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고용 늘리라더니, 세제 줄였다…재경부 시행령 개정에 현장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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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경제부가 개정한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은 단시간 장애인 노동자를 0.5명으로 산정하고 1년 미만 근속자를 세액감면 대상에서 사실상 제외하면서, 장애인 고용의 특수성을 반영해온 기존 제도의 취지를 약화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개정이 그대로 시행되면 장애인 표준사업장과 의무고용 사업장의 세제 혜택이 줄어 기업 부담은 커지고, 결국 장애인 고용 유지와 확대를 어렵게 만들어 장애인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재정경제부가 개정한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은 단시간 장애인 노동자를 0.5명으로 산정하고 1년 미만 근속자를 세액감면 대상에서 사실상 제외하면서, 장애인 고용의 특수성을 반영해온 기존 제도의 취지를 약화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개정이 그대로 시행되면 장애인 표준사업장과 의무고용 사업장의 세제 혜택이 줄어 기업 부담은 커지고, 결국 장애인 고용 유지와 확대를 어렵게 만들어 장애인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 Chatgpt 이미지 편집
  • 단시간 노동은 절반, 1년 미만 근속 제외…현실과 어긋난 기준
  • 같은 인건비 쓰고도 혜택 축소…기업에 돌아온 것은 ‘고용 부담’
  • 표준사업장도, 의무고용 사업장도 흔들려…장애인 일자리 축소 우려
  • 권리 보장 장치여야 할 세제가 되래 고용 기피 요인 될 듯

[더인디고=이용석 편집장]

지난 2월 27일 재정경제부가 개정한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을 둘러싸고 장애인 고용 현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이번 시행령 개정이 세액감면 산정 기준의 정비로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 현장에서는 장애인 고용을 하지 말라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번 개정은 장애인 표준사업장과 장애인 의무고용 제도에 적용되던 기존의 유연한 인원 산정 방식을 축소하고, 단시간 장애인 노동자를 1명이 아닌 0.5명으로 산정할 수 있도록 했으며, 1년 미만 근속자는 세액감면 대상에서 사실상 제외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다시 말해서 장애인 고용을 늘리기 위해 마련되었던 제도가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오히려 장애인 고용의 비용만 키우는 꼴이 되었다고 고용 현장에서는 지적하고 있다.

특히 장애계는 이번 시행령 개정이 장애인 노동의 현실을 제도 설계에서 지워버렸다고 지적한다. 장애인 고용은 일반 고용과 동일한 기준으로만 판단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점을 간과했다는 거다. 건강 상태의 변동, 치료와 재활의 병행, 근로 지속성의 제약 등은 장애인 노동에서 반복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조건이라는 것. 그런데도 개정 시행령은 일반 노동자 중심의 통합고용 세액공제 기준을 사실상 그대로 끌어와 장애인 고용 제도에 적용했다. 이러다보니 장애인 노동의 특수성을 반영해온 기존의 취지는 약해지고, 기업은 다시 장애인 고용을 비용과 숫자의 문제로만 계산하게 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꼴이 되었다는 것이다.

현장의 불안은 단순한 우려가 아니다. 가령 수도권에서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운영하는 A사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사업장은 발달장애인과 지체장애인 등 여러 명의 장애인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데, 상당수는 하루 4시간 안팎으로 근무한다. 이는 생산성을 낮게 보아서가 아니라, 이동 여건과 건강 상태, 치료 일정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결과다. 기업 역시 장시간 노동을 강요하기보다 지속 가능한 고용을 유지하는 방식을 택해왔다. 그러나 시행령 개정 이후 이들 중 일부가 세제상 1명이 아니라 0.5명으로 산정된다면, 회사는 실제로 같은 인원을 고용하고 같은 임금을 지급하고도 고용 규모가 축소된 것처럼 평가받게 된다. 결국 사업주는 기존 수준의 혜택을 유지하기 위해 근로시간을 늘리거나 추가 채용을 검토해야 한다. 장애인 고용을 유지한 사실보다 세법상 몇 명으로 인정되느냐가 더 중요해지는 것이다.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 개정 전•후, 더인디고 요약 정리

의무고용 사업장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지방의 한 중소기업 B사가 중증장애인을 포함한 장애인 노동자를 고용해 의무고용률을 맞춰왔다고 가정해보자. 이 가운데 한 노동자가 입사 후 8개월간 근무하다가 건강 악화와 재활치료로 잠시 퇴사한 뒤 몇 달 후 다시 복귀했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장애인 고용을 포기하지 않고 연결해온 셈이다. 그러나 개정 시행령을 통해 개인별 근로기간 산정을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이전 근무기간과 이후 근무기간이 연계되지 않아 1년 미만 근속자로 처리된다. 이 경우 기업은 실제로는 장애인 고용을 유지했음에도 세액감면이나 부담금 감면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치료와 재활로 인해 근속이 단절되거나 조정되는 것은 장애인 노동의 현실에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인데, 이번 개정은 이를 정책 설계에 반영하기보다 오히려 배제의 근거로 삼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장애계 한 관계자는 “이번 개정이 기존 사업장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신뢰보호 원칙까지 흔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 정책을 믿고 장애인 고용에 투자하고 표준사업장 인증을 유지해온 사업장들에 갑자기 불리한 기준을 적용한다면, 결국 손해를 떠안는 것은 현장에서 장애인 일자리를 지켜온 기업과 노동자들이라는 거다.

세제는 본래 장애인 고용을 장려하기 위한 공적 장치여야 하지만, 이번 개정은 오히려 장애인 고용을 기피하게 만드는 신호로 읽힐 가능성이 크다. 장애인 고용 확대라는 정책 목표를 내세우면서 정작 세법에서는 그 기반을 흔드는 모순이 발생되는 셈이다.

장애인 일자리는 시혜가 아니라 권리다. 그렇다면 그 권리를 떠받치는 세제 역시 단순한 계산 방식이 아니라 권리 보장의 장치로 설계되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시행령 강행이 아니라 재검토다. 1년 미만 근속자 제외 규정, 단시간 노동자 0.5명 산정 기준, 일반 고용 기준의 기계적 준용이 장애인 고용 현장에 어떤 결과를 낳을지 다시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현재의 장애인 고용 제도는 그동안 수없이 반복된 시행착오를 통해 어렵사리 마련된 기틀이라는 점을 이재명 정부의 재정경제부가 끝내 외면한다면, 이번 시행령 개정은 세제 합리화가 아니라 장애인 고용을 위축시킨 정부로 기록될 수밖에 없다. 장애인 고용을 늘리지는 못하더라도 지난 10년간 꾸준히 상승했음에도 평균 약 34%(전체 고용률 약 63%) 남짓에 불과한 고용률에 제동을 거는 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인디고 THEINDIGO]

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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