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이라 했는데도 노크하고 초인종 눌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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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키패드 화면이 켜진 휴대폰 사진
청각장애가 있다고 했는데도 카드 배송원은 노크를 하고 초인종을 눌렀다. 문을 열어서 대면했을 때도 청각장애인에게 계속 ‘말’을 했다. ©박관찬 기자
  • 카드배송원이나 택배기사의 장애감수성 필요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선호(가명) 씨는 올해 처음 사업자를 내고 지원했던 공모사업에 선정되었다. 처음 해보는 사업을 수행할 앞으로를 생각하며 한껏 기대감에 들떠 있다. 공모사업 담당자로부터 사업비 교부와 관련된 안내를 받고, 사업에 선정되었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첫 번째 움직임으로 은행에 방문하여 사업비 전용 계좌를 개설했다.

사업비를 교부받을 계좌를 개설하고 체크카드를 받으면 되는데, 해당 은행은 체크카드 발급이 바로 되지 않고 일주일 이내 집으로 배송된다는 안내를 받았다. 선호 씨는 새로 개설한 계좌의 종이통장만을 받고 귀가했다.

은행에 다녀온 뒤 맞이한 토요일. 선호 씨는 점심 약속에 맞추기 위해 분주히 외출 준비를 했다. 집 청소부터 시작해서 샤워와 외모 꾸미기까지 한 뒤,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핸드폰을 확인한 선호 씨는 깜짝 놀랐다.

모르는 번호로 여러 개의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기 때문이다.

부재중 전화와 함께 며칠 전 선호 씨가 거래했던 은행으로부터 Web발신 메시지도 와 있었다. 금일 개설된 계좌의 체크카드가 집으로 배송된다는 내용이었다. 부재중 전화가 카드를 배송하기 위한 방문이었다는 것을 직감한 선호 씨는 서둘러 집 밖으로 나가 문을 열어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안녕하세요, 청각장애가 있어서 초인종 소리를 못 듣습니다. 다시 도착하시면 문자 메시지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미리 여유 있게 시간을 생각하고 외출준비를 했던 선호 씨는, 문자를 발송한 뒤 카드 배송원이 확인하길 기다렸다. 그로부터 20분이 지난 뒤 카드 배송원으로부터 문자 메시지가 왔다. 선호 씨는 서둘러 내용을 확인했다.

[고객님 문을 두드리고 노크를 해도 아무런 답이 없어서 배송하지 못했습니다.]

어이가 없어진 선호 씨는 다시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청각장애가 있어서 초인종이나 노크 소리를 듣지 못합니다. 도착하시면 문자 메시지를 보내 주세요.]

10분이 지나도 답이 없자, 선호 씨는 슬슬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점심 약속에 늦지 않으려면 지금 출발해야 하는데, 고민하던 선호 씨는 카드 배송원에게 다시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 발송 못하나요?]

5분이 지난 뒤, [도착했습니다.]라는 문자 메시지가 왔다. 어렵게 카드를 받은 선호 씨는 뒷맛이 개운치 않은 기분으로 약속 장소에 나가게 됐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선호 씨는 “국고보조금으로 하는 사업에 처음 선정되어 정말 기뻤는데, 가장 중요한 사업비 정산을 위한 체크카드 받는 과정이 많이 아쉬웠다”면서 “카드 배송원이 아마도 운전을 하며 이동하는 직업이다보니 문자 메시지를 빠르게 확인하고 발송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드는데, 도착했으면 도착했다, 5분 뒤에 올 거면 온다와 같은 문자 메시지 한 통쯤은 제대로 보내주면 좋겠다”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이어 선호 씨는 “분명히 처음부터 청각장애인이라고 했는데도 두 번째 방문에서도 ‘노크’를 했다고 하고, 세 번째 방문에서 문을 열었을 때 카드를 받았다는 서명을 요청하는 과정까지도 계속 ‘말’을 했다”고 쓴웃음을 지으며 “솔직히 제 느낌으로는 카드 배송원이 ‘청각장애’가 뭔지도 모르는 것 같았는데, 이렇게 고객에 대한 이해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건 아니지 않은가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에 겪은 일을 거래은행에 민원을 넣을 예정이라는 선호 씨는 “카드 배송뿐만 아니라 하루에도 많은 횟수의 택배가 이루어지는 요즘 사회에서 택배기사들의 장애감수성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특히 국고보조금 사업 수행을 위한 체크카드처럼 정말 중요한 배송이라면 배송에 있어 고객에 대한 감수성이 더욱 중요하게 여겨져야 하지 않을까 은행이든 택배회사든 숙고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대구대학에서 장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첼로를 연주하며 강연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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