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접근권 집단소송 첫 변론…인권위 권고 보류에 장애계 “차별 묵인”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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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가 「공중이용시설 등에 대한 장애인 접근권 증진을 위한 제도개선 권고」를 관계 부처의 소극적 회신과 미회신을 이유로 유보한 것은, 장애인 접근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확인한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국가의 책임 이행을 다시 미룬 판단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장애계는 부처의 침묵을 견제해야 할 인권위가 오히려 이를 권고 보류의 근거로 삼은 것은 독립적 인권기구의 역할을 스스로 약화시킨 것이며, 차기 상임위원회에서 조속하고 강력한 정책권고를 의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공중이용시설 등에 대한 장애인 접근권 증진을 위한 제도개선 권고」를 관계 부처의 소극적 회신과 미회신을 이유로 유보한 것은, 장애인 접근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확인한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국가의 책임 이행을 다시 미룬 판단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장애계는 부처의 침묵을 견제해야 할 인권위가 오히려 이를 권고 보류의 근거로 삼은 것은 독립적 인권기구의 역할을 스스로 약화시킨 것이며, 차기 상임위원회에서 조속하고 강력한 정책권고를 의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Chatgpt 이미지 편집
  • 인권위, 관련 부처 의견 회신 미루자 정책 권고 유보
  • 장애계 “정부와 인권위, 장애인 접근권 책임 안 지겠다? ‘반발’
  • 인권위 독립성 흔드는 권고 유보, 나쁜 선례 될 수 있어
  • 장애인 접근권은 협의 대상이 아니라 즉시 이행해야 할 기본권

[더인디고=이용석 편집장]

182명의 장애인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장애인 접근권 국가책임을 묻는 집단소송을 제기한 지 8개월 만에 첫 변론기일이 열렸다.

2026년 5월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 모인 원고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등 장애인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 접근권을 책임 있게 개선하지 않고 있는 정부의 정책 부재를 강하게 비판했다.

같은 날 오전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회에서 공중이용시설 등에 대한 장애인 접근권 증진을 위한 제도개선 권고의 건이 의결되지 못했다. 다시 말해서 장애인 접근권 보장을 요구하는 국가배상 집단소송의 첫 변론기일에, 국가인권위원회는 정부를 향한 정책권고를 확정하지 못한 셈이다.

관련 부처 의견조회 회신이 정책 권고 미룬 이유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이미 2025년 공중이용시설 접근권 실태 모니터링을 통해 장애인 접근권 문제의 심각성을 확인했고, 권고안 역시 관련 법령 개정, 비대상 시설 개선, 건축 기준 정비, 관리·감독 강화, 행정체계 개편 등 구체적인 제도개선 방향을 담고 있었다는 점에서 장애계는 크게 반발했다. 특히 이번 유보 결정은 인권위의 의견조회 요청에 대해 관계 부처들은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거나 사실상 회신을 거부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장애인 접근권 문제를 해결해야 할 책임 있는 행정기관들이 인권위의 정책 검토 절차에 성실히 응하지 않은 셈인데, 장애계는 장애인 접근권 보장 책임을 회피한 행위라고 강력 비판했다.

더 큰 문제는 인권위 장애인차별소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숙진 상임위원이 다른 상임위원들과는 달리 주도적으로 정책권고를 미루자고 주장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전 장애인차별위원이었던 한 관계자는 피권고기관이 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위원장이 나서서 권고를 미룬다면 인권위의 정책권고는 사실상 정부 부처의 협조 여부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는 독립적 인권기구가 수행해야 할 감시와 견제 기능을 스스로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 이라고 성토했다.

장애인 접근권’…헌법상 권리 미룰 사안 아냐

장애인 접근권은 이미 법률상 권리로 보장되어 있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은 장애인의 동등한 사회참여와 접근권 보장을 국가의 책무로 규정하고 있다. 더구나 대법원은 2024년 12월 19일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장애인 접근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확인했던 바 있다. 다시 말해서 장애인이 인간의 존엄을 실질적으로 보장받기 위한 초석이라는 판단이다. 그럼에도 현행 제도는 여전히 건물 규모와 건축 연도에 따라 편의시설 설치 의무를 달리 적용하고 있다. 이 구조는 장애인 접근권의 법적 사각지대를 만든다. 특히 전국 소매점의 상당수가 편의시설 의무 설치 대상에서 제외되는 현실은, 장애인의 일상적 이동과 이용을 제도 밖에 방치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

정부가 마련한 「제6차 편의증진 국가종합 5개년 계획(2025~2029)」도 한계를 드러냈다. 계획은 편의시설 의무 설치 대상 확대, 실태조사, 모니터링 강화 등을 제시하고 있지만,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권고와 대법원 판결에서 확인된 핵심 쟁점인 시행령상 면적 제한 기준 폐지, 기존 시설에 대한 접근권 의무 확장, 비대상 시설 개선을 위한 재정·기술 지원 방안은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인권위 권고안은 바로 이 지점을 지적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는 「장애인등편의법」과 관련 법령의 면적 기준·시기 기준을 전면 재검토하고,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의 시기 기준을 폐지해 두 법 간 충돌을 해소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2007년 삭제된 구 시행령 별표 규정을 다시 마련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소유 건축물이 법 시행 이전 건축됐다는 이유로 비대상 시설로 남는 문제를 개선하라는 권고도 포함됐다. 국토교통부에는 유니버설 디자인 원칙을 반영한 통일된 설계 지침 마련과 도로점용 허가 관련 지침 제작을, 기획예산처에는 복권기금을 활용한 경사로 등 편의시설 설치 지원 사업의 전국 확대를, 재정경제부와 행정안전부에는 조세특례·지방세특례·국유재산·공유재산 관련 법령 개정을 통한 세제 및 사용료 감면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도 제시됐다.

장애인 접근권 문제는 더 이상 실태 파악이 부족해서 미룰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이미 법률이 있고, 국제협약이 있고, 대법원 판결이 있다. 또한 인권위의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공중이용시설 접근권의 구조적 문제가 확인됐다. 이제 필요한 것은 추가적인 유예가 아니라, 정부 부처가 책임을 이행하도록 만드는 명확한 권고와 이행 점검이다.

■ 이번 유보 결정으로 인권위 권고 기능 약화 우려

이번 인권위의 판단이 남기는 우려는 분명하다. 관계 부처가 회신하지 않으면 권고가 미뤄질 수 있다는 선례가 만들어질 경우, 향후 정부 부처는 불편한 인권 의제에 대해 침묵하는 방식으로 인권위 권고를 지연시킬 수 있다. 이는 인권위의 권고 기능을 제도적으로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장애계 한 관계자는 “관계 부처가 인권위 의견조회에 답하지 않은 것은 단순한 행정 지연이 아니라 장애인 접근권 보장 책임을 회피한 행위”라며 “더 심각한 문제는 인권위가 그 침묵을 권고 유보의 사유로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피권고기관이 답하지 않으면 권고도 멈춘다는 선례는 인권위의 독립성과 권고 기능을 스스로 훼손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인권위는 차기 상임위원회에서 「공중이용시설 등에 대한 장애인 접근권 증진을 위한 제도개선 권고의 건」을 조속히 의결해야 한다. 또한 정부와 관계 부처는 면적 기준 폐지, 기존 시설 접근 의무 확대, 비대상 시설 개선, 재정·세제 지원, 통합적 관리체계 구축 등 권고안의 핵심 과제를 즉시 정책화해야 한다. 장애인 접근권은 더 이상 검토의 대상이 아니라 이행의 대상이다. 인권위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부처의 침묵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그 침묵이 장애인의 권리를 어떻게 지연시키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판단하는 것이다.

[더인디고 THEINDIGO]

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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