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찬의 기자노트]다양한 소재 속 유독 ‘장애’에만 드는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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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의 단편소설집 못죽의 책 표지 사진
강미의 단편소설집 <못 죽>에는 장애를 비롯한 동성애, 조선족, 성(性) 등 다양한 소재를 등장시킨다. 그런데 유독 ‘장애’에 대해서만 부정적으로 느껴지는 서사가 있다. ©박관찬 기자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강미의 단편소설집 <못 죽>의 제목이 무슨 뜻인지 궁금했는데, 아주 오래 전 읽었던 옛이야기 <단추 하나로 끓인 스프>와 비슷한 맥락이었다. 구두쇠처럼 베푸는 것에 인색한 이에게 단추(소설에서는 못) 하나로 스프를 끓일 수 있다고 하면서 점차 다른 재료들을 내오게 하여 맛있는 스프(소설에서는 죽)를 완성해낸다.

<못 죽>에는 그 외에도 다양한 소재와 이야기를 담은 단편소설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작가가 오랫동안 청소년 소설을 주로 다뤘던 만큼 성장소설, 그리고 청년들의 현실을 그린 내용이 주로 등장한다. 그리고 청소년과 청년들이 주요 인물들이라는 설정 안에서 동성애, 조선족은 물론 돈을 벌기 위해 성(性)을 이용하는 것과 장애도 소재로 등장시킨다.

우리 사회에 다양하게 존재하는 요소들을 소설에서 자연스럽게 등장시키고 활용한 것은 좋지만, 이 소설을 끝까지 다 읽었을 때 유독 한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다른 요소들은 독자들이 큰 부담없이 소설이 전개되는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하였으나 ‘장애’만큼은 부정적으로 비춰질 수 있고 또 비장애인과 비교할 수 밖에 없는, 독자들로 하여금 비장애주류화를 굳히게 하도록 설정된 듯 보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두 번째로 등장하는 소설 <섬의 섬>의 주인공 ‘새날’의 어머니는 청각장애인이다.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딸인 ‘새날’이 수어를 가르쳐 주려고 해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다. ‘새날’ 모녀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민박집 주인은 ‘새날’의 어머니를 학대하고 성을 착취하기도 한다. 인권 침해가 분명한 환경에서도 ‘새날’의 어머니는 여전히 민박집에서 음식 만드는 일을 한다.

반면 학생인 ‘새날’은 그런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민박집 주인을 살해할 계획을 꾸민다. 민박집 주인의 요구에도 굴복하지 않고 잘 빠져나간다. 독자들의 상상에 맡기는 결말로 소설이 마무리되기 때문에 ‘새날’의 민박집 주인 살해 계획과 시도가 성공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새날’은 장애가 있는 어머니와 달리 비정상적인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한 강한 의지를 지니고 그 의지를 치밀한 계획과 함께 실행에도 옮긴다.

사회의 구성원인 장애인을 소설에 등장시킨 것에 의미를 부여하기에는 그 장애인이 소설에서 맡은 역할과 가지는 의미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권력에 굴복하고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도 내비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외부와의 소통에도 적극적이지 않다. 장애가 있는 ‘새날’의 어머니가 그런 캐릭터로 등장하면서 그녀와는 정반대인 성격과 의지력을 가진 ‘새날’은 비교될 수밖에 없다.

예전에 모 국회의원이 “장애인은 의지가 약하다”라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이런 발언과 이번 소설 속에 등장하는 장애 캐릭터의 특성이 장애에 대한 아쉬운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미디어에서 장애에 대한 프레임은 여전히 ‘비장애우월주의’다. 장애인은 안에만 있어서 활동적이지 않고, 권력 앞에 굴복하고 순종하며, 현실에 안주하며 벗어나려고 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엄마의 애인을 사랑하는 딸, 동성애, 돈을 벌기 위해 성을 활용하는 소재도 자극적이고 독자들에게 불편하게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작가는 소설에서 이러한 소재들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등장시키고 있다. 가령 등장인물이 동성애자라고 해서 독자들이 동성애를 부정적으로 여기도록 하기보다는, 동성애라는 사실로 인해 커밍아웃과 상대 연인에 대한 내적 갈등과 고민을 잘 묘사하면서 소설을 전개해 나가기 때문에 동성애라는 요소가 부정적이기보다는 소설에서 하나의 소재로 자연스럽게 자리잡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장애라는 소재도 등장시킨다면 독자들이 부정적으로 느끼지 않도록 서사를 전개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이다. 개인적인 의견에 국한된 조심스러운 생각이지만, ‘새날’이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어머니가 비장애인으로 등장했으면 어땠을까 가정해본다. 성격과 역할은 소설에서 그대로지만, 장애를 가진 여부만 바꾼 것이다.

그럼 청각장애를 가진 ‘새날’은 민박집 주인의 갑질과 노동력 착취, 무리한 요구 등 인권침해가 다분한 환경에서도 굴하지 않고 주도적이고 강한 의지로 그 환경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한다. 이는 어쩌면 장애를 가진 캐릭터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유도할 수도 있다.

장애가 있는 캐릭터를 꾸준히 등장시키는 것도 의미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장애를 가진 캐릭터가 지니는 역할과 의미가 독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는 것도 중요하게 여겨졌으면 한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대구대학에서 장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며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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