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인디고 = 무필 집필위원] 2026년 3월 26일, 대전시의회는 폐교 부지 활용 시 특수학교 설립을 우선 검토하도록 하는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대전지부는 이를 환영하며 행정 절차의 신속화를 촉구했다. 특수교육 대상 학생의 증가와 교육 시설 부족이라는 현실적 수요는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폐교 부지 활용을 ‘특수학교 우선’으로 정하는 것은 교육적 정당성을 부여할 수 없으며, 장애 학생을 격리하는 구조를 강화하는 정책 오류다.
국제사회가 선언한 ‘포용’의 원칙
국제사회는 포용적 교육을 오랫동안 교육의 대원칙으로 선언해왔다. 1994년 살라망카 선언은 모든 아동이 저마다의 특성과 교육적 요구를 가진 존재임을 인정하며, 장애 아동은 일반 학교 내 ‘아동 중심 교육’을 통해 함께 수용되어야 한다고 천명했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일반논평 4호 역시 포용적 교육을 단순한 통합이 아닌 사회적 권리로 규정하며, 장애와 비장애의 차이를 격리가 아닌 ‘지원과 합리적 편의’로 메우라고 강조한다. 학교에서 장애와 비장애 아동이 함께 배우는 경험은 단순한 학습을 넘어 사회 전체의 통합으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이번 조례는 현실적 필요를 구실로 ‘분리’를 정책화하고 있다. 학령기부터 특수학교라는 격리된 환경에서 교육받은 아이들은 성인이 되었을 때 자연스럽게 사회적 분리와 단절의 경험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교육 현장에서 시작된 격리가 사회 구조 전반에 걸친 배제로 연결되는 것이다.
현실적 수요가 정당화를 의미하지 않는다
필자는 현실적 수요와 시설 부족이라는 문제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을 ‘정책적 우선순위’의 정당성으로 연결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교사단체마저 폐교 부지 활용에 환영 입장을 밝힌 것은, 통합 교육의 어려움을 물리적 격리로 해결하려는 현실적 선택으로 읽힐 수 있지만, 동시에 사회적 통합과 포용적 교육의 가치를 후퇴시키는 신호이기도 하다. 장애 학생은 단순히 격리된 공간에서 배움을 이어갈 뿐, 사회와 함께 살아가는 경험을 체득할 기회를 박탈당한다.
폐교 부지는 ‘분리의 공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
폐교재산활용위원회가 결정할 수 있는 범위는 제한적이다. 그러나 조례에 따라 ‘특수학교 우선’ 검토가 전제되는 순간, 정책은 장애 학생을 지역사회에서 분리하는 관행을 강화한다. 진정한 후속 행정은 폐교를 격리 시설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모든 아이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통합 교육 지원 거점이나 포용적 문화 공간으로 설계하는 것이다. 일반 학교 내 통합 교육 환경이 열악하다는 이유로 특수학교를 우선 설립 대상으로 삼는 것은, 장애 학생에게 사회적 통합의 기회를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행위다.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이어야 한다
이번 조례 통과와 교육계의 환영은,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여전히 ‘동등한 시민’이 아닌 ‘격리된 보호 대상’으로 여기는 현실을 보여준다. 대전시의회와 전교조 대전지부는 특수학교라는 물리적 성벽 뒤로 장애 학생을 숨겼다고 해서 역할을 다했다고 자위해서는 안 된다. 지금 학교에서 지우고 있는 것은 단순히 장애 학생만이 아니다. 그들과 함께 배우고 성장하며 사회적 경험을 쌓아야 할 기회, 즉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환경 자체도 함께 지워지고 있는 것이다.
장애 학생의 교육권은 단순히 보호나 격리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모든 학생과 함께 학습하고 경험하며 발언할 수 있는 기회를 통해 실현되어야 한다. 따라서 대전시의회는 폐교 부지를 ‘특수학교 우선’이라는 손쉬운 선택으로 채우는 데 그치지 말고, 장애 학생이 교육권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포용적 환경을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격리가 아닌 참여, 배제가 아닌 포용의 가능성을 학교 현장에서 실현하는 것이야말로 대전시의회와 교육 행정이 져야 할 진정한 책임이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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