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장애인 정책은 지방정부 운영능력이 관건
[더인디고=이용석 편집장]

또 졌다. 3일 연속, 아니 무려 여덟 게임 연속 패배다. 답답한 노릇이다. 프로야구에서 꼴찌는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는다. 한 경기의 실책, 어느 투수의 난조, 특정 타자의 부진만으로 승패는 결정되지 않는다. 더구나 8연패라면 더욱 그렇다. 순위표의 맨 아래에는 늘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전력을 어떻게 구성했는가, 주축 선수의 이탈을 어떻게 메웠는가, 미래 자원을 어떻게 육성했는가, 필요한 투자를 제때 했는가, 그리고 구단이 팬에게 어떤 방향을 보여주었는가의 문제가 켜켜이 쌓여 성적이 된다.
최근 키움 히어로즈를 둘러싼 평가는 그래서 단순한 성적 부진의 문제가 아니다. 프로야구팀 히어로즈는 지난 2009년 해체된 현대 유니콘스를 승계해 모기업 없는 스폰서십을 판매해 운영하는 가난한 팀으로 시작했던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2010년 넥센 타이어를 메인 스폰서로 2018년까지 이어오다 현재는 키움증권이 스폰서를 맡아 운영 중이다. 하지만 넥센 시절 창단 첫 준우승을 차지했고 키움으로 팀명이 바뀐 이후에도 2019년 두 번째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등 꽤 준수한 성적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고, 2025시즌 승률은 0.336으로 10개 구단 체제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준으로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정후, 김혜성, 송성문 등 핵심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로 전력 공백은 더욱 커졌다. 전력 공백 문제는 선수가 떠났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프로야구에서 선수 이동은 언제나 있다. 진짜 문제는 그 공백을 어떤 계획으로 메웠느냐다. 주축 선수가 빠졌으면 전력을 보강해야 하고, 보강이 어렵다면 육성 시스템이 성과를 내야 한다. 육성이 필요하다면 팬에게 납득 가능한 시간표와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전력 보강은 충분하지 않았고, 어린 선수들은 타팀에 비해 성장이 더뎠다. 이정후, 김혜성, 송성문 선수의 이적료로 상당한 현금을 챙겨 전력 보강의 기회가 있었지만, 그 돈이 실제 선수단 전력 보강과 육성에 어떻게 쓰였는지는 오리무중이다.
선수는 경기장에서 지지만, 패배의 설계도는 프런트와 운영 시스템 안에서 먼저 그려진다. 감독이 작전을 잘못 냈고, 선수가 실책을 했고, 불펜이 무너졌다는 말은 현상에 가깝다. 더 근본적인 질문은 따로 있다. 왜 그 선수가 그 자리에 서야 했는가. 왜 대체 전력이 없었는가. 왜 위기가 예측됐는데도 준비하지 않았는가. 왜 팬들은 해마다 같은 장면을 봐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이제 구단 측이 내놔야 한다.
지방정부의 장애인 정책도 다르지 않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의 후보들은 장애인 공약을 내놓는다. 이동권을 보장하겠다, 돌봄을 강화하겠다, 일자리를 확대하겠다, 주거 지원을 늘리겠다, 장애인단체와 소통하겠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면 많은 공약은 부서별 사업으로 흩어진다. 교통은 교통부서, 주거는 주택부서, 돌봄은 복지부서, 재난안전은 안전부서, 정보접근은 디지털 담당부서의 일로 나뉜다. 이렇게 장애인 정책은 뿔뿔이 흩어지고 쪼개져 급기야 가뭇없이 사라지고 만다.
야구에서 승리를 위한 라인업은 연결되어야 한다. 1번 타자가 출루하면 2번 타자는 진루를 위한 팀배팅에 치중한다, 그리고 중심타선은 출루했던 주자를 불러들이고, 선발투수는 최소 점수로 이닝을 끌고 불펜은 더 이상의 실점을 막는다, 이렇게 수비가 실점을 줄여야 팀이 이길 수 있다. 어느 한 자리만으로 팀은 완성되지 않는다. 지방정부도 마찬가지다. 이동권, 주거권, 노동권, 건강권, 교육권, 재난안전, 정보접근권은 각각 따로 떨어진 복지 항목이 아니다. 이것은 한 도시가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시민의 삶을 얼마나 정교하게 운영하는지를 보여주는 행정의 라인업이다. 그런데 많은 지방정부는 여전히 장애인 정책을 벤치 멤버처럼 취급한다. 선거 때는 호출하지만, 예산 편성의 중심에는 두지 않는다. 공약집에는 넣지만, 조직과 인력은 충분히 배치하지 않는다. 조례는 만들지만, 집행계획은 느슨하다. 전달식과 간담회는 반복하지만, 장애인 시민이 체감하는 변화는 더디다. 이것은 선의의 부족이 아니다. 운영능력의 부족이다.
꼴찌 팀에는 이유가 있다. 장애인 정책이 반복해서 뒤처지는 지역에도 이유가 있다. 필요한 예산을 뒤로 미루고, 담당 인력을 불안정하게 두고, 부서 간 책임을 떠넘기고, 당사자 참여를 형식화하고, 공약 이행을 관리하지 않으면 정책은 작동하지 않는다. 야구에서 전력 보강 없는 육성이 공허하듯, 행정에서도 예산과 인력 없는 공약은 공허하다. 시범사업만 반복하고 제도화하지 않는 정책은 변화가 아니라 게으른 지연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신뢰다. 팬이 가장 절망하는 순간은 팀이 지는 날이 아니다. “이 팀은 방향이 없다”고 느끼는 순간이다. 장애인 시민도 마찬가지다. 민원을 넣어도 바뀌지 않고, 선거 때마다 같은 요구를 반복해야 하며, 공약은 쌓이지만 삶은 바뀌지 않는다면 행정에 대한 신뢰는 무너진다. 그것은 복지 만족도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문제다.
6·3 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지금, 유권자가 물어야 할 질문은 단순하지 않다. 누가 장애인 공약을 더 많이 냈는가만 볼 일이 아니다. 누가 그 공약을 실제 예산과 조직, 조례와 집행계획으로 연결할 수 있는가를 봐야 한다. 누가 장애인 정책을 복지부서의 부가 업무가 아니라 지방정부 전체 운영전략으로 다룰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장애인 정책을 잘하는 지방정부는 장애인에게만 좋은 지방정부가 아니다. 시민 전체의 삶을 잘 설계하는 지방정부다. 휠체어가 이동할 수 있는 도시는 유아차와 노인, 일시적 부상자도 이동할 수 있는 도시다. 발달장애인이 이해할 수 있는 정보는 모든 시민에게 명확한 정보다. 재난 상황에서 장애인이 대피할 수 있는 체계는 누구에게나 더 안전한 재난 대응체계다. 장애인 노동권을 설계하는 지역은 더 다양한 시민의 참여를 인정하는 지역이라 할 수 있다. 야구에서 팀을 망치는 것은 한 경기의 패배가 아니다. 방향 없는 운영이다. 지방정치도 마찬가지다. 장애인 정책을 주변에 세워둔 지방정부는 결국 시민 모두의 삶을 주변으로 밀어낸다.
내일의 투표는 후보를 고르는 절차에 그쳐서는 안 된다. 지역의 운영자를 선택하는 일이다. 장애인 정책을 복지의 변두리에 둘 것인지, 도시 운영의 중심에 놓을 것인지 결정하는 일이다. 꼴찌 팀에는 이유가 있듯, 실패한 행정에도 이유가 있다. 이제 유권자는 그 이유를 물어야 한다. 그리고 장애인의 삶을 계속 벤치에만 앉혀두는 정치는 과감히 외면해야 한다. 그나저나 8연패의 키움과 12연패의 SSG의 승부가 있다.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연패 탈출의 총력전이 될 듯한데 벌써 흥미진진하다.
[더인디고 THE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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