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인디고 = 무필 집필위원] 보건복지부가 최근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하며, 최중증 발달장애인에 대한 가족의 활동지원 허용 기간을 다시 2년 연장하기로 했다.
표면적으로는 활동지원사를 구하지 못해 고통받는 가족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번 연장은 사실상 지난 2년 동안 정부가 공적 돌봄 체계 구축에 실패했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기도 하다.
허울뿐인 ‘국가책임제’, 부담은 다시 가족에게
현 정부가 강조해 온 ‘발달장애인 돌봄 국가책임제’의 핵심은 돌봄의 책임을 가족에서 국가로 옮기겠다는 데 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의 연장 사유 역시 여전히 “활동지원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정부는 2024년 11월부터 최중증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가족 돌봄을 한시적으로 허용해 왔으나, 이번 개정을 통해 현재 2026년 10월 31일까지인 허용 기간을 2028년 12월 31일까지로 또다시 2년 넘게 연장하려 하고 있다.
결국 활동지원사 매칭 실패를 이유로 가족 돌봄을 허용하고, 다시 그 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국가가 공적 시스템 구축이라는 본연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채 그 공백을 가족의 희생으로 메우고 있다는 뜻과 다르지 않다.
‘예외적 허용’이 반복되는 순간, 예외는 제도가 된다. 그리고 그 제도의 비용은 결국 가족이 감당하게 된다.
활동지원서비스의 본질은 ‘자립’과 ‘부담 경감’이다
시행령의 근거가 되는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은 서비스의 목적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장애 당사자가 지역사회 안에서 자신의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자립생활을 지원’하고, 동시에 ‘가족의 돌봄부담 경감’을 실현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구조에서는 난도가 높은 최중증 장애인 지원을 활동지원사들이 기피하고, 그 결과 당사자는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권리를 충분히 보장받지 못한다. 정부는 그동안 가산급여 인상 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2026년 기준 시간당 17,270원의 단순 바우처 구조만으로는 숙련 인력의 안정적 유입과 지속 가능한 지원 체계를 만들기 어렵다.
최중증 지원은 단순노동 공급의 문제가 아니다. 고도의 지원 역량과 지속적 관계 형성이 필요한 영역이다. 그럼에도 공공 책임 기반의 인력 운영 체계나 긴급·대체 인력 시스템 없이 시장 매칭에만 의존하는 현재 구조로는 실패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근본적 개편 없이 유예 기간만 연장하는 것은, 수술이 필요한 환자에게 진통제만 반복 처방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2년의 시간은 ‘회피’가 아니라 ‘재설계’를 위한 시간이어야 한다
이번 개정안이 확정되면 가족 활동지원 허용 기간은 2028년 말까지 연장된다. 정부는 다시 확보한 이 시간을 단순한 ‘시간 벌기’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오는 6월 22일까지 이번 개정안에 대한 국민 의견을 수렴한다고 밝혔다. 이번 의견수렴이 단순한 절차에 그쳐서는 안 된다.
최중증 통합돌봄과 같은 별도 사업 뒤에 숨기보다, 현재 활동지원서비스 체계 안에서 왜 반복적으로 공백이 발생하는지부터 직시해야 한다. 가족 돌봄을 어쩔 수 없는 ‘예외’로 남겨둘 것이 아니라, 가족이 아니어도 지역사회 안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공공 책임 중심의 인력 양성과 매칭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가족 말고는 답이 없다”는 현장의 절규를 국가가 제도로 승인하는 비극이 2년 뒤에도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국가책임제는 가족의 헌신에 기대어 유지되는 제도가 아니라, 가족이 아니어도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돌봄 구조를 국가가 책임 있게 만들어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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