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아닌 구조 묻는다”… 장애인거주시설 첫 국정조사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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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0일 국회 소통관에서 장애인 시설 성폭력 학대 및 국정조사의 진상규명과 엄정 조사 욕구 공동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국회 인터넷 중계
▲4월 20일 국회 소통관에서 장애인 시설 성폭력 학대 및 국정조사의 진상규명과 엄정 조사 욕구 공동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국회 인터넷 중계
  • 색동원·태연재활원·반구대병원 등 연이은 참사 계기
  • 주당 중심 00명 연서국정조사 요건 단기간 확보
  • 서미화 의원 대표발의420일 장애인의날 맞춰 제출
  • 개별 범죄 아닌 국가 책임관리·감독·정책 실패 정조준
  • 사건 대응 넘어 구조 규명국회 차원 문제 인식 전환

[더인디고] 장애인 거주시설 내 반복된 학대와 사망 사건을 둘러싸고, 국회 차원의 첫 ‘구조적 책임 규명’ 시도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장애인의날인 4월 20일 대표발의한 ‘장애인 거주시설 구조적 학대 및 관리·감독체계 실패에 관한 국정조사 요구서’는, 개별 사건을 넘어 국가 시스템 전반을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중대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국정조사 왜장애인거주시설 운영·감시체계 붕괴

이번 국정조사는 단순한 사건 조사 수준을 넘어, 장애인 거주시설을 둘러싼 폐쇄적 운영 구조와 공적 감시 체계의 붕괴를 국회가 직접 검증하겠다는 선언이다.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는 인권지킴이단, 시설평가, 지도점검 등 다양한 대책을 시행해 왔지만, △장기간 학대의 반복, △종사자 중심 가해 구조, △낮은 자기신고율, △지자체 관리·감독 부실 등이 지속되면서 “대책은 있었으나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누적돼왔다.

요구서는 이 같은 한계를 전제로 ▲왜 국가 시스템이 학대를 방치했는가, ▲누가 이를 알고도 막지 않았는가를 묻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또한 장애인 거주시설을 대상으로 한 국정조사 요구는 사실상 처음이라는 점에서, 향후 장애인 정책 패러다임, 특히 시설 중심 보호에서 권리 기반 지역사회 전환으로의 변화를 촉진할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반복된 참사와 수치로 확인된 현실

장애인 거주시설 학대가 인천 강화군의 ‘색동원’이나 울산 북구 ‘태연재활원’ 등 특정 시설의 문제가 아닌 전국적·구조적 현상이는 점이 수치 등으로 확인된다.

구체적으로 최근 6년간(‘19∼’24년)간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총 1652건(연평균 257건)의 학대가 발생했으며, 전체 1524개 거주시설 중 238개소(15.6%)에서 학대가 확인됐다.
2024년 기준 장애인학대로 판정된 1449건 중 거주시설에서 발생한 건이 184건(53.3%)을 차지하며, 가해자의 87.5%가 시설 종사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거주시설 학대의 28.8%가 5년 이상 장기 지속 사례로써, 전체 평균(15.4%)의 약 2배에 달했다. 피해자의 76.1%는 발달장애인이며, 자기 신고 비율은 12.5%로, 이는 학대가 구조적으로 은폐·지속될 수 있는 환경임을 보여준다.

동원·태연재활원·반구대병원이 드러낸 구조적 실패!

▶ 색동원 사건 – “13년간 성폭력, 경고에도 행정이 이를 무시”
인천 강화군 색동원에서는 시설장이 여성 장애인 19명을 대상으로 약 13년간 성폭력과 학대를 자행했다. 문제의 핵심은 범죄의 잔혹성만이 아니다. 2021년 이미 종사자 학대가 적발됐음에도 ‘개선명령’에 그쳤고, 2022년 평가 C등급에도 불구하고 방문점검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의혹 제기 후에도 조사 착수까지 3개월이 소요되는 등 반복적인 경고 신호에도 행정이 이를 무시한 구조적 실패 사례다.

▶ 태연재활원 – “한 달 500건 폭행, 솜방망이 처벌”
울산 태연재활원에서는 직원 20여 명이 한 달(‘24.10~11.)간 약 500건의 폭행을 가했다. 특히 CCTV 사각지대인 화장실 등에서 집중 폭행이 자행됐고, 피해자 의사표현 한계나 뒤늦은 의료기관 발견 등은 시설 내부 통제와 외부 감시 모두 무력화된 상태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행정처분은 ‘개선명령’에 그쳐, 처벌의 실효성 문제도 함께 제기됐다.

3) 반구대병원 – “두 명의 죽음에도 의료기관 역시 감시체계 밖”
반구대병원 폐쇄병동에서는 지적장애인이 두 차례 폭행 끝에 사망했다.
2022년 1월에는 지적장애인(32)이 동료 환자에게 약 2시간 동안 폭행당해 사망했고, 2024년에도 지적장애인(47)이 폭행당한 뒤 약 4개월 후 사망한 사건에서는 폭행 발생 후 27분간이나 방치가 됐다. 더욱 심각한 것은 병원의 인권위 조사 거부, 의료진 방임 정황으로, 의료기관조차 책임을 회피한 구조적 무력화가 확인된 점이다.

그 밖에도 서울 영등포구에선 송천한마음부모회가 운영하는 ‘송천 한마음의집’에선 거주인 47명인 2023년 한 해 동안 ‘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 등으로 총 26건의 행정처분이 있었고 24년 11월 시설폐쇄가 결정됐지만 문제가 지속됐다.

이렇듯 서울, 경기, 충북, 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성폭력, 경제적 착취, 종교 강요, 방임 및 사망 사건이 반복돼왔다는 것은 일부 거주시설의 일탈이 아닌 위험의 일상화가 구조적으로 고착화됐다는 방증이다.

무엇을 조사하나

이번 요구서는 조사 범위를 매우 구체적으로 설정했다.
우선 ▲ 색동원·태연재활원·반구대병원 등 최근 3년간(’23∼’26년) 발생한 장애인 거주시설 내 학대 실태 및 은폐 구조와 ▲지자체의 관리·감독 의무 위반 실태 ▲보건복지부 등 중앙행정기관의 정책적 방치 실태, 특히 복지부의 시설 평가제도·인권지킴이단·장애인권익옹호기관 조사 권한의 실효성에 관한 사항 및 종사자 검증 체계(범죄경력 조회 등) 탈시설 지원 정책 이행 현황 및 장애인권리보장법 등 관련 입법 지연 사유에 관한 사항,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등 시설운영자 단체의 조직적 비호 및 제도개혁 방해 실태, ▲ 시설운영자 단체와 국회의원 간의 정치적 연계 실태에 관한 사항 등 정치적 유착 관계 및 입법 방해 실태, 특히 시설운영 관련 보조금 집행 적정성과 보조금이 정치후원금 등으로 환류되었는지 여부, 시설 인·허가 및 재인가 과정에서 정치적 청탁·알선 등 부정한 행위가 있었는 지 여부 등이 조사 대상이다.
또한 ▲피해자 보호·구제 실태 및 재발방지 대책 및 ▲기타 국정조사 과정에서 제기되는 의혹 및 관련 사항 등 행정과 정책, 정치 전 영역을 포괄하는 전면 조사다.

국정조사 의미와 전망

이번 요구의 가장 큰 특징은 속도와 규모다.
국정조사는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가 필요하지만 단기간 내 요건이 충족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순 문제 제기를 넘어 정당 차원의 집단적 정치 의사 형성으로도 평가될 수 있다.

아울러 국정조사가 진행되면, 단순 진상규명을 넘어 몇 가지 변화를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
우선 시설 중심 보호 모델의 한계가 재확인되면서 ▲시설유지에서 탈시설 전환 요구에 더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회 본회의 계류 중인 ▲‘장애인권리보장법’의 시급한 통과와 함께 ‘탈시설지원법’ 제정 필요성 등 계류법 처리에 대한 압력도 예상된다. 이어 ▲단순 점검이 아닌 중앙·지방정부의 책임 기반 관리체계(책임소재 명확화, 공개성 강화)로의 전환 요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거주시설에서 벌어진 비극은 국가와 사회가 만든 구조의 결과라는 점에서 국회가 이 구조를 어디까지 밝혀내고, 실질적인 제도개혁으로 이어갈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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