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인디고 = 무필 집필위원] 장애인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차별은 낯설지 않지만, 그 차별에 대해 법적 판단을 구하는 일은 결코 가볍지 않다. 특히 소송 결과에 따라 감당해야 할 비용까지 고려해야 한다면, 그 선택은 더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현행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차별 피해자가 법원에 구제를 청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고 있다. 그러나 실제 소송 과정에서는 ‘패소자 부담 원칙’이라는 민사소송의 구조가 또 다른 장벽으로 작용한다. 패소할 경우 자신의 비용뿐 아니라 상대방의 변호사 비용까지 부담해야 할 수 있다는 점은, 소송 제기 자체를 주저하게 만드는 현실적인 요인이 된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부담을 넘어 제도 설계의 문제로 이어진다. 차별을 입증하기 어려운 구조 속에서 결과의 불확실성까지 비용으로 환산될 때, 권리 구제는 법에 규정된 가능성에 머물 위험이 있다. 관련해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는 한국의 사법 접근성 문제를 지적하며, 소송비용 부담이 권리 행사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을 권고해 왔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국회에는 서로 다른 방식의 입법이 제안되었다.
하나는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으로, 장애인 차별구제 소송에서 패소하더라도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국가가 소송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재정을 통해 소송의 위험을 분담함으로써 권리 행사에 따른 부담을 완화하려는 접근이다.
다른 하나는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안한 방안으로, 법원이 사건의 공익성이나 경위 등을 고려해 소송비용을 각자 부담하도록 할 수 있는 특례를 두는 내용이다. 민사소송의 일반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예외적 판단을 가능하게 해 실질적 형평을 반영하려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
두 안은 방식은 다르지만, 소송비용이 권리 구제의 장벽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특히 하나는 소송 제기 단계에서의 부담을 낮추는 ‘사전지원’의 성격을, 다른 하나는 재판 결과에 따라 비용 부담을 조정하는 ‘사후지원’의 성격을 갖는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사전지원은 당사자가 소송을 시작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마련해 주는 역할을 하고, 사후지원은 개별 사건의 특성과 결과를 반영해 비용 부담의 불균형을 완화하는 기능을 한다. 어느 하나만으로는 소송 과정 전반에서 발생하는 부담을 충분히 해소하기 어렵다.
결국 장애인 차별구제 소송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소송의 시작과 결과를 각각 뒷받침하는 사전지원과 사후지원이 함께 작동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두 제안은 상호 배타적인 대안이라기보다, 보완적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
지난 2025년 11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에서는 최보윤 의원안에 대한 심사가 이루어졌다. 논의 과정에서 위원들은 소송비용 부담이 장애인의 권리 행사에 제약이 될 수 있다는 점에는 공감했지만, 제도 도입 방식에 대해서는 신중한 의견도 제기되었다.
정부는 입법 취지에는 공감을 표하면서도, 지원 대상의 범위와 기준, 민사소송의 ‘패소자 부담 원칙’과의 관계, 기존 소송구조 제도와의 정합성 등을 이유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국회에서는 현행 제도가 공익적 성격의 차별 소송까지 충분히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일정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었다.
이처럼 논의는 필요성에 대한 공감과 제도 설계에 대한 신중론 사이에서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점은 있다. 소송비용에 대한 부담이 차별 구제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면, 그에 대한 제도적 대응 역시 필요하다는 점이다. 권리는 선언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고, 실제로 행사될 수 있을 때 비로소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장애인 차별구제 소송에서 비용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는 단순한 절차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사법 접근성을 어디까지 보장할 것인지, 그리고 사회가 권리의 위험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에 관한 선택의 문제다.
이제는 사전지원과 사후지원이 함께 작동할 수 있도록, 그 해법을 제도로 구체화할 때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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