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PD 20주년] ③ 이름을 되찾은 ‘노동절’, 장애인 노동자는 법 안의 노동자’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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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보호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과 그 밖에 놓인 장애인 노동자들을 대비시켜, 장애인 노동자도 최저임금과 고용 보호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뜻을 담은 이미지. ChatGPT
▲법의 보호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과 그 밖에 놓인 장애인 노동자들을 대비시켜, 장애인 노동자도 최저임금과 고용 보호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뜻을 담은 이미지. ChatGPT
  • 최저임금법 제7조 개정과 장애인고용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며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이 국내에서 비준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다수 법률은 협약 기준과 충분히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에 2023년 12월 출범한 ‘CRPD 국내법 개정 연대’는 규범 반영 지표를 마련하고, 상충 법률의 제·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연대는 39개 법률을 분석·검토해 16건의 개정안을 발의했으며, 모자보건법, 상법, 최저임금법 등 주요 쟁점 법률을 중심으로 사회적 논의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장애인권리협약 채택 20주년을 맞아, 연대는 릴레이 기고를 통해 협약의 국내 적용 필요성과 향후 과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ㅣ한국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

다시 ‘노동절’로 돌아온 5월 1일

오는 5월 1일은 노동절입니다. 1886년 미국 시카고에서 8시간 노동제를 외치며 총파업에 나선 노동자들의 투쟁에서 비롯되어 1889년 파리 제2인터내셔널 창립대회에서 국제 기념일로 선포된 이후, 노동절은 전 세계적으로‘노동의 권리’와‘연대’를 상징하는 날로 자리 잡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1923년 이래 5월 1일을‘노동절’로 기념해 왔으나, 1963년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의 제정으로 공식 명칭이‘근로자의 날’로 바뀌었습니다. 2025년 10월, 「노동절 제정에 관한 법률」로 전부개정 되면서 62년만에‘노동절’이라는 이름을 되찾게 되었습니다.‘근로’에서‘노동’으로의 전환은 단순한 명칭 변경이 아닙니다. 이는 노동의 주체성과 가치를 재확인하고, 모든 노동이 동등하게 존중받아야 한다는 우리 사회의 약속입니다.
이름을 되찾은 2026년 노동절을 앞두고, 지금 대한민국에서 장애인 노동자도 법 안에서 동등한 권리를 누리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최저임금법 제7, 38년째 바뀌지 않은 예외 조항

「최저임금법」은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여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그러나 같은 법 제7조는‘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사람’에 대해 고용노동부장관의 인가를 거쳐 최저임금의 적용을 배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1988년 최저임금제 도입 이래 38년이 지난 지금까지 개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 결과 최저임금 적용제외 장애인 노동자는 1만 명을 넘어섰고, 2024년 5월 기준 이들의 평균 임금은 약 40만원에 불과합니다.

이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보편적 원칙, 그리고 모든 국민의 근로권과 최저임금을 받을 권리를 규정한 헌법 제32조에 배치됩니다. 또한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이하‘협약’) 제27조 및 근로·고용에 관한 일반논평 제8호는 장애인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받지 않도록 보장하는 것이 당사국의 의무임을 명시하고 있고,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도 대한민국 제1차 국가보고서에 대한 최종견해(2014)와 제2·3차 병합 국가보고서에 대한 최종견해(2022)를 통해, 최저임금법을 개정하여 최저임금 적용 제외 제도를 폐지할 것을 지속적으로 권고해 왔습니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개정, 지역사회 기반 개별화 지원의 법제화

최저임금과 같은 기본적 권리 보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개인의 선호와 특성에 맞는 고용지원을 받을 권리 또한 법으로 보장받아야 합니다. 지난 2024년 12월 발의된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일부개정법률안(최보윤·서미화 의원 대표발의)은 이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시도입니다. 이 개정안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직업재활 조치를 강구할 때 ‘지역사회 연계’를 고려하도록 하여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장애인의 특성과 선호를 반영한 ‘개별화고용계획’ 수립을 명시하여 맞춤형 고용지원의 기반을 강화하였습니다. 또한 직업재활실시기관 전문요원의 교육·훈련을 국가가 지원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서비스의 전문성과 질적 수준을 높이고자 하였습니다.
이는 협약 제19조(자립생활 및 지역사회 참여), 제26조(가활 및 재활)에서 강조하는 개별화된 지원과 지역사회 기반 접근 원칙에도 부응하는 내용입니다.

노동절이 모든 노동자의 날이 되기 위하여

우리나라는 2008년 협약을 비준하며 장애인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겠다는 국제적 약속을 했습니다. 협약 제4조에 따라 협약이 인정한 권리의 이행을 위해 모든 적절한 입법적·행정적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협약과 충돌하는 국내법을 개정하고 협약의 이행을 위한 제도를 갖추어 나가는 것은 국가의 책무입니다.
노동절을 맞이하며, 우리 법과 제도가 장애인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노동을 동등하게 존중하고 있는지 되짚어 봅니다. 최저임금법 제7조는 여전히 장애인 노동자를 최저임금의 예외로 두고 있으며, 지역사회 기반의 개별화된 고용지원을 보장할 법적 근거도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협약 비준 이후 17년이 지났지만, 협약과 상충되는 법과 제도는 여전히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이름을 되찾은 노동절이‘모든 노동자의 날’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협약이 지향하는 노동권이 법과 제도에 반영되어 일상에서 작동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장애인 노동자의 권리도 법 안에서 동등하게 보장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가 마주한 과제입니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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