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전면 시행만큼 중요한 인식과 심층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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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사진
전면 시행이 시작된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실제로 이용해본 디지털 취약계층은 얼마나 편리함을 느꼈을까. 배리어프리 키오스크의 존재만큼 사람들의 장애에 대한 인식도 좋아져야 하지 않을까. ©박관찬 기자
  •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실제 이용해본 사례를 통해 접한 아쉬운 장애에 대한 인식
  • 당사자가 직접 이용해보고 변수를 감안한 심층교육 필요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지난달 28일부터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과 동법 시행령에 따른 ‘장벽 없는 무인정보단말기(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와 운영 의무가 전면 시행되었다. 버튼을 ‘만져서’ 누르거나 클릭하기보다 화면 속의 특정 부분을 ‘터치’하는 방식이 중점인 기존의 키오스크에서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배리어프리’ 형태로 설치 및 운영이 되도록 의무화된 것이다.

이에 따라 시각장애가 있어서 화면을 제대로 보지 못하기 때문에 독립적으로 터치를 해서 키오스크를 이용하기 어려웠던 시각장애인도 독립적으로 키오스크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저시력 시각장애인을 위해 화면의 크기뿐만 아니라 화면 속의 글자나 기호도 이전보다 훨씬 커졌고, 전맹 시각장애인은 이어폰을 활용하여 음성지원을 통해 독립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또한 휠체어 이용자나 왜소증이 있는 경우 키오스크의 높이가 높아서 이용에 어려움이 있던 점을 감안하여 키오스크의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배리어프리’가 적용되었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가 전면 시행된 지 2주가 지난 현재 이용자들에게 배리어프리 키오스크가 어떻게 체감되는지 확인해봤다.

■ 전면 시행은 환영, 여전한 인식은 아쉬움

저시력 시각장애가 있는 A 씨는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전면 시행을 반겼다. 평소 키오스크 화면 속의 글자가 조금만 컸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던 A 씨는, 평소 자주 이용하던 곳에서 사람이 별로 없는 시간대를 활용해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찬찬히 ‘연구’했다. 화면을 사진으로 찍어 확대해서 확인하고, 실제로 직접 배리어프리 키오스크의 화면을 눈으로 보며 어떻게 이용하는지 방법을 숙지했다.

자신만의 연구를 통해 독립적으로 키오스크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고 확신한 A 씨는 지난 주말, 해당 장소를 다시 찾았다. 그동안 저시력 시각장애로 인해 혼자 키오스크를 이용하더라도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키오스크를 통한 주문은 지인과 함께 가서 지인에게 부탁하곤 했던 A 씨다. 하지만 이젠 키오스크가 ‘배리어프리’이기 때문에 주말이라 키오스크 앞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의 줄을 보고도 A 씨는 전혀 긴장되지 않았다.

드디어 A 씨의 차례가 되자, A 씨는 어깨를 펴고 키오스크로 다가갔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지만 A 씨의 저시력 특성상 화면에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고 글자와 기호들을 확인해야 한다. 그래도 이미 충분한 연구를 해두었기 때문에 A 씨는 금방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A 씨는 키오스크 화면을 보며 당황했다. 화면 속의 내용은 며칠 전에 연구했던 키오스크의 그것과 내용이 달랐던 것이다. 안그래도 화면에 얼굴을 가까이 들이댔던 A 씨의 얼굴이 화면에 닿을듯이 더욱 가까워졌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A 씨의 폈던 어깨는 움츠러들고 등에서는 식은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줄이 아무리 길어도 1분 내로는 주문을 끝내며 빠르게 줄의 길이가 줄어들던 흐름에서 2분, 3분을 넘어가도록 A 씨가 키오스크 앞을 떠나지 않자, A 씨의 뒤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저 사람 왜 저래?”, “진짜 오래 걸린다”, “빨리 좀 하지” 등과 같은 수군거림을 고스란히 들으며 A 씨는 가까스로 주문을 마칠 수 있었다.

나중에 확인해 본 결과, A 씨가 방문했던 곳의 키오스크는 두 개였는데 그 두 키오스크의 내용이 조금 달랐다. 같은 장소에 있는 만큼 당연히 내용도 같을 거라고 생각했던 A 씨가 연구했던 키오스크와 주말에 이용했던 키오스크의 조작 방법이 살짝 달라 접근에 애를 먹었던 것이다.

A 씨는 “처음에 연구했을 때는 정말 편리했고, 조금만 적응되면 충분히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다만 아무리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라도 저의 저시력 시각장애로는 화면에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는 건 마찬가지고, 특히 주문과 결제와 같은 건 정확하게 해야 하기 때문에 세심히 확인하다보면 결국 시간이 더 걸리는 건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A 씨는 “저뿐만 아니라 다양한 디지털 취약계층이 있다는 걸 알고 사람들이 좀 더 이해하고 기다려주는 마인드를 가져 주셨으면 좋겠다”며 “아무리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라고 해도 이에 대한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면서 이용하는 게 많이 아쉽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 실질적 도움되는 교육 필요

전맹인 시각장애가 있는 B 씨는 그동안 키오스크를 단 한 번도 ‘직접’ 이용해본 적이 없다. 화면의 내용을 전혀 보지 못하기 때문에 독립적인 이용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배리어프리 키오스크가 전면 시행된다는 소식을 듣고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키오스크를 이용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B 씨는 우선 지역 구청에서 진행하고 있는 “디지털 취약계층 정보화교육”을 신청했다.

하지만 B 씨는 해당 교육을 두 번만 수강한 뒤 남은 교육회차는 수강을 포기했다. 해당 교육이 전맹 시각장애가 있는 B 씨가 독립적으로 키오스크를 이용할 수 있도록 알려주는 실질적인 내용은 거의 담겨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B 씨는 “배리어프리 키오스크가 전면 시행되는 건 정말 반가운 소식인데, 전면 시행에 따라 그동안 키오스크를 이용하는 과정에 어려움이 있던 디지털 취약계층에 대한 교육도 전면 심층적으로 이루어져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단순히 시각장애인에게 음성지원이 된다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전맹인 시각장애인이 충분히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이용해보고 여러 가지 변수 등을 고려한 대처 방법 등을 매뉴얼화하여 대상별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B 씨가 2회차까지 수강했던 디지털 취약계층 대상 정보화교육은 스마트폰이나 키오스크처럼 각종 디지털 기기의 이용에 어려움이 있는 이들에게 조작과 접근 방법 등을 교육한다. 하지만 이는 기본적인 교육에 그칠 뿐 A 씨의 사례처럼 맞닥뜨릴 수 있는 변수에 대한 대처 방법이나 다양한 유형의 장애를 고려한 내용은 담겨있지 않다.

B 씨는 “앞으로 배리어프리 키오스크가 일상에서 큰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디지털 취약계층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교육을 받아야지 변수도 줄이고 이용하는 시간도 줄어들 것”이라며, “설 연휴처럼 어디든 배리어프리 키오스크에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게 될 텐데, 그런 긴 줄의 환경에서도 디지털 취약계층이 자연스럽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주문하고 결제하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대구대학에서 장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며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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