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필의 모두까지] 경제특구라는 이름의 예외, 헌법적 가치마저 ‘면제’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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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특구 지정과 장애인 의무고용을 저울질할 수 있나?/이미지=챗지피티
▲경제특구 지정과 장애인 의무고용을 저울질할 수 있나?/이미지=챗지피티

[더인디고=무필 집필위원] 최근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 과정에서 통합 특별법안에 ‘장애인 고용 의무 면제’ 특례를 포함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기업 유치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혁파하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오랜 시간 쌓아온 보편적 권리인 ‘장애인의 노동권’이 투자 유치의 협상 카드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효율성이라는 명분 뒤에 숨은 평등권의 위기

현행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은 일정한 경우 외국인투자기업 등에 대해 일부 노동관계 법령의 적용을 완화하거나 제외하는 특례를 두고 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장애인 의무고용 규정 역시 예외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러나 법체계상 특별법이 일반법에 우선한다는 원칙이 헌법적 가치보다 앞설 수는 없다. 장애인 의무고용은 기업에 대한 단순한 행정 규제가 아니라, 헌법 제11조가 규정하는 평등권과 제32조 근로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다. 특정 지역을 경제특구로 지정했다는 이유만으로 헌법이 부여한 국가의 보호 의무를 멈춰 세우는 것이 과연 합리적 차별인지 자문해 보지 않을 수 없다.

투자 유치 경쟁력은 조세 혜택이나 인프라 지원에서 찾아야 마땅하며, 인권을 양보하는 방식의 ‘비용 절감’은 국제적 기준에서도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정책 일관성의 붕괴와 규제 도피처의 우려

국가 전체적으로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상향하며 사회 통합을 도모하는 흐름 속에서, 특정 지자체나 특구에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정책적 자가당착에 가깝다. 의무고용률은 높이면서 의무 자체를 면제하는 입법은 국가 정책의 자기부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칫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특구를 선택하는 왜곡된 유인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경제특구가 기업 혁신의 요람이 아니라, 보편적 의무를 피하는 ‘인권의 도피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헌법적 기준에 비추어 본 입법의 한계

경제적 목적을 위한 입법이라 하더라도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을 충족해야 한다.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하더라도, 장애인 고용 의무를 전면 배제하는 방식이 과연 인권 침해의 최소성을 충족하는지, 다른 덜 침해적인 수단은 존재하지 않는지에 대한 엄격한 검토가 필요하다.

의무고용 부담의 단계적 완화나 유예, 일부 지원 확대 등 다양한 정책 수단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전면적 적용 제외를 선택했다면, 이는 수단의 적절성과 법익의 균형성을 상실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점에서 관련 조항이 본질적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지에 대한 헌법적 판단을 구하는 절차 역시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자유의 대상은 혁신이지 책임의 방기가 아니다

경제자유구역이 추구해야 할 ‘자유’는 기업의 창의적 혁신이지, 사회적 책임으로부터의 면제여서는 안 된다. 경제특구는 헌법 질서 밖에 존재하는 공간이 아니다.

대구·경북 통합이 지역 발전의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보편적 권리가 후퇴하는 선례를 남겨서는 안 된다. 기준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결국 사회의 가장 약한 곳부터 균열이 생긴다.

경제특구 내 장애인 고용 면제라는 위험한 예외를 바로잡는 일은 단지 하나의 조항을 수정하는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성장과 인권이 양립할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헌법적 기준을 지켜내는 일이다.

[더인디고 THEINDIGO]

mercy_jc@hanmail.net'
공자의 자절사 중 무필은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결론을 미리 정하지 않는 태도라고 했습니다. 필명 무필은 어느 편에도 서지 않고 드러난 문제를 그대로 비판하겠다는 다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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