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만 인파 속 장애가 있는 시민도 함께 할 수 있을까?
[더인디고=이용석 편집장]

서울은 지금 BTS 광화문 콘서트를 위해 도시의 동선을 다시 짜고 있다. 광화문 광장은 3월 20일 밤 9시부터 3월 22일 새벽 5시까지 전면 통행 제한에 들어가고, 콘서트 당일에는 광화문역·시청역·경복궁역이 무정차 통과하거나 출입구를 폐쇄한다. 정부는 3월 21일 하루 종로구와 중구 일대에 다중운집인파재난 위기경보 ‘주의’를 발령하고, 서울시는 도로 통제와 버스 우회, 역사 폐쇄를 포함한 교통 대책을 시행하자 지나친 통제라는 시민들의 비판이 이는 등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행정은 이것을 ‘안전관리’라고 부른다. 틀린 말은 아니다. 문제는 그 안전이 누구를 기준으로 설계됐느냐는 데 있다.
이번 논란에서 온라인에는 “장애인 외출금지”라는 표현까지 돌았다. 확인 결과, 이번 공연과 관련한 서울시·정부 공식 발표에 그런 문구는 없다. 서울시 안내에는 오히려 현장 편의정보와 장애인 화장실 정보가 포함돼 있다. 왜 이런 흉흉한 소문까지 떠돌고 있을까 싶지만 혜화역 등에서 장애가 있는 시민들이 시위를 한다며 무정차 통과를 연일 시행했던 서울시의 전력이 있으니 그런 소문이 과언은 아니지 싶다.
다만, “그런 발표는 없었다”는 사실 확인만으로 안심해도 될까? 통제나 금지라는 행정적 조치는 실제 어떤 사람들의 외출을 가장 먼저 포기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의 통제는 모두에게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비장애인에게 역 무정차와 출입구 폐쇄는 ‘조금 돌아가면 되는’ 번거로운 일이지만, 휠체어 이용자에게 그것은 엘리베이터가 있는 출구를 잃는 일이고, 시각장애가 있는 행인에게는 익숙한 이동 경로가 갑자기 끊기는 일이며, 발달장애가 있는 시민에게는 일상의 루틴이 전체가 무너지는 일이다. 버스 우회와 광장 봉쇄, 보행 동선 변경은 행정 문서 안에서는 같은 한 줄의 통제 조치로 적히지만, 장애가 있는 시민의 삶에서는 전혀 같은 무게가 아니다. 서울시는 ‘혼잡 완화’를 말하지만, 그 혼잡의 비용을 누가 더 크게 떠안는지는 언급하지 않는다.
바로 이 지점에서 도시의 우선순위가 드러난다. 서울은 대형 행사를 위해 도로를 비우고 역을 닫고 시민의 일상을 조정할 수 있을 만큼 정교하게 움직인다. 그런데 그 정교함은 장애가 있는 시민의 이동권 앞에서 자주 멈춘다. 대체 동선은 얼마나 실제적인가. 저상 접근은 현장에서 작동하는가. 안내는 장애 유형별로 이해 가능한 방식으로 제공되는가. 통제된 공간 밖으로 밀려난 사람에게 행정은 어떤 이동의 권리를 보장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안전대책이 아니라 ‘선택적 안전’일 뿐이다.
이번 BTS의 광화문 콘서트를 둘러싼 진짜 문제는 “장애인 외출금지”라는 확인되지 않은 문구가 아니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금지라고 쓰지 않아도 결과적으로 장애가 있는 시민의 이동을 가장 쉽게 포기하도록 취급하는 도시 운영 방식이다. 안전관리의 이름으로 이동권을 늦추고, 미루고, 우회시키는 행정은 결국 누가 이 도시의 표준 시민인지를 말해준다.
BTS의 이번 광화문 콘서트는 멤버들의 완전체 복귀를 서울의 역사·상징 중심에서 선언하는 공공문화 이벤트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그 상징이 실현되는 방식까지 공공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4년 전 이태원 참사를 겪었던 도시 입장에서는 광화문 광장 일대를 과도할 만큼 전면 통제하고, 정부도 인파 위기경보를 발령하는 등 부산스럽다. 다만, 이런 조치들이 누군가에게는 단순히 안전 확보를 위한 ‘불편’이지만, 장애가 있는 시민에게는 익숙한 동선 상실, 접근 가능한 출입구 축소, 예측 불가능한 이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거다. 다시 말해서 콘서트의 의미가 아니라, 그 의미를 위해 어느 누군가의 익숙한 이동권이 한 순간에 사라져버릴 수도 있다는 점이다.
최대 26만 명 이상의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콘서트에 장애가 있는 시민들도 역시 함께할 것이다. 아니, 그 수많은 사람들 속에 장애가 있는 시민이 단 한 명도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 오히려 더 비현실적이다. 그렇다면 이번 콘서트는 단지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행사로 남아서는 안 된다. 누구나 같은 감동을 누릴 수 있었는지, 누구나 안전하게 접근하고 머물고 돌아갈 수 있었는지가 함께 기록돼야 한다. 콘서트의 성공은 무대의 규모나 환호의 크기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장애가 있는 시민도 이 공간의 당연한 참여자였고, 실제로 불편과 배제 없이 함께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될 때, 비로소 ‘역시 BTS 답다’는 기억으로 남게 될 것이다.
[더인디고 THE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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