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석의 잡썰] 2026년 설날의 질문, 윷판의 구조를 바꿀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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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설날, 정치적 혼란과 더딘 내란청산 속에서 장애시민은 또다시 정치의 가장자리로 밀려나고 있다고 이 편집장은 진단한다. 그럼에도 장애당사자 국회의원이 네 명으로 늘어난 만큼 올해는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우려 속 기대했다. 그러면서 설날 전통 놀이의 배제를 비유 삼은 이 편집장은 이제는 장애당사자 국회의원들이 상징적 대표성을 넘어 제도의 규칙과 구조 자체를 바꾸어 누구도 예외가 되지 않는 민주주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6년 설날, 정치적 혼란과 더딘 내란청산 속에서 장애시민은 또다시 정치의 가장자리로 밀려나고 있다고 이 편집장은 진단한다. 그럼에도 장애당사자 국회의원이 네 명으로 늘어난 만큼 올해는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우려 속 기대했다. 그러면서 설날 전통 놀이의 배제를 비유 삼은 이 편집장은 이제는 장애당사자 국회의원들이 상징적 대표성을 넘어 제도의 규칙과 구조 자체를 바꾸어 누구도 예외가 되지 않는 민주주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ChatGPT 이미지
  • 예외의 정치, 어수선한 명절-설날에 돌아본 장애정치

[더인디고=이용석 편집장]

이용석 편집장
▲이용석 더인디고 편집장

곧 설날이다. 새로운 해가 시작되는 날이니 만큼 희망찬 하루가 되어야 할 테지만 언감생심이다. 앞날은 한 치 앞을 분간하기 어려워 불안하고, 가지런해야 할 나날들은 헝킨 실타래처럼 어수선하기만 하다. 1년이 지났지만 내란청산은 더디고, 그나마 내려진 법원의 판결은 시민들의 의 상식과는 멀다. 게다가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 균열은 한층 노골적이다. 이유조차 불분명한 정치 소용돌이 속에서 시민들은 “올해는 좀 나아질까”라는 질문을 되뇌며 식고 불어터진 떡국을 한 술 뜬다.

설날은 안부를 정겹게 나누는 날이다. 조상에게 절을 올리며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서로 웃는 낯으로 안부를 묻고 새해의 길흉을 점치는 날. 윷가락을 던지며 한 해의 운을 가늠했고, 연을 날리며 액운을 멀리 보냈다. 널뛰기와 제기차기 속에는 공동체의 호흡을 나누었다.

윷놀이는 둥그렇게 둘러앉아 서로를 바라보며, 제기차기는 뜀걸음으로 서로의 균형을 가늠한다. 널뛰기는 두 사람이 마주 서서 서로를 하늘로 높이 올린다. 이렇듯 설날에는 놀이를 통해 공동체 의식을 공유한다. 다만, 동시에 일정한 정신적⋅신체적 조건을 요구한다. 이동이 불편한 이, 청각·시각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운 이, 발달장애로 규칙 이해가 쉽지 않은 이들은 그 판의 가장자리에만 머물렀다.

정치도 다르지 않다.

거대한 의제들이 충돌하는 사이, 장애시민의 삶은 늘 ‘추후 논의’로 밀린다. 개혁과 적폐청산, 권력 재편의 혼돈 속에서 장애는 후순위가 된다. 예산 심의에서는 효율성이, 법안 논쟁에서는 속도전이 강조된다. 장애시민의 권리는 늘 “조금 더 상황을 보자”는 말 뒤에 숨는다. 설날 놀이에서 배제되었던 그 자리가, 오늘의 정치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설날 놀이에서 가장자리로 밀려났던 기억이, 입법의 장에서도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더 뼈아픈 것은 기대와 현실의 간극이다. 어느덧 장애당사자 국회의원이 네 명이 되었고 우리는 이들의 존재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다. 당사자의 언어가 법률이 되기를, 경험이 제도가 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이들의 분투만으로는 구조의 허들을 뛰어넘기는 쉽지 않다. 장애당사자 국회의원은 상징이 아니라 교두보다. 그들이 고립되지 않도록 정당과 정부, 시민사회가 의제를 공동의 과제로 끌어올리지 않는다면 숫자는 허장성세에 불과하다.

2026년의 세배는 정치에 대한 다짐이어야 한다. 세배는 단지 절을 올리는 행위가 아니라 관계를 재정립하는 의식이다. 묵은 감정을 털고 다시 공동체를 세우는 일. 그렇다면 2026년의 설날은 우리에게 어떤 선택을 요구할 수 있을까.

지금의 정치적 혼란은 거센 바람이다. 그러나 그 바람을 장애시민의 권리를 밀어 올리는 힘으로 전환하지 못한다면, 거센 바람 속에 띄운 연은 그저 흔들리다 떨어질 뿐이다 네 명의 장애당사자 국회의원이 있는 국회. 그것은 시작일 뿐 완성이 아니다. 윷판 위에 말이 놓였다고 해서 자동으로 목적지에 도달하지는 않는다. 규칙을 바꾸고, 판을 다시 그리고, 모두가 함께 도착할 수 있는 지름길을 다독여 헤집어 찾아야 한다.

윷가락을 다시 깎는 일이다. 규칙을 바꾸지 않으면 결과도 바뀌지 않는다. 장애시민의 노동을 예외로 두는 법, 접근성을 사후 보완으로 취급하는 제도, 복지와 권리를 분리하는 행정의 틀을 재설계해야 한다. 정치적 혼란이 클수록 기본권의 원칙은 더욱 선명해져야 한다. 연을 높이 띄우는 일이다. 연은 바람이 있어야 오른다. 지금의 갈등과 분열은 거센 바람이다. 그러나 그 바람을 두려워하기만 한다면 연은 땅에 머문다. 장애시민 권리를 보편적 민주주의의 지표로 제시하는 상상력, 권력 비판의 중심에 소수자의 권리를 놓는 용기가 필요하다. 널판을 낮춰 함께 뛰기 위한 높이를 조정해야 한다. 이는 시혜가 아니라 구조의 재구성이다. 쉬운 정보 제공, 물리적 접근성 보장,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장애당사자 참여는 정치의 문턱을 낮추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설날의 떡국은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의식이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저절로 나이를 먹지 않는다. 우리가 선택하고 움직일 때만 성장한다. 혼란의 시대일수록 질문은 단순해지고 명료해진다. 이 놀이판에서 누가 빠져 있는가?

정치의 윷판에서, 사법의 연줄에서, 개혁의 널판 위에서 또다시 장애시민이 예외가 되고 있다는 석연치 않는 느낌을 받는 2026년 설날, 나는 복을 빌기 전에 판을 다시 되돌아본다. 놀이는 고정된 형식이 아니라 끊임없이 재해석되는 삶의 방식이다. 모두가 함께할 수 있도록 놀이의 규칙을 바꾸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 어수선한 시대에 우리가 선택해야 할 방향일 터다. 그래서 2026년 새해의 덕담을 자문자답해본다.

“국회의 윷판은 달라졌는가? 달라지지 않았다면, 이제는 윷판의 구조를 바꿀 차례다.”

[더인디고 THEINDIGO]

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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