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1개 주요 일간지 98건 분석…인권보도 수준 전반적으로 미흡
- 대안도, 신고 안내도 없었다… 재발 방지 관점 사실상 실종
- 시설명 노출·선정적 표현 반복… 피해자 보호보다 사건 부각
- 동정 프레임 넘어 권리 프레임으로… 구조 분석 중심 보도 전환 필요
[더인디고] 한국장애인인권포럼(대표 성현정) 부설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이하 모니터링센터)가 2026년 첫 언론보도 및 방송 모니터링 동향보고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사회적으로 큰 주목을 받은 인천 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 비리 사건을 중심으로,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발생하는 학대와 비리 사건에 대한 언론 보도가 과연 인권 친화적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점검한 결과를 담고 있다.
모니터링센터는 2026년 1월부터 2월까지 11개 주요 일간지에 실린 색동원 사건 관련 기사 98건을 대상으로 분석을 진행했다. 이번 조사는 단순한 기사 수 집계가 아니라, 「장애인 학대 보도 권고기준 점검표」를 활용해 언론 보도의 질적 수준과 인권 감수성을 평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분석 결과, 전체 보도 수준의 평균 점수는 1.13점으로 나타났다. 언론사별 점수는 최저 0.89점에서 최고 2.14점 사이였다. 이번 평가는 인권보도 기준을 잘 지킬수록 낮은 점수를 받는 방식으로 설계돼, 점수가 높을수록 개선이 더 필요한 보도라는 뜻을 가진다.
수치만 놓고 보면 일부 언론사는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기록했지만, 전반적으로는 사건 보도에 필요한 인권 감수성과 구조적 접근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됐다. 사건의 발생과 수사, 처벌 과정은 반복적으로 보도됐지만, 피해자의 권리와 존엄, 제도 개선 방향을 함께 짚는 보도는 많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로 확인된 것은 재발 방지 대안과 정책적 해결책 제시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재발 방지 방안 및 대안 제시’와 ‘신고방법 안내’ 항목은 평균 5점으로 가장 높은 개선 필요 항목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기사에서 유사 사건을 막기 위한 제도적 대안이나 피해자 지원 정보가 사실상 제공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는 언론 보도가 사건을 전달하는 데 그치고, 사회가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까지는 연결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장애인 거주시설 인권침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면, 언론은 단지 범죄 사실을 나열하는 데 머물 것이 아니라 왜 이런 일이 구조적으로 반복되는지, 어떤 정책 전환이 필요한지를 함께 묻는 역할을 해야 한다.
보도 내용에서도 여러 한계가 드러났다. 일부 기사에서는 시설명과 지역명이 그대로 노출되면서 피해자의 개인정보가 간접적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있었고, 가해자의 직책이나 나이 등 신원 정보가 과도하게 공개되는 경우도 확인됐다. 피해자 보호와 인권 존중보다 사건 자체의 주목도를 높이는 방식이 우선된 셈이다. 일부 기사 제목에서 확인된 선정적 표현도 문제로 지적됐다. “밤낮없이 만져”, “흉기까지 동원해 협박”과 같은 표현은 사건의 심각성을 부각하는 데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동시에 사건을 자극적으로 소비하게 만들고 피해 경험을 다시 소비 가능한 정보로 전환하는 위험을 갖는다. 장애인 학대 사건 보도일수록 언론은 더 높은 수준의 절제와 인권 감수성을 갖춰야 하지만, 실제 보도는 그러한 기준에 충분히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이러한 보도 한계가 개별 기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언론 전반에 반복되는 사건 중심 보도 구조와 맞닿아 있다고 분석했다. 장애인 거주시설 관련 보도는 대체로 특정 사건이 발생했을 때 집중되었다가 시간이 지나면 급격히 줄어든다. 그 과정에서 사건의 충격성과 범죄 사실은 크게 부각되지만, 시설 중심 복지체계의 구조적 문제나 정책적 맥락은 충분히 다뤄지지 않는다.
장애인이 언론에서 어떻게 재현되는가 역시 중요한 쟁점이다. 일부 기사에서 사용된 “갈 곳 없는 중증 장애인”, “보호받지 못한 불쌍한 장애인”과 같은 표현은 사건의 비극성을 강조하지만, 동시에 장애인을 권리의 주체가 아니라 보호와 동정의 대상으로 고정시킬 수 있다. 이는 장애를 사회적 권리의 문제로 보기보다 개인의 비극이나 보호의 대상으로 환원하는 오래된 시선을 재생산할 위험이 크다. 더 큰 문제는 탈시설 정책, 지역사회 기반 지원체계, 자립생활과 같은 구조적 정책 논의가 충분히 담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반복되는 인권침해는 특정 시설 하나의 일탈이 아니라, 시설 중심 복지체계가 가진 구조적 한계와 맞물려 있다. 그러나 다수의 보도는 범죄 행위와 처벌 여부에만 초점을 맞추며, 왜 이런 사건이 반복되는지, 시설 밖에서 장애인이 살아갈 수 있는 지역사회 기반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은 충분히 던지지 못했다.
모니터링센터는 앞으로 장애인 거주시설 비리 보도가 인권 중심 보도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건 소비 중심 보도에서 사회 구조 분석 중심 보도로, 동정 프레임에서 권리 프레임으로, 자극적 보도에서 인권 친화적 보도로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시설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장애인의 지역사회 삶과 자립생활을 중심으로 한 정책 논의가 언론 보도 과정에서 함께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모니터링센터는 “언론은 단순히 사건을 전달하는 역할을 넘어 사회가 문제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를 규정하는 중요한 공적 기관”이라며 “장애인 거주시설 문제를 개별 사건이 아니라 인권과 정책 구조의 문제로 바라보는 보도 관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더인디고 THEINDIG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