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생활하면서 집에만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동’은 필수적인 요소다. 목적지까지 이동하기 위해 도보로 갈지, 대중교통을 이용할지는 시간이나 장소 등 환경적 요인에 따라 결정하게 된다.
출퇴근길은 웬만하면 지하철을 이용한다. 서울에서 수원까지는 지하철 1호선을 타면 환승 없이 한번에 갈 수 있기 때문에 비교적 편안하게 갈 수 있다. 다만, 퇴근길에는 지하철을 탈 때 1호선이 수원으로 가는 건지 아니면 인천으로 가는건지 정확하게 구분해야 하는 과정이 있다.
아무래도 시각장애와 청각장애를 동시에 가진 장애당사자로서 가장 편안한 이동방법은 역시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는 것이다. 장애인콜택시 기사님도 친절하고, 접수를 할 때 목적지를 이미 다 이야기했기 때문에 배차된 택시에 타기만 하면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편안하게 앉아서 가면 된다.
하지만 장애인콜택시도 이용에 아쉬운 점은 있다. 접수 후 배차가 되었다는 문자가 오고 나면 곧바로 기사님에게서 ‘전화’가 온다. 현재 어디에서 기자가 있는 곳으로 오기 때문에 몇 분 뒤에 도착한다는 내용이 대부분인데, 옆에 누군가 있다면 대신 전화를 받아줄 수 있지만 혼자 있을 땐 난감해진다.
이 부분에 대해 장애인콜택시를 오랜 기간 이용하면서 한 가지 노하우가 생겼다. 이젠 기사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을 때 혼자 있더라도 그냥 전화를 받는다. 그리고는 “기사님 안녕하세요. 청각장애가 있습니다. 몇 분 뒤에 도착하는지 문자로 안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또박또박 말한 뒤 전화를 끊는다. 장애인콜택시 기사님이니만큼 장애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청각장애가 있지만 그냥 전화를 받은 것이다. 그럼 곧바로 기사님에게서 몇 분 뒤에 도착하는지 문자가 온다. 그 몇 분 뒤에 나가면 저시력 시각장애로도 다른 택시와 충분히 구분할 수 있는 장애인콜택시를 안전하게 탑승할 수 있다.
하지만 장애인콜택시는 ‘로또콜’이라 불릴 만큼 대기해야 하는 시간이 길면 이용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업무와 관련된 일정을 위해서는 이동시간과 대기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 다른 택시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 다른 택시는 나비콜과 카카오택시다.
나비콜은 복지카드로 결제시 요금이 할인된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하지만 나비콜로 배차된 택시는 일반택시와 같은 차종이기 때문에 저시력 시각장애로 배차된 차량을 구분하기 쉽지 않고, 배차된 차량의 번호를 직접 확인하기는 더더욱 쉽지 않다. 또한 나비콜 기사님은 장애인콜택시 기사님이 아니기 때문에 장애에 대한 이해가 좋다는 걸 기대할 수 없다. 그래서 기사님으로부터 전화가 오더라도 (혼자 있을 때) 장애인콜택시 기사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을 때처럼 전화를 받기가 망설여진다.
그래서 나비콜은 접수부터 배차, 탑승의 과정까지 누군가 옆에서 지원해주는 게 가장 안전하다. 나비콜 어플로 접수를 할 때 분명히 목적지를 입력했지만, 배차되어 탑승한 나비콜은 목적지가 제대로 네비게이션에 입력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혼자 이용하게 되면 기사님과의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어려움이 발생하고, 그런 부분을 감안해서라도 누군가 배차된 나비콜 기사님에게 목적지를 정확하게 확인해준 뒤에야 비로소 시트에 등을 깊게 묻을 수 있게 된다.
반면 카카오택시는 요금 할인이 되진 않지만 접수를 할 때 입력한 목적지가 배차된 차량에도 비교적 정확하게 설정되어 있다. 그래서 누군가 배차된 차량의 번호만 잘 확인해주면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 이런 경우 굳이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기사님에게 밝히지 않아도 택시를 타고 가면 되는데, 택시 기사님의 성향에 따라 운전 중에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할 수도 있기 때문에 가끔은 장애를 밝히지 않아서 ‘불친절한 고객’으로 낙인될까 걱정하기도 한다.
한번은 지인과 함께 카카오택시를 탔는데, 지인이 기사님과의 대화를 전달해줬다. 기사님이 손자를 무척 예뻐해서 손자의 웃음소리가 핸드폰 벨소리로 설정되어 있다고 하며 손자 자랑을 했다는 것이다. 만약 기자가 혼자 택시를 탔고 청각장애가 있다는 걸 밝히지 않았는데, 기사님이 그것도 모른 채 손자 자랑을 하는데 무응대인 고객을 어떻게 생각할까?
이럴 땐 기사님이 말을 걸어주면 기자도 기사님과의 대화에 함께 부대끼면서 처음 만난 사람과의 대화에 녹아들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제3자를 통해 접해보는 것도 어쩌면 기자로서 더할나위 없이 좋은 기회 아닐까.
그런 생각 때문인지, 요즘은 혼자 택시를 타게 되면 한동안 음성인식기능 앱을 켜놓는다. 혹시라도 기사님이 말을 걸면 문자로 변환되는 핸드폰을 보면서 기사님과 대화를 해보고 싶은 마음에. 어쩌면 기사님은 기자가 핸드폰을 보면서 대답하니까 건성으로 대답하는 건 아닌가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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