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권익옹호기관 조사관 가해자, 항소심도 ‘징역 10년’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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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권익옹호기관 조사관이 지적장애 여학생 등 3명을 장기간 성추행·성폭행한 사건에서 항소심도 징역 10년을 유지하며, 법원은 뒤늦은 자백과 일부 합의보다 직무상 지위 악용과 반복 범행의 중대성을 더 무겁게 판단했다. 이번 사건은 보호기관 내부에서조차 장애인 대상 성폭력이 발생할 수 있음을 드러내며, 신고의무 확대와 위탁 운영의 투명성 강화 등 제도 전반의 보완 필요성을 다시 부각시켰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조사관이 지적장애 여학생 등 3명을 장기간 성추행·성폭행한 사건에서 항소심도 징역 10년을 유지하며, 법원은 뒤늦은 자백과 일부 합의보다 직무상 지위 악용과 반복 범행의 중대성을 더 무겁게 판단했다. 이번 사건은 보호기관 내부에서조차 장애인 대상 성폭력이 발생할 수 있음을 드러내며, 신고의무 확대와 위탁 운영의 투명성 강화 등 제도 전반의 보완 필요성을 다시 부각시켰다. Ⓒ Chatgpt 이미지 편집
  • 권익을 지켜야 할 조사관, 보호기관 이용자 대상으로 가해
  • 항소심도 징역 10년 유지…반복 범행과 지위 악용 엄중 판단
  • 피해자 의사에 주목한 재판부…뒤늦은 자백과 일부 합의도 감형 못 해
  • 개인 일탈 넘어 구조적 실패로…권익옹호기관 제도 보완 요구 커져

[더인디고] 광주고등법원 제주형사1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 제주장애인권익옹호기관 조사관에게 1심과 같은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피고인의 항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법원은 원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번 판결은 장애인의 권익을 보호하고, 학대 피해를 지원해야 하는 기관의 조사관이 오히려 기관 이용자를 자신의 성적 욕구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장애계가 큰 충격을 받았던 사건이었다. 보호와 지원을 해야 할 기관 종사자가 되레 이용자를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자 피해자 뿐만 아니라 제도 자체의 신뢰도 함께 무너졌기 때문이다.

장기간 반복된 범행…법원, “죄질 매우 무겁다”

피고인은 2024년 7월부터 2025년 초까지 기관 상담실과 피해 아동의 가정, 관용차량 등에서 10대 지적장애가 있는 학생 등 3명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가운데 한 피해자에 대해서는 기관의 관용차량 뒷좌석에서 성폭행한 혐의까지 인정됐다. 피해자 중 2명은 장애가 있었고, 피고인은 이들을 보호·지원해야 하는 조사관의 지위에 있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의 반복성, 범행 장소와 방식, 피해자와 피고인의 관계를 종합해 죄질이 매우 무겁다고 판단했다. 특히 피해자들이 피고인을 거부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었고, 피고인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을 중하게 봤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벌어진 범죄라는 점은 일반적 성폭력 사건과는 또 다른 구조적 위력을 보여준다.

뒤늦은 자백…일부 합의에도 감경하지 않은 이유

피고인은 1심 재판 내내 혐의를 부인했다. 성기능 문제로 성관계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주장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과 객관적 증거를 바탕으로 공소사실 전부를 유죄로 판단했다. 실제로 관용차량 뒷좌석에서는 피고인의 체액이 검출됐고, DNA 역시 피고인과 일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항소심에 가서야 피고인은 뒤늦게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의 뜻을 밝혔다. 일부 피해자 부모와는 합의가 이뤄져 처벌불원서도 제출됐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형을 줄일 사유로 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일부 유리한 정상이 있다고 하더라도, 장기간 반복된 범행과 직무상 우월적 지위의 악용, 피해의 중대성을 덮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피해자 부모와 일부 합의가 있었음에도, 피해 당사자인 학생들이 처벌을 원하고 있다는 점이 재판에서 중요하게 고려됐다는 거다. 이는 장애가 있는 피해자의 의사가 가족이나 보호자의 판단에 좌우되었던 현실 속에서, 사법부가 피해 당사자의 의사를 중심에 두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피해자의 용기, 그리고 장애가 있는 피해자 진술을 바라보는 법원의 시선

항소심 과정에서는 피해자 1명이 직접 법정에 출석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사건 이후 피고인을 떠올리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음에도, 피해 사실이 존재했다는 점을 스스로 드러내고 싶어 했던 것이다. 비록 법정의 압박감 속에서 직접 발언을 끝내 이어가지는 못했지만, 담당 변호사를 통해 가해자가 반드시 처벌받길 바란다는 의사를 분명히 전했다.

이번 사건은 장애가 있는 피해자의 진술을 우리 사법체계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다시 묻는 사건이기도 하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지적장애가 있더라도 단편적 지식에 대해 답할 수 있고, 언어적 이해 능력도 갖추고 있어 피해 사실을 진술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의 진술 능력과 신빙성을 낮춰 보는 오랜 편견에 제동을 건 판단이다. 장애인 대상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의 진술은 종종 왜곡되거나 과소평가되어 왔다. 이번 판결을 통해 주요 핵심은 장애 여부가 아니라, 진술의 구체성과 일관성,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정황과 증거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장애인의 진술을 보호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권리 주체의 진술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셈이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보호체계의 허점이 드러났다

이번 사건을 한 개인의 범죄로만 정리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범행이 일어난 장소가 장애인 학대 예방과 피해자 지원을 위해 설치된 기관이기 때문이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체계 내부에서 오히려 피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해당 기관의 운영 방식과 통제 장치, 감시 구조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함께 묻게 한다.

보건복지부 지침상 장애인 학대 조사는 2인 1조를 원칙으로 해야 하지만, 당시 현장에서는 이런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고, 독립성과 공정성을 바탕으로 학대 사건에 대응해야 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그 기관 내부에서도 권한 남용과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 결국 문제는 누가 제도를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그 제도가 현장에서 어떻게 통제되고 검증되며 책임지도록 설계됐는가에 있다.

국회의 후속 입법… 제도 보완은 이제 시작이다

사건 이후 국회에서는 후속 대책 논의도 이어졌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해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장과 종사자를 신고의무자에 포함하도록 했다. 권익옹호기관이 장애인학대 대응의 핵심 기관임에도, 그 장과 종사자가 신고의무자 범위에서 빠져 있었던 제도적 공백을 보완하겠다는 취지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도 권익옹호기관 위탁 운영 시 공개모집 절차를 법률에 명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는 기관 운영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높여, 보호기관이 특정 법인이나 지역 권력관계에 종속되지 않도록 하려는 시도다.

장애계의 한 관계자는 법원이 징역 10년을 유지한 것은 범행의 중대성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지만, 그 판결만으로 제도의 실패가 복구되지는 않는다고 봤다. 장애인 권익을 지키기 위한 기관이 다시 신뢰를 얻으려면, 신고의무 강화, 조사 과정의 다중 검증, 21조 원칙의 실질적 이행, 위탁 운영의 투명성 확보, 피해자 의사 중심 절차 보장까지 구체적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장애인을 보호해야 할 기관 내부에서 벌어진 성폭력인 만큼 단지 한 명의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이번 사건은 국가와 제도가 장애인의 안전과 존엄을 어디까지 책임질 것인지, 그 질문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더인디고 THE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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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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