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의 시혜는 끝났다”… 이동권, ‘편의’를 넘어 ‘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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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20주년 평가와 교통약자이동권보장법 제정 필요성 토론회 기념 사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20주년 평가와 교통약자이동권보장법 제정 필요성 토론회 기념 사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 지자체 재량 넘어 국가 책무로…공급자 중심 교통약자법 한계 지적

[더인디고] 교통약자의 이동을 ‘편의 제공’이 아닌 국가가 보장해야 할 기본권으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국회에서 다시 한번 확인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의원과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한준호 의원,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가 공동주관한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 20주년 평가와 교통약자이동권보장법 제정 필요성 토론회」가 28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3간담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2005년 제정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 20주년을 맞아 제도의 성과와 한계를 점검하고, 이동권을 국가 책임의 권리로 재정립하기 위한 입법 과제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용혜인·윤종오·천준호·전종덕 의원이 공동주최자로 참여했으며, 현행법이 교통약자의 이동을 권리가 아닌 ‘편의 제공’에 머물게 하는 공급자 중심 구조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별도의 「교통약자이동권보장법」 제정 필요성이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이동은 시혜가 아닌 헌법적 권리”

현장에는 박지원·이건태·강경숙 의원이 참석했다. 박지원 의원은 축사를 통해 “장애인 복지를 위해 헌신했던 김대중 대통령의 정신을 이어받아 교통약자 이동권을 법으로 온전히 보장하는 데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서미화 의원은 환영사에서 “지난 20년간 저상버스 도입과 특별교통수단 운영 등 제도적 진전이 있었지만, 지역 간 격차와 장시간 대기 문제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며 “이동권 보장이 지자체 재량과 예산 논리에 맡겨진 현행 체계의 한계를 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준호 의원도 “비장애인에게는 일상적인 이동이 왜 장애인에게는 ‘투쟁’이 되었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당연한 권리가 투쟁의 대상이 되는 현실은 정상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공급자 중심에서 권리 중심 체계로”

주제발표에 나선 초록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활동가는 현행법이 이동권을 명확한 권리로 규정하지 않아 지자체의 재정 여건과 정책 의지에 따라 보장 수준이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결책으로 제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발의된 「교통약자이동권보장법」을 제시하며, 해당 법안이 ▲정보접근과 사회적 지원을 포함한 이동권 개념 확장 ▲국가와 지자체의 예산 책임 명확화 ▲항공·해운·택시 등 모든 교통수단으로의 보장 범위 확대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사례 “이동은 권리”

사례발표에서 박진식 전국이동권연대 대전지부장은 지자체의 제도 미이행 문제를 짚었고, 최진기 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대표는 핀란드와 대만의 사례를 소개했다.

최진기 대표에 따르면 핀란드는 장애인의 취미·여가 이동을 월 최소 18회 보장하고, 출퇴근·학업 목적 이동은 횟수 제한 없이 지원한다. 대만은 2030년까지 시내버스를 100% 저상 전기버스로 전환한다는 국가 목표를 수립했다. 최 대표는 “이들 국가는 이동을 복지 혜택이 아니라 사회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보편적 권리로 인식한다”고 설명했다.

“이제는 ‘편의’에서 ‘권리’로”

종합토론에는 김동호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정책위원장, 조한진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한상원 공익법단체 두루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동호 위원장은 “지자체 재정 여건에 따라 이동권이 결정되는 구조는 명백한 차별”이라며 특별교통수단 운영비 국비 의무화와 미이행 지자체에 대한 제재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이동권 문제 해결을 위해 범부처 차원의 통합적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한진 교수는 “모든 버스에 휠체어 탑승 설비를 의무화하고, 현실과 괴리된 특별교통수단 법정 대수 기준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상원 변호사 역시 법률을 통해 국가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데 힘을 보탰다.

서미화 의원은 마무리 발언에서 “20년 동안 ‘편의’라는 이름으로 미뤄져 온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이제는 권리로 바로 세워야 할 시점”이라며 “교통약자이동권보장법 제정을 통해 이동권 보장의 국가 책임을 분명히 하겠다”고 밝혔다.

장애계의 25년 투쟁이 담긴 이번 입법 시도가 ‘예산의 벽’을 넘어 ‘모두가 이동할 자유’를 실현하는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국회 현장과 함께 유튜브 생중계로 공개됐으며, 자료집과 발언 내용은 향후 입법 논의의 기초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더인디고 THE INDIGO]

20년 넘게 과학교재를 만들고 있습니다. 1년간 더인디고 기자로 활동하며 사회적 소수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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