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이 국내에서 비준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다수 법률은 협약 기준과 충분히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에 2023년 12월 출범한 ‘CRPD 국내법 개정 연대’는 규범 반영 지표를 마련하고, 상충 법률의 제·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연대는 39개 법률을 분석·검토해 16건의 개정안을 발의했으며, 모자보건법, 상법, 최저임금법 등 주요 쟁점 법률을 중심으로 사회적 논의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장애인권리협약 채택 20주년을 맞아, 연대는 릴레이 기고를 통해 협약의 국내 적용 필요성과 향후 과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ㅣ김광훈 한국장애인재활협회(간사단체) 미래전략팀장

[더인디고] 지난 3월, 장애계의 오랜 과제였던 장애인권리보장법이 국회 상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통과하고, 본회의 의결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 법은 CRPD의 관점을 국내 법체계에 반영하려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법 제정만으로 권리가 곧바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장애인권리보장법은 다양한 권리를 규정하고 있으나, CRPD가 요구하는 국가의 책무와 권리 전반을 충분히 담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부 조항의 임의규정화나 선언적 성격도 한계로 지적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CRPD와 국내 법체계 전반의 정합성이 여전히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
예컨대, 장애인권리보장법이 제정되어도 보호작업장에서 일하는 장애인의 평균 한 달 급여 36~40만원은 변하지 않는다. 이는 CRPD 제27조(근로 및 고용)의 취지와 충돌하지만, 최저임금법 개정 없이는 개선이 어렵다. 새로운 법 하나만으로는 협약 이행을 담보하기 어렵고, 기존 법체계 전반의 정비가 병행되어야 한다.
CRPD 제4조(일반의무)는 이를 명확히 하고 있다. 국가는 권리 이행을 위해 모든 입법적·행정적 조치를 취하고, 차별을 구성하는 기존 법률과 제도를 개정·폐지해야 한다. 즉, 상충 법률과 흠결 법률의 제·개정을 포함한 ‘국내법 조화’는 선택이 아니라 협약 이행의 핵심 과제이다.
이 과제는 국제사회에서도 지속적으로 강조되어 왔다. 인천전략(2013~2022)과 자카르타 선언(2023~2032) 역시 국내법 조화를 주요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CRPD 수립 과정부터 참여했지만, 국내법 조화는 본격적인 입법 과제로 다뤄지지 못했다. 그간 다수의 장애인 관련 법률이 제정되었음에도, 협약의 기준을 법체계 전반에 반영하고 정합성을 점검하는 논의가 충분하지 않았다. 이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이후 관련 법 정비가 이어졌던 경험과도 대비된다.
이에 2023년 12월 출범한 연대는 CRPD 국내법 조화를 목표로 활동을 시작했다. 장애인권리위원회 최종견해, 국가인권위원회 독립보고서, 시민사회보고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상충 법률 7개와 흠결 법률 37개가 확인되었다. 이는 일부 쟁점 중심의 결과에 불과하다. CRPD 전반을 기준으로 국내 법체계를 재검토할 경우, 제·개정이 필요한 법률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은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장애인의 권리는 개별 법률 몇 개로 완성되지 않는다. 기존 법과 제도를 개선하고, 협약의 원칙이 행정·사법·복지·노동 전반에 작동하도록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계기로 CRPD 국내법 조화를 국가적 과제로 설정하고, 법체계 전반을 협약 기준에 맞게 재정비한다면, 권리 보장은 선언을 넘어 실질적 변화로 이어질 것이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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