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P19]⑥ 장애인 배제는 불완전 민주주의… ‘동등한 시민권’이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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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KDF 주최로 유엔본부 회의실(CRC)에서 열린 ‘장애와 민주주의’ 부대행사 개최 장면 /사진=개발협력연대 장애분과
▲11일 KDF 주최로 유엔본부 회의실(CRC)에서 열린 ‘장애와 민주주의’ 부대행사 개최 장면 /사진=개발협력연대 장애분과
  • 캐나다·한국·아프리카·유럽 대표들, 권리와 민주주의 조건 논의
  • 동등한 정치 참여와 지역사회 삶 보장한 목소리
  • 존엄사 논쟁 속 존엄한 삶과 민주주의의 관계도 집중 조명

[더인디고] 장애인의 정치적 참여와 시민권 보장이 민주주의의 핵심 과제라는 목소리가 강하게 제기됐다.

한국장애포럼(KDF)은 11일(현지시간) 유엔본부에서 ‘장애와 민주주의: CRPD 20년, 서류상 권리에서 실질적 권리로’를 주제로 부대행사를 개최했다. 지난 9일 탈시설 국제연대 이어 두번 째다.

이번 행사는 대한민국 유엔대표부,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개발협력연대 SDGs10(장애) 분과, 아세안장애포럼(ADF), 라플릭(RAPLIQ), 발리더티재단(Validity Foundation), 티씨아이(TCI-Global), 한국국제협력단(KOICA) 등이 공동으로 참여해 마련됐다.
CRPD 채택 20주년을 맞아 장애인의 시민적·정치적 권리 실현 현황과 과제를 점검하고, 민주주의와 장애인 권리의 관계를 국제적 관점에서 논의하기 위해서다. 토론에서는 캐나다, 한국,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유럽 등 각 지역에서 활동하는 장애인 인권 활동가와 전문가들이 참여해 지역별 경험과 과제를 공유했다.

존엄하게 죽을 권리보다 먼저 존엄하게 살 권리 보장돼야

스티븐 라피에르(Steven Lapierre) 라플릭 총괄매니저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캐나다의 ‘의료조력사망제도(Medical Assistance in Dying, MAID)’를 소개하며 우려를 전달했다.

조력사망은 캐나다를 비롯한 미국 다수의 주와 스위스, 네덜란드 등에서 시행되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임종 과정의 당사자를 위한 ‘연명의료결정’은 인정하고 있지만, 조력사망 자체는 전면 금지하고 있다.

라피에르 매니저는 “캐나다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조력사망 비율을 보이고 있다. 2024년에는 전체 사망자의 5.1%가 MAID를 선택했고, 심지어 퀘벡주는 7%에 달한다”고 설명한 뒤, “문제는 존엄한 죽음에 대한 선택권이 아니라, 장애인이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충분한 지원이 보장되는지 여부”라며 “적절한 돌봄과 주거, 정신건강 서비스가 부족한 상황에서 조력사망이 사실상 사회적 지원의 대안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자율성은 죽음을 선택할 권리만이 아니라 살아갈 권리가 보장될 때 비로소 실현된다”고 말했다.

한국의 지하철과 거리, 광장에서의 투쟁은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

이형숙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지난 25년간 이어져 온 한국 장애인운동의 역사를 소개하며 이동권·교육권·노동권을 위한 거리와 철도, 광장에서의 투쟁은 “존엄한 시민으로 인정받기 위한 민주주의의 실천”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2024년 12월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회 앞에서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행동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장애인의 권리 투쟁은 곧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투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장애인은 여전히 이동과 노동 등 기본적인 권리에서 배제되고 있으며, 권리 중심 공공일자리조차 정책 변화에 따라 흔들리고 있다”며 “민주주의는 장애인이 동등한 시민으로 참여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말했다.

후견제도·시설 수용·차별적 관행이 장애인 권리 위협

라틴아메리카를 대표한 실베스트로 바라간(Silvestro Barragán)은 콜롬비아 사례를 소개하며 “CRPD 제12조는 장애인의 법적 능력과 자기결정권을 인정하는 중요한 전환점이었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장애인의 삶을 타인이 대신 결정하는 구조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제도와 관행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은 온전히 보장될 수 없다”고 말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대학교 인권센터의 사비아 마지드(Sabeeha Majid) 연구원은 ▲탄자니아 알비노 장애인에 대한 납치·살해 사건, ▲가나의 기도캠프 문제, ▲2016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라이프 에시디메니(Life Esidimeni)’ 참사 등을 소개하며 교육·보건·사법체계 전반에서 장애인 차별과 배제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드 연구원은 “탄자니아에서는 알비노의 신체 부위가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유해한 미신으로 인해 범죄가 발생하고 있으며, 라이프 에시디메니 사건은 정신질환자들을 준비되지 않은 시설로 강제 이송하는 과정에서 144명이 사망한 대표적인 인권 침해 사례”라고 설명했다.

유럽도 여전히 시설 수용 문제 안고 있어

유럽 사례를 발표한 스티브 알렌(Steve Allen) 발리더티재단 이사는 “유럽연합(EU)은 CRPD에 가입한 유일한 지역 통합기구로 지난 20년간 장애인 권리 증진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현재도 약 140만 명의 장애인이 장기 거주시설에서 생활하고 있고, 일부 EU 재정이 이러한 시설 운영에 사용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며 “최근에는 EU 차원의 예산과 정책에서 CRPD 준수 의무를 약화하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애인의 정치 참여 확대와 시민사회 활동 공간 보장, 탈시설 정책 강화를 촉구했다.

장애인을 배제하는 민주주의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이날 토론을 마무리하며 마커스 셰퍼(Markus Schefer) 유엔 장애인권리위원이자 스위스 바젤대학교 헌법학 교수는 장애인의 정치적 권리와 민주주의의 관계를 강조했다.

셰퍼 위원은 “민주주의는 모든 사람이 공적 의사결정에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다는 전제 위에 성립한다”며 “장애인을 정치적 과정에서 배제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본 원칙과 인간 존엄성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애를 이유로 투표권이나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모든 법과 제도는 폐지돼야 하며, 당사국은 접근 가능한 선거 환경과 합리적 편의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CRPD의 실질적 이행을 위해서는 장애인이 의회와 정부, 행정기관 등 주요 의사결정 구조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며 “장애인의 정치 참여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보장해야 할 권리이자 민주주의의 필수 조건”이라고 밝혔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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