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P 결산]② 유엔서 의제 주도하며 존재감 키운 한국 장애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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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9일(뉴욕 현지 기준) 제19차 유엔장애인권리협약 당사국회의 개회식에서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개발협력연대 장애분과
▲6월 9일(뉴욕 현지 기준) 제19차 유엔장애인권리협약 당사국회의 개회식에서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개발협력연대 장애분과
  • AI·탈시설·민주주의 의제 국제사회와 공유글로벌 리더십 확장
  • 청년 활동가 약진·단체 간 협업으로 국제연대 강화다음 20년 준비

[더인디고] 제19차 당사국회의(COSP19)에서 한국 장애계는 단순한 국제회의 참석자를 넘어 국제 의제를 제안하고 토론을 이끌며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주체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나흘간 유엔 본부를 중심으로 공식 사이드이벤트 개최와 시민사회포럼(CSF), 본회의 발표, 해외 기관 및 단체와의 교류를 이어가며 AI와 디지털 전환, 민주주의와 대표성, 탈시설과 자립생활, 교차적 차별,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등 다양한 의제를 국제사회와 공유했다.

특히 이번 활동은 개별 단체의 성과를 넘어 준비 단계부터 공동 의제를 조율하고 현장에서 역할을 분담하는 등 한국 장애계의 협업 역량을 보여줬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더했다.

▲개발협력연대 SDG10 장애분과 회원단체 관계자 등이 7일 오전 출국을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코이카 개발협력연대 SDG10 장애분과 회원단체 관계자 등이 7일 오전 출국을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I부터 민주주의까지한국 경험을 국제 의제로 확장

한국 장애계는 각 단체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부대행사와 시민사회포럼, 본회의 발표를 통해 한국의 정책 경험과 현장 과제를 국제사회에 공유하며 새로운 담론 형성에 기여했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RI Korea)는 ‘장애 포괄적 디지털 발전’을 주제로 AI와 디지털 전환 시대 데이터 정의(data justice), 설계 단계부터의 장애인 참여, 정부·기업·시민사회가 함께하는 거버넌스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시민사회포럼에서는 AI 거버넌스 참여와 함께 정치적 대표성 확대, 장애 청소년의 공적 의사결정 참여 기반 마련을 제안했다.

한국장애포럼(KDF)은 ‘장애와 민주주의’를 주제로 한 사이드이벤트에서 장애인의 실질적 사회참여를 가로막는 제도와 관행을 분석하며 대표성과 의사결정 참여가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임을 강조했다. 시민사회포럼에서는 아시아·태평양 탈시설연대(AP-DI)의 활동을 소개하며 국제연대의 중요성을 알렸다.

한국장애인연맹(한국DPI)은 여성장애인과 심리사회적 장애인 등 교차적 차별을 경험하는 집단의 현실과 당사자 주도 모니터링의 중요성을 소개하며 권리 기반 접근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이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AI 채용과 복지 시스템, AI CCTV 사례 등을 통해 알고리즘 차별과 데이터 배제 문제를 국제 의제로 제기하며 장애포용적 AI 기준 마련을 촉구했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정책과 서울시 공공일자리 축소 문제를 국제사회에 소개하며 장애인의 노동권과 생존권 문제를 환기했고,

또한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자립생활센터의 권익옹호 기능과 지역사회 기반 지원체계의 중요성을,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역시 돌봄에서의 차별 이슈를 제기한 뒤, 한국 자립생활 운동의 성과와 장애인 당사자의 지속적인 권익옹호 활동이 정책 변화를 이끌어낸 경험을 공유했다.

발표를 넘어 협력으로국제회의를 민간외교의 무대로

한국 장애계는 공식 프로그램을 넘어 다양한 국제 교류를 통해 협력 기반도 넓혔다.

RI Korea는 세계재활협회(RI)와 만나 교육과 건강 형평성, 장애아동과 청년 참여, 디지털 전환 전략 등을 논의했으며, 태국 장애인지원청과는 글로벌장애청소년IT챌린지(GITC) 협력 방안을 구체화했다. 또한 국제개발협력 파트너들과 정책 및 사업 협력 가능성을 모색했다.

▲손타야 분야푸싯(Sonthaya Bunyaphoosit) 태국장애인지원청장(사진 왼쪽에서 네 번째)과 2027년 글로벌장애청소년IT챌린지 개최지를 태국 방콕으로 확한 후 양국 국기를 중심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장애인재활협회
▲손타야 분야푸싯(Sonthaya Bunyaphoosit) 태국장애인지원청장(사진 왼쪽에서 네 번째)과 2027년 글로벌장애청소년IT챌린지 개최지를 태국 방콕으로 확한 후 양국 국기를 중심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장애인재활협회

한국DPI는 북미 장애인권 기관들과 국제 간담회를 열어 권리 기반 정책과 당사자 주도 모니터링 경험을 공유하고 지속 가능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뉴욕에서 한국장애인인권영화제를 개최해 한국 장애인권 운동의 역사와 직접행동의 의미를 세계 시민들과 공유했으며, 국제 직접행동 연대체인 ‘SADD International’ 출범을 알리며 글로벌 연대 확대에도 나섰다.

이처럼 짧은 회의 기간 동안 이어진 다양한 교류는 정책 협력과 공동사업 기반을 다지는 동시에 한국 장애인권 운동의 경험을 국제사회에 확산시키는 민간외교의 역할도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음 20년은 청년의 시간국제무대에 선 새로운 세대

이번 COSP19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 가운데 하나는 청년 장애인과 청년 활동가들의 적극적인 참여였다.

과거 국제회의가 대표자와 전문가 중심이었다면, 이번에는 CRPD가 채택되고 이행되는 과정에서 성장한 청년 세대가 직접 자신의 경험과 의견을 국제사회에 전달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시민사회포럼에서는 프랑스를 비롯한 여러 국가의 장애청년 네트워크가 정치 참여와 대표성, 사회 변화를 주제로 활발히 발언했고, 한국의 청년 활동가들 역시 운영 지원을 넘어 세션 참여와 국제 교류, 정책 논의의 주체로 활동했다.

프랑스 장애청년단체 ‘100% Handinamic’ 관계자는 “청년을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하지 말고 정책 공동설계의 주체로 참여시켜야 한다”며 CRPD 이후 다음 20년을 이끌 세대로서 청년의 역할을 강조해 큰 공감을 얻었다.

이리나 한국장애인재활협회 대외전략국장은 “한국의 청년 활동가들도 단순한 실무 지원을 넘어 현장에서 경험을 축적하고 자신의 의견을 국제사회에 적극 개진했다”며 “CRPD와 함께 성장한 세대가 국제무대에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은 한국 장애계의 중요한 성과이자 앞으로 20년을 이끌 새로운 리더십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협업이 만든 성과국제 의제 설계자로 성장한 한국 장애계

또 다른 성과는 발표 횟수나 행사 규모가 아니라 한국 장애계가 국제회의의 참석자를 넘어 국제 의제를 함께 만들어가는 파트너로 성장했다는 점이다.

준비 단계부터 여러 단체와 활동가들이 공동 의제를 조율하고 역할을 분담했으며, 현장에서도 발표와 토론, 기관 방문과 국제 교류를 유기적으로 연결했다. 각 단체의 전문성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며 한국 장애인권 운동의 경험과 정책을 국제사회에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집단적 역량으로 발휘됐다.

최한별 한국장애포럼 사무국장은 “유엔 CRPD 20주년의 현장에서 한국 장애계의 성과와 과제를 국제사회와 직접 공유할 수 있었다”며 “국내 장애인권 운동의 경험이 국제적 관심을 받은 것은 오랜 당사자 운동의 결실”이라고 말했다.

이번 COSP19는 한국 장애계가 국제회의의 참석자에서 의제 제안자이자 국제 연대의 파트너로 성장했음을 확인한 무대였다. 동시에 청년 활동가들이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주고, 단체 간 협업이 국제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입증한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 다음 편에서는 COSP19를 통해 확인된 국제사회의 새로운 흐름과 한국 장애계가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 그리고 향후 20년의 이행 전략을 집중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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