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장애계 “UN 장애인권리협약 제정 20년, 국회·정부 책임 촉구”
- 서미화 의원 “심사 없는 입법 2년… 이대로면 임기만료 폐기 우려”
- 최보윤 의원 “세트법 넘어 장애주류화… ‘장애평등정책법’ 제정해야”
[더인디고]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 이하 ‘협약’) 제정 20주년을 맞았지만, 협약 이행을 위한 국내 입법과 정책은 여전히 정체 상태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회와 장애계는 4월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협약과 상충하거나 흠결이 있는 ‘국내법 조화를 위한 세트법(이하 세트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세트법’은 협약과 국내법의 정합성을 확보하기 위해 복수의 개별 법률안을 묶어 발의한 입법 패키지로, 22대 국회에서 총 28개 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이날 회견에는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과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한국장애인재활협회,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척수장애인협회 등 18개 장애인단체로 구성된 ‘UN CRPD 국내법 개정연대(법개정연대)’와 법무법인 온율, 한국입법학회 등 학계·시민사회가 참여해 입법 공백 해소를 위한 초당적 협력을 촉구했다.
■ 최보윤 의원 “비준 18년, 이행률 ‘낙제점’…. 장애평등정책법 필수”
우리나라는 2008년 협약을 비준했지만, 국내법과의 괴리는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최보윤 의원은 “중앙정부 부처의 협약 이행률이 10.3%에 불과하고, 2022년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의 70여 개 권고 역시 충분히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며 “협약 제4조에서 명시한 국가 의무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협약과 국내법 간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해 세 차례에 걸쳐 총 28건의 세트법을 발의했지만, 실제 논의된 것은 단 2건에 불과하다”며 “나머지 26건은 단 한 차례의 본격 심의도 거치지 못한 채 입법적 방치 상태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장애평등정책법’ 제정 필요성도 강조했다.
최 의원은 “개별 법령 정비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정책 설계 단계부터 장애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이를 예산에 반영하는 장애주류화 체계가 필요하다”며 “지금이야말로 장애인지 관점의 정책 전환을 이룰 골든타임”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회와 정부는 더 이상 입법적 방치를 묵과하지 말고 세트법과 장애평등정책법 통과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 서미화 의원 “입법 지연 심각… 현장 반영된 입법 필요”
서미화 의원도 입법 지연에 대한 우려를 강하게 제기했다.
서 의원은 “초당적으로 발의된 법안이 단 한 건도 통과되지 못했고, 상임위 심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대로라면 임기만료 폐기라는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당연한 일상’을 말하지만, 반복되는 시설 인권침해 사건은 그 말이 얼마나 공허한지를 보여준다”며 정책과 현실의 괴리를 짚었다.
서 의원은 특히, 통계법과 관련해 “정부는 비효율성을 이유로 들지만, 현장에서는 장애 분리통계 부족으로 정책 수립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통계는 소외를 드러내는 핵심 정책 도구인 만큼, 당사자와 현장의 목소리가 입법 과정에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장애계 “선언적 권리보장 그만… “국회·정부, 이행 의지 보여달라”
장애계는 협약 이행이 지연된 구조적 문제를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이찬우 법개정연대 공동위원장은 “협약 비준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모자보건법’, ‘상법’ 등 차별적 요소를 포함한 법률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22대 국회에서 세트법을 통해 이러한 구조적 차별을 반드시 정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권재현 법개정연대 위원은 “정책과 예산 수립 단계에서 장애인이 배제되지 않도록 하는 장애영향평가 제도화가 필요하다”며 “장애평등정책법은 협약 이행을 위한 핵심 제도적 장치”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조성민 공동위원장은 정부와 국회를 향해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했다.
조 위원장은 “협약 이행은 국제인권 기준에 따른 국가의 의무이자, 현 정부가 국정과제로 약속한 내용과도 일치한다”며 “그럼에도 국가 차원의 이행 로드맵과 종합계획이 부재한 현실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 역시 더 이상 이행 책무를 방기해서는 안 된다”며 “선언적 권리보장이 아닌, 실제 이행으로 책임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제는 국제무대에서”… CRPD 20주년, 행동으로 이어질까
한편, 오는 6월 9일부터 11일까지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는 CRPD 제정 20주년을 기념하는 제19차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당사국회의가 개최될 예정이다.
법개정연대를 비롯한 국내 장애계는 이번 당사국회의 참가를 준비하고 있으며, 이를 계기로 국회와 정부, 지방자치단체를 향한 협약 이행 촉구와 다양한 정책 제안을 국제무대와 국내에서 동시에 제기할 계획이다.
CRPD 20주년을 맞은 지금, 한국 사회가 ‘선언’에서 ‘이행’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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