 짚었다.
■ 안형진⋅임상욱…장애인정책의 당사자성을 민주주의 핵심 쟁점으로 격상
이들 두 사람은 지난 2025년 『한국장애학회』 제10권 제2호에 실린 논문 「장애인자립생활 연구에 관한 장애당사자 연구자의 관점 분석-해방적 패러다임 관점을 중심으로」을 함께 썼다. 자립생활 연구가 어떤 관점과 철학을 갖고 진행되어 왔는지를 ‘해방적 패러다임’의 기준으로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장애인단체 현장에서 활동하며 정책을 직접 다뤄 온 실천 연구자인 만큼 자립생활에 대한 사회적 모델, 객관성, 연구방법, 경험, 결과공유라는 여섯 원칙을 적용해 분석했다. 그 결과, 사회적 모델 반영과 자료수집, 연구방법, 경험의 반영은 비교적 충실했으나, 연구 재정 지원과 연구결과의 접근성 보장은 매우 부족하다는 한계를 확인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를 통해 개인의 변화보다 환경·제도·담론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등 장애시민의 경험을 연구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기존 비장애 전문가 중심 연구와 뚜렷이 구별된다. 다시 말해서 장애당사자 연구의 확산을 위해 안정적 재정 지원, 다양한 장애유형을 반영한 연구방법 개발, 사회적 모델에 기반한 철학 확립이 필요하다고 제언하고 있다. 이 논문의 배경에는 두 사람의 독특한 이력과 역량이 담겨있다. 이들의 연구는 장애운동의 현장에서 축적한 경험을 철학적 규범 분석으로 끌어올렸다. 특히 공공선, 시민성, 민주주의 이론을 자립생활운동 사례와 정교하게 결합해 우리나라 장애인정책을 당사자중심의 민주주의의 핵심 쟁점으로 격상시켰다는 평가다. 무엇보다도 장애인정책이 어떤 구조 속에서 왜 반복적으로 실패하는지를 체계적으로 드러냈으며, 숫자와 통계가 곧 대표성과 권력 구조를 보여주는 언어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 장애인정책 전문가의 역할…역량 상관없이 구조적 문제로 밀려
무엇보다 두 사람의 연구가 갖는 가장 큰 의미는 ‘장애당사자가 만드는 정책 언어’라는 점이다. 그동안 장애인정책 연구는 주로 비장애 전문가의 영역이었다. 장애시민은 사례 제공자이거나 인터뷰 대상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 논문에서 장애시민은 분석 주체이고, 규범 설계자이며, 정책 감시자다. 연구의 관점 자체가 대상 중심에서 시민 중심으로 이동한 셈이다. 이들 두 사람은 연구 역량 뒤에 감춰진 불편한 질문 하나를 툭, 던진다.
왜 지금까지 이들은 상근 연구자나 정책 담당자로 일하기 어려웠는가?
안형진 박사는 이를 ‘구조의 문제’라고 말한다. “의지가 없어서가 아닙니다. 사업 구조가 단기이고, 근무 형태가 현장 중심이며, 이동·보조·유연근무 체계가 거의 없습니다. 중증장애가 있는 저는 애초에 배제된 구조입니다.” 실제 수많은 장애인 관련 기관이나 단체들은 상담·권익옹호·행사 중심 직무에는 장애시민을 배치하지만, 연구·정책·재정·대외 협상 영역에는 비장애 활동가들이 주로 활동한다. 중증장애가 있는 이들은 상징적 참여나 ‘운동의 얼굴’로만 등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임상욱 박사는 이를 대표성의 위기로 본다. “장애인단체가 장애시민을 대표한다고 말하지만, 정책을 설계하고 평가하는 자리에 중증장애가 있는 시민은 거의 없습니다. 이건 내부 차별입니다.”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역시 공모사업으로 전환되고 선정 여부를 가늠할 수 없는 불안정한 상태가 된 후에야 비로소 중증장애가 있는 연구원들이 단기 계약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 장애인정책의 언어, 이제는 당사자의 언어가 되어야
그동안 이들 두 사람은 꾸준한 연구를 통해 불편한 몸의 사회 질서 경로를 분석하고, 발화가 어려운 입으로 민주주의의 언어를 재구성했다. 그래서 이들의 장애연구는 학술적 성과이면서 동시에 또 다른 형태의 장애운동이자 투쟁인 셈이다. 다시 말해서 장애정책은 복지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문제이며, 장애시민의 시민권 회복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권리라는 것을. 그리고 무엇보다 이들은 장애인정책을 감시하고 설계할 자격은 비장애 전문가만의 몫이 아니라 오히려 장애가 있는 전문가인 자신들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이 빚어낸 문장은 단순한 학술 텍스트가 아니라 우리나라 장애인정책이 앞으로 어떤 언어로 말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새로운 설계도이자, 민주주의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선언문이다. 이 선언은 곧 장애인정책 모니터링이라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결과를 통해 사회적 실천의 단초를 제공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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