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인디고 = 안승준 집필위원] 스포츠 중계에는 경기 장면을 말로 묘사해 주는 캐스터와 함께 경기 내용을 분석하고 설명해 주는 해설자가 있다.
“저 장면에서는 바로 슛을 때리기보다 차는 척하면서 반대쪽 달려오는 선수를 봤어야 해요. 그럼 100% 골이었을 텐데 너무나 아쉽습니다.”
“투수가 저렇게 공을 던지면 타자가 가볍게 날려버려요. 꾹 눌러서 던져야 공이 묵직해지고 맞더라도 범타가 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야구든 축구든 그분들 말만 들으면 어떤 팀이라도 쉽게 이길 수 있을 것 같다. 한 발짝만 더 달려서 살짝 감아놓고 차면 골이 되고, 어깨만 조금 덜 열고 가볍게 힘을 빼고 휘두르면 홈런이 된다고 하는데 응원하는 선수들은 애석하게도 그 말대로 따르지 않는다.
“저렇게 수비하다 보면 좌측에 빈 공간이 생길 거예요.”라든지 “이번엔 분명히 포크볼이 들어올 거예요.”라는 해설이 적중이라도 하면, 그 해설대로 움직이지 못한 선수들이 더 안타깝고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초집중 상태에서 젖먹던 힘까지 짜내는 선수들에게 중계석의 목소리가 들릴 리 없겠지만, 해설자는 손바닥 보듯 읽는 경기의 판세를 전혀 예측하지 못하는 선수들과 코치들에겐 비난의 화살이 쏟아진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지금 중계석의 해설자도 몇 년 전까지 선수였고 그 또한 매번 완벽한 경기를 해내지는 못했다. 그때도 그때의 해설자가 있었고, 그때의 선수도 그 해설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선수 때는 모르던 것을 경력이 더 쌓이고 나이가 더 든 다음에 알게 된 것일 수도 있지만, 방송 중계 잘하던 해설자 출신의 감독이 지휘하는 팀도 매번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않는다.
그런 걸 보면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듯 해설하는 나이 지긋한 해설자가 다시 몸이 젊어져서 직접 선수로 뛴다 하더라도, 그의 해설과 예측처럼 완벽한 움직임을 보여주기는 어려울 것이다. 친구들과 야구나 축구 경기를 볼 때에도 그 녀석들은 장면 설명에 그럴듯한 해설을 덧붙이지만, 내가 알기로 그 녀석들은 지금도, 더 젊었던 어린 시절에도 자기 입으로 말하는 것만큼 축구나 야구를 잘한 적이 없다.
그냥 단지 한 걸음 떨어져서 관전하는 처지라 전체의 판세가 잘 보였던 것뿐이다. 장기나 바둑을 둘 때에도 절묘하게 훈수를 두는 분들이 있지만 그들의 실력이 직접 바둑을 두는 사람들보다 매번 높지는 않다. “스무 살 무렵엔 꼭 이런 것들은 해봐야 하고 대학을 졸업하면 이렇게 살아야 해!”라고 훌륭한 조언을 해 주는 인생의 멘토도 20대를 그의 말처럼 한 점 후회 없이 매 순간을 멋지게 살아내지는 못했다. 그냥 떨어져서 보니, 지나 보니 조금 더 잘 파악되고 조금 더 잘 보이는 것일 뿐이다.
우리는 바둑을 둘 때도 인생을 살 때에도 몇 걸음 떨어져 있는 이들의 훈수나 해설을 잘 따르지 않는다. 훈수를 두면 괜히 다른 수를 놓아보고, 이렇게 살라고 하면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다며 반대의 길로 간다. 중계하는 해설자의 말이 들리지 않는 야구 선수나 축구 선수들처럼 자신의 판단으로 모든 것을 결정하려고 한다. 주변의 잔소리를 달갑게 여기지도 않고 잔소리하는 이의 삶에 대해 신뢰하지 않으므로 그들의 조언 자체를 가볍게 흘려듣는다.
그렇지만 최고의 선수 출신만이 가장 올바른 경기 해설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 걸음 떨어져 볼 수 있다면 국가대표 선수의 경기라도 규정을 아는 보통의 평범한 관람객들이 해설할 수 있다.
“본인은 선수 때 얼마나 잘했기에 저런 식으로 말을 하는 거야?”라고 해설자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운동을 잘하는 것과 해설을 잘하는 것은 다른 영역이다. 인생의 조언을 건네는 이들에게 “쓸데없이 참견하지 말고 너나 잘하세요!”라고 말을 하지만 그는 내 삶을 나보다 더 잘 보고 있는 해설자일 수도 있다. 해설하는 이들의 말이 모두 다 맞는 것은 아니지만 경기장의 선수들보다는 대체로 경기를 관전하는 해설자의 눈이 정확할 때가 많다.
우리는 우리를 보고 있는 이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작은 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 우리는 인생의 골과 홈런을 조금 더 쉽게 만날 수 있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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