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N 장애인권리협약 20주년… “이제는 평가의 시간”
- 장총련·RI·DPI “권리는 이미 있다… 문제는 작동 여부”
- 법·제도·돌봄 전반 ‘국가 책임’ 전면 제기
[더인디고] 제46회 장애인의 날인 4월 20일, 대통령과 정치권, 국가기관이 장애인 권리보장을 약속하는 메시지를 잇따라 내놓은 가운데, 장애인단체들은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역대 정부마다 권리를 반복해서 선언하고 있지만, 현실에서 작동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이다.
특히 올해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 채택 20주년을 맞아 장애계는 이를 기념의 시점이 아닌, 권리 이행 수준을 점검하는 ‘평가의 시점’으로 규정하며 한국 사회 장애인 정책의 구조적 한계를 짚었다.
“장애인의 날은 기념 아닌 국가 책임을 묻는 날”
장애계는 장애인의 날의 의미부터 재정의했다. 한국DPI는 논평을 통해 “장애인의 날은 기념이 아니라 권리 이행을 점검하고 국가의 책임을 묻는 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장애인을 보호와 시혜의 대상이 아닌 ‘권리의 주체’로 보는 것이 국제사회 기준임에도, 국내 정책과 현장에는 여전히 과거의 보호·시혜 패러다임이 잔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Nothing About Us Without Us” 원칙을 언급하며, 당사자 참여가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현실을 비판하고 권리와 참여가 정책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리 말하면서 차별은 방치”… CRPD와 충돌하는 국내법 체계
가장 직접적인 문제제기는 법·제도 영역에서 제기됐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RI Korea)는 CRPD 비준 이후에도 이를 반영한 국내 법률 개정이 미흡하다고 지적하며, 협약과 충돌하는 차별적 법조항 정비를 촉구했다.
특히, 우생학적 사유에 따른 임신중절을 허용하는 ‘모자보건법’과 의사 확인이 어렵다는 이유로 보험 가입 등을 제한하는 ‘상법’ 등을 대표적인 구조적 차별 법률로 지목했다.
RI Korea는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선언과 차별적 법체계를 동시에 유지하는 것은 정책의 자기모순”이라며, CRPD 이행을 위한 법체계 전면 정비를 요구했다.
“돌봄은 작동하지 않았다”… 사각지대가 드러낸 구조
현장의 위기는 ‘돌봄’ 영역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한국신장장애인협회는 지난 4월 11일 발생한 70대 독거 신장장애인 사망 사건을 언급하며, 현행 통합돌봄 정책의 한계를 강하게 비판했다. 투석 치료가 필수적인 중증장애인이 사망 후 수일이 지나 발견된 이 사건은 의료기관·지자체·복지서비스 간 연계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지목됐다.
신장협회는 이를 “숫자 중심 행정이 만든 돌봄 사각지대”로 규정하며, 투석 결석 시 즉각 대응하는 긴급 연계체계 구축과 중증 만성질환자 맞춤형 돌봄 강화, 건강 데이터 기반 고위험군 선제 발굴 등을 촉구했다.
“권리가 일상이 되려면”… 정책은 ‘체감’으로 가야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도 CRPD 채택 20년을 맞아, 선언이 아닌 이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장총련은 장애인 정책이 당사자의 일상에서 실질적으로 체감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이행 점검이 필요하다고 밝히며, △정책 체감도 중심의 질적 전환, △당사자 참여의 실질적 보장, △지역사회 자립 및 국가 책임 돌봄 강화, △이동권·노동권 등 기본권 중심 투자 등 네 가지 핵심 과제를 제시했다.
한편,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계가 내놓은 메시지는 “이미 존재하는 권리라도 현실에서 작동하게 해야 한다”는 것으로 수렴된다. 이는 정책의 실효성과 국가 책임을 정면으로 제기하는 요구로, 이재명 대통령이 밝힌 “장애가 장애가 되지 않는 나라,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는 나라”라는 비전의 실질적 이행을 촉구하는 것과 맞닿아 있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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