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인디고 = 안승준 집필위원] “비장애인으로 살던 사람이 중도에 장애를 갖게 되면 달라진 자신의 상태에 적응하는 데 얼마쯤의 시간이 필요할까?”
처음 장애와 만난 이와 그 가족들에게서 가장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질문 중 하나이다. 맹학교에 다니는 대부분의 아이는 언뜻 봐서는 보이지 않는 눈으로 인한 불편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생활한다. 좌절이나 상실감 같은 심리적 동요를 찾아볼 수 없음은 물론이고 책을 읽고 이동하고 여가를 즐기는 모든 장면에서 각자의 상태에 맞는 방법들을 찾아 능숙하게 해낸다.
그렇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잘 살펴보면 몇몇 아이들은 자신의 장애를 받아들이는 것에 여전히 어려워하고 심리적 불안감을 보일 때도 있다. 이런 반응은 실명을 경험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들에게서 주로 나타나지만 때로는 경험의 시간과 관계없이 꽤 오랜 시간 장애 부적응의 상태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나의 학창 시절을 생각해 보더라도 어떤 녀석들은 특수학교 입학한 것이 뭐 그리 기쁜 일인지 매일매일을 즐기며 사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졸업하는 날까지도 세상만사를 모두 장애로 인한 비관으로 덮어씌우는 녀석들도 있었다. 튀어나온 벽에 부딪혀 생긴 혹을 만지면서도 깔깔대고 웃는 녀석이 있었는가 하면 지팡이 짚는 방법만 배워도 몇 날 며칠을 우울하게 지내는 녀석도 있었다.
다행인 것은 과도하게 밝았던 친구도 심하게 우울했던 친구도 수십 년 지난 지금에야 보이지 않는 장애 정도를 농담의 소재로 여길 만큼 삶의 일부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시간을 거슬러 다시 생각해 보면 내겐 너무 밝은 친구도 너무 어두운 친구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최근 어느 드라마에서 중도 장애인 캐릭터가 등장했나 보다.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는 설정인 것 같은데 장애 당사자들에겐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던 듯하다. 극 중에서 장애를 가지게 된 인물은 일반적 기준으로 보면 경증 장애에 해당하고 장애인이 된 지는 대략 10여 년 가까이 되었다고 했다. 그의 심리 상태는 극도로 불안해서 가족들은 감정받이가 되었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논란은 바로 그 부분이었다. 장애 정도나 장애를 겪은 기간을 생각해도 극 중 캐릭터의 무기력함과 분노는 과도한 설정이고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이 적지 않은 장애 당사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나 또한 일정 부분 그런 의견들에 동의한다.
주변에서 내가 만나는 다른 장애인들의 일반적인 모습에 비추어 본다면 극 중 캐릭터의 모습은 현실과는 괴리가 있었다. 미디어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그런 연출은 다수의 인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면에서 염려가 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모든 사람이 일정 시간이 지나면 비슷한 모양으로 장애를 수용한다고 생각하는 것 또한 위험하다. 같은 감기에 걸려도 끙끙 앓아눕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걸렸는지도 모를 정도로 잘 지내는 사람도 있다.
오랜 시간 감기로 고생하는 사람에게 얼마나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 아직도 감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냐고 채근하지 않는 것처럼 장애를 받아들이는 데 긴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 우리는 모두 같은 시간을 살아가지만, 각자의 시계는 조금 다른 속도로 흘러간다. 큰 충격에도 빠르게 회복되는 이가 있고 작은 상처에도 오랫동안 마음을 추슬러야 하는 이도 있다.
세상을 나의 시계로 바라보면 비현실적 캐릭터 투성이겠지만 상대의 시계로 바라본다면 그 또한 현실이다. 내가 느끼는 비현실은 나의 이해 부족일 수 있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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