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고려하지 않으면 ‘간편’ 본인인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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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으로 얼굴 인식을 하고 있는 모습
핸드폰으로 본인 인증을 하기 위한 방법으로 얼굴 인식을 할 때, 시각장애를 고려하지 않으면 시각장애인이 제대로 된 본인인증을 할 수 없다. ©챗gpt 편집
  • 시각장애를 고려하지 않은 ‘얼굴인식’
  • 디지털시대 장애를 고려한 배리어프리 접근 필요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최근 신분증을 분실했던 승우(가명) 씨는 새로 신분증 발급을 준비하면서 이번 기회에 복지카드도 함께 새로 발급받기로 했다. 특히 복지카드는 이제 모바일로도 편리하게 이용이 가능함에도 아직 적용받지 못하고 있었던 승우 씨였기에 증명사진 촬영부터 새롭게 하며 잔뜩 부푼 기대감으로 준비했다.

2주가 지난 후 드디어 카드가 발급되었다는 문자를 받은 승우 씨는 거주하는 동 주민센터를 방문했다. 신분증과 복지카드를 수령한 뒤, 모바일 복지카드를 승우 씨의 핸드폰에 설치하기 위해 주민센터 직원으로부터 안내를 받았다. 그 과정에서 ‘본인 인증’에 대한 설명을 들은 승우 씨는 본인 인증 방법으로 얼굴 인식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승우 씨가 본인 인증을 하기 위해 핸드폰 화면에 얼굴을 들이댔지만, 좀처럼 인증이 성공되지 않았다. 여기서 본인 인증을 위한 얼굴 인식은 단순히 핸드폰 화면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눈을 깜빡이거나 옆얼굴도 핸드폰 화면으로 들이대며 본인임을 인식시켜야 했다. 이러한 과정이 승우 씨에게는 제대로 이뤄질 수 없었다.

승우 씨는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승우 씨는 “얼굴 인식으로 본인 인증을 한다기에 헬스장에 입장할 때 얼굴 인식 한번으로 확인되던 시스템을 생각했고, 또 증명사진도 최근에 새로 찍었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본인 인증이 되는 줄 알았다”면서 “그런데 모바일 복지카드를 위해 본인 인증을 한다면서 시각장애인에게 눈을 깜빡이라거나 어느 타이밍에 얼굴을 옆으로 해야 하는지 등을 필요로 하는 건 좀 이상하지 않은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승우 씨에 의하면, 본인 인증을 위해 얼굴 인식을 하더라도 얼굴을 정면으로 보는 것이나 눈 깜빡임, 옆얼굴 인식 등의 과정에서 ‘타이밍’을 맞추기가 어려웠다고 했다. 시각장애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얼굴 인식인 탓에 핸드폰 정면을 응시하다가 어느 타이밍에 눈을 깜빡여야 하는지, 어느 타이밍에 옆얼굴을 인식시켜야 하는지 제대로 구분이 어려워 계속 본인 인증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승우 씨는 “본인 인증 방법이 얼굴 인식 외에 지문 인식을 하는 방법도 있다고 안내받았는데, 제가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다른 방법을 선택해야 하는 건 더 아닌 거 같았다”면서 “본인임을 인식하는 과정인 만큼 장애가 있다고 해서 불편함을 겪거나 시간이 비장애인보다 더 소요되는 등의 어려움이 일어나지 않도록 장애를 고려한 배리어프리 본인 인증 방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취재결과, 모바일에서 얼굴 인식으로 본인 인증에 실패하는 경우는 비단 승우 씨뿐만 아니라 비장애인도 종종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부분의 얼굴 인식 실패 원인은 핸드폰 카메라나 조명, 마스크나 선글라스 등 환경적인 요소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그 환경적인 요소만 개선하면 얼굴 인식은 해결하게 된다. 반면 승우 씨처럼 장애가 고려되지 않으면 분명히 ‘본인’임에도 그 본인을 인식하는 과정에 본의 아닌 불편함을 동반하게 된다.

승우 씨는 “잘 살펴보면 시각장애를 고려하지 않은 문제점은 곳곳에 많이 존재하는 것 같다”면서 “회원가입을 하거나 간편 본인인증을 하는 과정에서 자동 입력을 방지하기 위해 제시된 숫자를 입력해야 할 때가 있는데, 시각장애인에게는 이게 항상 스트레스다”고 털어놓았다.

회원가입이나 간편 본인인증을 위해 이름과 생년월일, 연락처 등을 입력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숫자와 기호로 된 이미지 창을 보고 해당 문구를 그대로 입력하는 단계가 있다. 그런데 이 문구들이 하나씩 띄우고 있지 않고 다닥다닥 붙어 있거나, 해당 이미지 창의 배경에 문구 외에 다른 무늬도 함께 들어가 있어 저시력 시각장애인은 무슨 문구인지 확인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러한 불편을 설명하면서 승우 씨는 “말이 ‘간편’ 본인인증이지 시각장애인에게는 결코 간편한 인증이 아니다”면서 “무슨 문구인지 안 보이니까 지인한테 물어봐야 하는데, 그 과정이 내가 온전히 해내는 게 아닌데 과연 본인 인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이어 “디지털시대에 다양한 기술이 도입됨에 따라 ‘간편’, ‘1분 내 가입’ 등과 같은 문구들을 종종 발견할 수 있는데, 사실 여기에 장애는 얼마나 고려되었는지 생각해보았으면 한다”고 말하며, “어떠한 장애유형을 가지고 있더라도 간편하게 본인인증을 하고 불편함 없이 회원가입을 1분 내에 할 수 있어야 모두를 위한 간편과 1분 이내 가입이지 그렇지 않다면 비장애인 우월주의의 산물일 뿐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대구대학에서 장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며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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