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필의 모두까기] 대법원 판결로 ‘비용’이 된 고용부담금, 장애인 고용 더 멀어지나

178
▲대법원 판결을 상징하는 법봉과 저울 위에서 돈과 휠체어를 탄 장애인 실루엣이 대비되며 장애인 고용보다 비용 논리가 앞설 수 있다는 사회적 논쟁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미지. /챗GPT 편집
▲대법원 판결을 상징하는 법봉과 저울 위에서 돈과 휠체어를 탄 장애인 실루엣이 대비되며 장애인 고용보다 비용 논리가 앞설 수 있다는 사회적 논쟁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미지. /챗GPT 편집

[더인디고=무필 집필위원] 지난 12일, 대법원은 장애인 고용부담금의 법인세 비용 처리(손금산입)를 인정하는 최종 판결을 내렸다. 이로써 기업들은 약 1조 원에 달하는 법인세를 환급받게 되었고, 경영상의 세무 부담을 덜게 되었다. 기업 입장에서는 법리적 승리일지 모르나, 장애인 고용 현장에서는 깊은 우려가 쏟아져 나온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인해 장애인 고용이 ‘채용’이라는 사회적 가치가 아닌, 언제든 세무적으로 상쇄할 수 있는 ‘손실 비용’으로 공식화되었기 때문이다.

본래 고용부담금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한 ‘경제적 제재’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이것이 법인세 계산 시 비용으로 인정되면서, 기업이 실제로 체감하는 부담금은 법인세율만큼 낮아지게 되었다.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아도 되는 ‘면죄부’의 가격이 저렴해진 셈이다. 최근 정부가 민간기업 의무고용률을 2029년 3.5%까지 상향하기로 했지만, 부담금의 실질 체감도가 낮아진 상황에서 이러한 정책적 목표가 현장에서 얼마나 동력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실제로 우리 사회 전체 고용률(63.8%)에 비해 장애인 고용률(34.0%)은 턱없이 낮다. 장애인에게 일자리는 자립의 기반이자 존엄의 토대다. 하지만 기업들이 채용보다 부담금 납부를 더 합리적인 선택으로 여기는 구조가 이번 판결로 더욱 공고해진 만큼, 이제는 ‘채찍의 강도’ 논쟁을 넘어 실질적 고용으로 이어질 구조적 재설계에 집중해야 한다.

첫째, 부담금 산정 체계의 실효성을 재정립해야 한다. 법원이 부담금을 ‘사회 정책적 조정금’으로 보아 비용 처리를 인정한 만큼, 역설적으로 부담기초액을 더욱 현실화할 명분이 생겼다. 장애인을 한 명도 고용하지 않은 기업에 대한 가산율을 높이고, 막대한 이익을 내면서도 의무고용률을 외면하는 대기업에 차등 요율을 적용해, 채용이 부담금 납부보다 경제적으로 우위에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둘째, 환급된 세원을 장애인 상생 모델로 환원해야 한다. 이번 판결로 기업이 누리게 될 법인세 절감분이 다시 장애인 고용 시장으로 흘러가도록 유도해야 한다. 직접 채용이 어려운 업종이 장애인 표준사업장 설립에 투자하거나 제품을 구매할 때 부여하는 연계고용 감면 혜택을 대폭 강화하여, 비용 절감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 장애인 고용을 ESG 경영의 핵심 지표로 강제해야 한다. 부담금이 세법상 ‘비용’이 되었다면, 이제는 ‘평판’이라는 사회적 비용을 높여야 한다. 단순 명단 공표를 넘어, 장애인 직무 개발 노력과 조직 문화 개선 정도를 ESG 공시 및 공공입찰 가점에 강력하게 연동해야 한다. 고용 이행이 기업의 브랜드 가치와 실질적인 영업 이익에 직결될 때 기업은 비로소 움직인다.

넷째, 정부 역시 책임 있는 인프라 구축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기업이 “적합한 인재가 없다”고 변명하지 못하도록 국가 차원의 직무 개발과 직업훈련 체계를 고도화해야 한다. 기업 현장에 맞는 맞춤형 직무 발굴과 보조공학기기 지원 등 세밀한 뒷받침이 있어야 고용의 문이 실질적으로 열릴 것이다.

장애인 고용부담금은 기업을 벌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장애인을 노동시장 밖으로 밀어내지 않기 위해 우리 사회가 합의한 최소한의 보루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이 보루의 경제적 문턱이 낮아졌다면, 우리는 더 정교한 정책적 대안으로 그 빈틈을 메워야 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세법 논쟁이 아니라, 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일터를 만들겠다는 우리 사회의 더 단호한 선택이다.

[더인디고 THE INDIGO]

mercy_jc@hanmail.net'
공자의 자절사 중 무필은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결론을 미리 정하지 않는 태도라고 했습니다. 필명 무필은 어느 편에도 서지 않고 드러난 문제를 그대로 비판하겠다는 다짐입니다.

0 Comments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
Languag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