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석 총리, 첫 회의서 “ 의무 소홀한 기관 책임… 관련 법령도 손봐야”
- 장애계 “TF는 출발선에 불과… 정부·시설협회 뒤늦은 대응” 비판
- ‘인천 도가니사건’에 이재명정부 탈시설 정책, 시험대 올라
[더인디고] 인천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색동원’ 성폭력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이번 사태는 거주시설 인권침해 대응 수준을 넘어 이재명 정부의 탈시설 정책에 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의견더인디고] 인천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색동원’ 성폭력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이번 사태는 거주시설 인권침해 대응 수준을 넘어 이재명 정부의 탈시설 정책에 대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해 2월 색동원을 퇴소한 한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증언으로 시작된 경찰 수사에 이어, 올해 1월 19일 전문가 조사 결과가 언론을 통해 구체적으로 알려지면서 ‘색동원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를 비롯한 장애인단체들의 문제 제기는 더욱 거세졌다. 20년 전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 이른바 ‘도가니 사건’에 비견될 만큼의 충격이 더해지자, 김민석 국무총리는 범정부 합동대응 TF 구성을 긴급 지시했고, 2월 5일에는 직접 첫 회의를 주재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전국의 장애인거주시설 등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이하 시설협회)는 색동원 사건과 관련해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철저하고 신속한 진상조사를 촉구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장애계 안팎에서는 정부와 시설협회 모두 이미 지난해부터 색동원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실질적인 조사나 행정조치를 내놓지 않은 채 경찰 수사에만 의존해왔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 이미 심각성 알면서 뭐했나… 김 총리 긴급지시엔 알맹이 빠져”
실제 색동원 사건은 지난해 서울경찰청의 내사와 압수수색에 이어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 차원의 개입은 제한적이었고, 기존의 ‘50인 이상 시설 중심 조사’ 체계 안에서 즉각적인 행정조치가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는 김민석 총리의 범부처 TF 구성과 전국 시설 전수조사 지시에 대해 “새로울 것이 없는 전시행정”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도가니 사건 이후 전수조사는 이미 수차례 반복돼 왔고, 지난해 울산 태연재활원 사건 당시에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직접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약속했지만, 시설 중심 정책 자체는 유지된 채 구조적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시설장 두둔해온 시설협회… 뒤늦은 ‘입장문’이 오히려 논란 키워”
비판의 화살은 색동원 시설장 김모씨와 이를 둘러싼 시설협회로 향했다. 김씨는 최근 중앙 시설협회 이사직과 인천장애인복지시설협회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대위는 5일 성명을 통해 “임원직 사퇴만으로는 결코 면죄부가 될 수 없다”고 전제하며, ▲색동원 시설장 직무에서의 즉각적인 배제 ▲그동안 김씨를 비호해온 시설협회 임원진의 전원 사퇴를 촉구했다.
장애계에서는 5일 발표된 시설협회 입장문이 언론 보도와 총리의 긴급 지시 이후에야 나온 ‘뒤늦은 대응’으로, 오히려 비판을 키웠다는 평가도 나온다.
탈시설장애인연대는 6일 즉각 반박 성명을 내고 “유체이탈 화법이자 비겁한 꼬리 자르기”라며 “색동원 시설장을 두둔하며 공범을 자처한 시설협회 스스로가 수사 대상이 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알고도 결정하지 않았다”…전직 사무총장의 제보
이 같은 문제 제기는 시설협회 내부 사정을 알고 있는 전직 관계자의 증언으로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시설협회에서 사무총장으로 근무했던 A씨는 더인디고에 보낸 제보와 전화 통화에서, 협회가 사실상 사건을 인지하고도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A씨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이미 경찰 내사와 압수수색 사실이 협회 내부에 공유됐고 사안의 중대성 또한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 그는 “그럼에도 김씨에 대한 직무 제한이나 피해자 분리,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등 적극적인 조치로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열린 시설협회 이사회에서는 ‘윤리위원회 구성’과 ‘김모씨의 협회 이사직 배제’ 등의 안건이 상정됐지만, 윤리위원회 구성만 가결됐을 뿐 핵심적인 이사직 배제 안건은 부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외부 고발자가 아니라 내부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싸웠지만, 이사회의 소극적인 태도 속에서 더 이상의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결국 사직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의문의 색동원 인권지킴이단, 감시 체계는 작동했나”
이번 사태는 장애인인권지킴이단의 실효성 문제도 다시 드러냈다. 인권지킴이단은 2011년 광주 인화학교 사건 이후 도입된 제도지만, 색동원 사건과 울산 태연재활원 사건을 거치며 독립성과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탈시설장애인연대는 “시설장 지킴이로 전락한 색동원 인권지킴이단은 사실상 공범”이라며, “정부는 실효성 없는 인권지킴이단을 해체하고 외부 전문가에 의한 상시적·불시 감시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동안 인권지킴이단은 시설이나 중앙 및 지역 시설협회와 밀접하게 연결된 구조 속에서 실질적인 감시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반복된 전수조사 등에도 중대한 인권침해가 장기간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은, 현재의 감시 체계가 구조적 폭력을 막는 데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거주시설 조사에 참여했던 B씨 역시 “중앙 단위 인권지킴이지원센터는 사실상 시설협회가 위탁 운영하고, 각 시설의 인권지킴이단 역시 시설이 주도하는 구조”라며 “구성부터 회의 운영까지 시설 종사자 중심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과연 독립적인 감시가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조사와 처벌 넘어, 구조적인 문제 바꿀 수 있을까
김민석 국무총리의 긴급 지시와 범정부 합동대응 TF 1차 회의는 분명 이전과는 다른 대응 속도와 의지를 보여준다.
김 총리는 회의에서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이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명백한 위협이고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는 중대 사안”이라고 전제한 뒤, 특별수단을 발족한 경찰을 향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사 결과를 속도감 있게 발표해서 정부의 의지를 증명해 달라”고 강조한 데 이어, 복지부에는 “장애인 시설에 대한 형식적인 점검이 아니라 특단의 제도 개선안을 도출하고, 필요하면 관련 법령들도 마련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장애인단체 한 관계자는 “얼마나 빨리 하는가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바꾸려 하는가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현재 구조를 유지한 채 또 조사와 처벌이나 미봉책만 내놓는다면, 제2, 3의 태연재활원·색동원 사건은 드러나지만 않았을 뿐 반복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이번 사태가 진정한 전환점이 되기 위해선 김민석 총리의 TF가 거주시설 수용정책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가 관건”이라며, “결국 색동원 성폭력 사건은 이재명 정부의 장애인 정책 철학과 책임성을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임에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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