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필의 모두까기] 장애인 정치세력화는 무엇을 목표로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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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장애인 대표성은 숫자가 아니라 다양한 삶의 경험이 정치에 반영될 때 완성된다./이미지=챗지피티
▲진정한 장애인 대표성은 숫자가 아니라 다양한 삶의 경험이 정치에 반영될 때 완성된다./이미지=챗지피티
  • 숫자와 대표성 사이에서

[더인디고 = 무필 집필위원] 지방선거가 끝났다. 선거가 끝날 때마다 반복되는 주제 중 하나가 있다. 바로 장애인 정치참여 확대다. 장애인 후보는 얼마나 출마했는가. 몇 명이 당선되었는가. 정당은 장애인 공천을 얼마나 했는가. 장애인 정치세력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모두 중요한 질문이다. 그러나 장애인 정치참여 확대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종종 숫자에 머문다. 몇 명이 출마했고 몇 명이 당선되었는지에 집중한다.

그렇다면 장애인 정치참여 확대의 목표는 무엇일까. 장애인 의원 숫자를 늘리는 것일까. 아니면 장애인의 경험과 권리가 정치 속에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일까.

■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대표가 되는가

장애인 정치참여 확대를 위해 다양한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정당은 장애인 후보에게 가산점을 부여하기도 하고, 심사비나 경선 비용을 감면하기도 한다. 선거제도 역시 장애인 후보 추천을 장려하기 위한 장치를 두고 있다. 이는 장애인의 정치참여를 확대하고 정치적 대표성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장애인 정치참여 확대와 장애인 대표성 확보는 같은 의미일까.
장애인 등록을 했다고 해서 모두 장애인 정책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장애를 가진 사람도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장애인단체 활동 경험이 없는 사람도 있고, 장애인 정책을 깊이 고민해 본 적이 없는 사람도 있다.

반대로 장애인이 아니더라도 오랫동안 장애인 인권운동과 정책 활동에 참여하며 장애계의 요구를 이해하고 함께해 온 사람들도 있다.

장애인이라는 사실만으로 장애인을 대표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또는 장애인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장애인의 권익을 대변할 수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 장애인은 하나의 집단인가

장애인 정치참여 논의에서 장애인은 종종 하나의 집단으로 다뤄진다. 그러나 장애인의 삶과 경험은 결코 하나가 아니다. 시각장애인의 경험과 청각장애인의 경험은 다르다. 발달장애인의 삶과 지체장애인의 삶도 다르다. 정신장애인이 겪는 차별과 뇌병변장애인이 마주하는 장벽 역시 다르다.

물론 장애인이라는 공통된 정체성은 존재한다. 그러나 실제 삶의 경험과 정책적 요구는 장애유형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동권, 정보접근권, 의사소통 지원, 자기결정권, 활동지원, 교육, 고용 등 장애계가 다루는 수많은 의제들은 모든 장애인에게 동일한 의미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특정 장애유형의 정치인이 다른 장애유형의 삶과 경험을 대표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반대로 모든 장애유형이 정치에 참여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특정 장애유형의 정치인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장애인 대표성이 확보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장애인이라는 이름 아래 묶여 있지만, 장애인의 삶과 경험은 결코 하나가 아니다.

■ 숫자를 넘어 대표성을 이야기할 때

그동안 장애계는 장애인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해 노력해 왔다. 장애인 후보와 당선자는 과거보다 늘어났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장애인의 삶과 권리를 얼마나 변화시켰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평가와 논의가 필요하다.

장애인의 정치참여는 중요하다. 정치 과정에서 장애인의 경험과 목소리가 반영되어야 한다는 사실에도 이견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장애인 정치세력화의 성과를 장애인 정치인의 숫자로만 평가할 수는 없다. 또한 장애인이 정치에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 장애인 대표성이 확보되었다고 말할 수도 없다.

대표성은 단순한 신분이나 자격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누구의 경험을 이해하고 있는지, 누구의 목소리를 정치 속에 반영하고 있는지, 누구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는지를 통해 평가되어야 한다.

장애인 정치세력화가 지향해야 할 것은 장애인 정치인의 숫자를 늘리는 일이 아니다. 다양한 장애인의 경험과 권리가 정치 속에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장애인 정치참여는 필요조건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하지는 않다. 장애인 정치세력화는 숫자의 확대를 넘어 대표성의 확대로 나아가야 한다.

[더인디고 THE INDIGO]

mercy_jc@hanmail.net'
공자의 자절사 중 무필은 반드시 그래야 한다는 결론을 미리 정하지 않는 태도라고 했습니다. 필명 무필은 어느 편에도 서지 않고 드러난 문제를 그대로 비판하겠다는 다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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