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인디고 = 안승준 집필위원] 매년 이맘때가 오면 학교엔 교생 선생님들이 찾아온다. 예비 교사의 부푼 꿈을 안고 새로 산 정장을 차려입고 오는 어린 선생님들은 새로운 에너지로 학교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올해는 특별히 제자 선생님들의 방문이어서 그런지 더 유심히 지켜보게 된다. 오래전의 나도 그랬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교생 선생님들은 수업을 참관할 때도, 직접 아이들을 가르칠 때도, 쉬는 시간 만나는 다른 이들과의 인사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인상을 전해 준다.
오늘은 한 달 동안의 실습을 마무리하는 선생님의 연구 수업 발표 날이다. 열일을 제쳐두고 나도 참관석에 앉는다. 내 아들의 재롱잔치를 지켜보게 된다면 이런 마음일까 생각이 들 만큼 궁금하고 설레고 걱정도 되고… 만감이 교차한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학급 회장이 인사하고 우리 수업 한번 시작해 볼까요?”로 출발하는 정형화된 수업 구조는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여서, 학습 목표를 알려주고 본격적인 수업으로 이어졌다. 어리게만 보았던 제자의 수업이 제법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 때쯤 교단 위에 서 있는 어린 내 모습이 겹쳐졌다.
‘목소리는 또렷하고 크게 내야지!’라고 다짐하며 자신감을 잃지 않으려 했던 20여 년 전 그 자리에 내가 아닌 제자가 서 있었다. 나의 동작 하나 목소리 하나를 놓치지 않고 지켜보시던 은사님들의 자리엔 지금의 내가 같은 마음으로 앉아 있다. 그때의 선생님들도 이런 마음으로 나를 지켜보셨겠고, 지금 수업을 진행하는 제자 선생님도 그때의 나처럼 나를 의식하고 있다.
늘 배우는 처지일 것만 같았고 항상 가르침의 대상으로 여겼지만, 어느새 그는 내가 있던 자리에 서 있고 나는 또 누군가가 앉아 있던 그 자리에 있다. 쉬지 않고 시간이 흐르는 한 우리는 한자리에 머무를 수 없고, 위치를 바꾸고 역할을 교대하면서 살아간다. 내가 오늘의 수업을 지나치게 냉정하게 평가하지 않는 것은 언젠가 내가 어른들에게 느끼고 바랐던 기억에 기인하는 것이고, 다른 이의 실수에 좀 더 관대해야 하는 것은 그 부끄러움의 자리에 나도 서 있게 되리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나는 서울에 사는 시각장애인 수학 교사이지만 그것은 오늘의 나일 뿐, 그 전에는 그렇지 않았고 시간이 흐른 뒤에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아들이었던 나는 아버지가 되었고, 아기인 내 아들은 또 언젠가 아버지가 될 것이다. 오늘은 나름 다른 이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나 자신도 성실하게 살았다고 자부하지만, 나의 매일이 그렇게 뜻대로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다. 비판할 수 있지만 비난받을 수도 있다. 존경받을 수 있지만 다른 이를 값없이 칭찬해 줘야 할 때도 있다.
오늘 교생 선생님의 수업은 개인적으로 큰 배움의 시간이었다. 수업을 준비해 왔을 노력도, 학생 한 명 한 명을 세심히 챙기는 모습도 그랬지만, 나와 다른 시간을 살고 있는 그의 모습은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배움의 교재가 되기에 충분했다.
오늘 내가 바라보는 수많은 다름의 모습은 머지않은 미래의 나일 수 있고, 내가 가장 잘 이해한다고 여기는 내 모습은 나와 많이 다른 이의 미래일 수 있다. 같은 시간의 흐름 속에 공간을 나누고 역할을 주고받는 모든 이들에게 조금 더 넓은 마음을 나누며 살기로 한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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