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인디고 = 안승준 집필위원] 아들에게 어린이날 선물로 와플 블록을 사 주었다. 어느새 쑥 자란 20개월 햇살이는 제법 블록을 끼우고 붙이고 그럴듯한 모양을 만든다. 아빠인 나도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 이리저리 블록을 맞추고 아들의 모방학습을 기대한다. 여섯 개의 블록으로 정육면체를 어렵지 않게 만들어내고는 ‘역시! 어릴 때 가지고 놀던 실력이 없어지지 않았네!’ 하며 혼자 뿌듯해한다.
더 큰 육면체를 만들고 그보다 더 큰 육면체를 만들어 아들에게 의자를 선물했는데, 바깥면만 겨우 만들고 안쪽이 텅 빈 구조물은 15kg 아기를 견디지 못하고 와르르 무너져 버린다. 조금 더 내부를 보강해서 튼튼하게 만들려고 시도하는데, 외부가 그대로 남겨진 상태에서 안을 채우다 보니 블록의 아귀가 잘 맞지 않는다. 안쪽을 맞추다 보면 바깥쪽 블록이 떨어지고, 바깥쪽을 맞추면 안쪽이 뒤틀린다.
나도 모르는 새 아들의 장난감을 아들보다 더 집중해서 조립하고, 아들은 그런 아빠의 모습이 신기한지 “우와! 우와!” 연신 탄성을 내지르며 비슷한 모양으로 조각을 따라 맞춘다. 그러는 동안 나의 튼튼한 의자 만들기 프로젝트도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내면서 될 듯 말 듯한 희망의 가능성을 찾아내고 있었다.
‘와르르르르르르!’ 야심 차게 ‘짜잔!’ 하고 공개한 의자에 자신 있게 아들의 엉덩이를 올려놓는 순간, 내가 가졌던 희망은 오랜 시도와 노력이 만들어낸 자기합리화적 착각이었음을 깨달았다. 여기저기로 흩어져 버린 조각들은 중간 과정들을 기억해 내기조차 어려울 만큼 각자의 모양으로 나뉘어져 버렸다.
다시 만들 것이냐, 놀이는 놀이로 끝낼 것이냐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을 때, 뭔가 알기라도 한다는 듯 햇살이가 작은 블록 뭉치를 건네며 어깨를 토닥인다. “아빠, 실망하지 말고 천천히 다시 한번 해 보세요.”라고 말하는 것 같은 꼬물거림에 흐뭇하게 웃으면서 기쁘게 조각을 건네받았다.
조그만 손으로 아빠 따라 하기를 실천한 흔적으로 아들이 준 블록 뭉치는 나름 탄탄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그 조그만 덩어리를 해체하지 않고 하나씩 조각을 덧붙이며 새로운 방법으로 의자 만들기를 시도했다. 아기들이 가지고 노는 블록으로 시행할 수 있는 조립의 경우의 수가 얼마나 많겠냐마는, 어쨌든 나 아닌 조립가의 시도인지라 조금은 다른 패턴을 보여주고 있었다.
내 시도의 흔적들인 블록 파편들을 완전히 풀어내고 아들의 기초만을 이용해서 의자를 만들어갔다. 이미 덩어리진 조각들이라 바깥쪽부터 만들 수는 없었기에 안쪽부터 바깥쪽으로 모양을 만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눈덩이가 불어나 눈사람이 되어가듯 천천히 블록 뭉치의 크기가 커져갔다. 구멍에 맞추어 하나를 더 끼우고 반대쪽에도 하나를 더 끼우다 보니 제법 큰 덩어리가 되었다.
여전히 우주 최고의 기대감으로 “우와! 우와!” 하며 아빠를 응원하는 아기를,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블록 덩어리에 앉혀보았는데, 생각 외로 구조물은 튼튼했다. 모양은 처음 의도한 것과는 많이 달랐지만, 모양 예쁘고 부서지는 첫 아빠표 의자보다는 훨씬 나았다. 몇 개의 블록을 더 붙이고 최종으로 의자를 선물했을 때, 아기는 신이 나서 이리저리 만져보고 앉아보고 온몸으로 기쁜을 표현했다.
우리는 같은 모양의 삶의 블록을 가지고 살아간다. 색이 다르고 크기가 달라서 애초부터 다른 것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 대체로 비슷한 블록으로 끼우고 맞춰서 자신의 목표를 향해 간다. 설명서도 없는 블록 놀이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만드는 것보다 어느 순간 완벽히 부수는 것일 수 있다. 제한된 블록으로 새롭게 만들기 위해서는 과감히 부수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끊임없이 힘들다 느껴진다면, 이미 잘못되어 버린 블록 덩어리를 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
우리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천천히 새로운 방법으로 블록을 끼우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들어야 하고, 틀렸다고 생각하던 시도도 한 번쯤 해 보아야 한다. 아들의 블록을 기초 삼아 의자를 만들어냈던 나처럼, 예상치 못한 도움으로 답을 얻을 수도 있다. 원하지 않았던 결과물이 만들어질 수도 있지만, 그 또한 우리에게 답일 수 있다.
요즘 아들과 나는 거실에서 블록 만들기와 부수기를 반복하고 있다. 끼우고 맞추고 부수고 풀어내는 시도와 실패의 시간이, 아들이 마주할 수많은 도전에서 힌트가 되어주길 바란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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