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입증할 마지막 증거 인정해야”… 대법원에 ‘제3자 녹음’ 예외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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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제1회 장애인학대예방의날, ‘제3자 녹음금지 예외적용을 통한 학대피해 장애인 권리보장 대책위원회’가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사진=장추련
▲22일 제1회 장애인학대예방의날, ‘제3자 녹음금지 예외적용을 통한 학대피해 장애인 권리보장 대책위원회’가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사진=장추련
  • 무분별한 녹음 허용 아닌 제한적 예외 필요한목소리
  • 1회 장애인학대예방의 날 집회예방의 출발은 대법원 판단부터
  • 용인 장애아동 사건 계기 법리 재검토 촉구탄원서 제출·2차 집회 예고

[더인디고] 제1회 장애인학대예방의 날인 22일, 대법원 앞에서는 “스스로 말할 수 없는 피해자의 마지막 증거마저 빼앗아서는 안 된다”며 학대 피해 입증을 위한 ‘제3자 녹음 예외 인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한국피플퍼스트 등 10개 단체로 구성된 ‘제3자 녹음금지 예외적용을 통한 학대피해 장애인 권리보장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이날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기방어와 의사표현이 어려운 장애인·장애아동·치매노인 등의 학대 사건에서는 보호 목적의 제3자 녹음에 대해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특히 “장애인학대예방의 날의 의미는 선언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현재 관련 사건을 심리 중인 대법원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법리를 확립하는 것이 예방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대법원 심리 중인 장애아동 사건사회적 약자 보호 기준 될 것

이번 기자회견은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 중인 용인의 한 장애아동 학대 사건과 맞물려 열렸다. 자폐성 장애가 있는 초등학생의 부모가 자녀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특수교사와의 대화를 녹음한 사건으로, 1심은 해당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정서적 학대를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통신비밀보호법상 제3자 녹음에 해당한다며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고, 결국 무죄를 선고했다. 현재 사건은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앞두고 있다.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은 “자기방어가 어려운 이들에게는 제3자의 도움을 통해 기록할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며 “발달장애인과 중증장애인, 아동, 노인처럼 스스로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운 사람들의 권리는 결국 누군가 대신 찾아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증거를 확보할 능력이 없는 피해자에게 녹음마저 허용하지 않는다면 학대는 드러나지 못한 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며 “말하지 못하는 피해자의 권리를 지키는 것이야말로 사법 정의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통신비밀보호법과 아동학대처벌법, 노인복지법,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도 기자회견에 참석해 “장애아동 등은 자신이 학대받고 있음을 인지하거나 스스로 방어하기 어려워 피해를 증명할 최소한의 수단조차 잃을 수 있다”며 “획일적으로 통신비밀보호법을 적용하기보다 학대 입증을 위한 목적의 제3자 녹음은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어 “관련 개정안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18명의 의원이 함께한 만큼 사회적 공감대는 충분하다”며 “사법부도 학대 피해자의 안전과 권리, 실질적인 방어권 보장을 충분히 고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무분별한 허용 아닌 제한적 예외탄원서 제출·2차 집회 예고

법률가들도 대책위의 주장에 힘을 보탰다. 차성안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영국·독일·일본 등의 사례를 언급하며 “비밀 녹음이라는 이유만으로 장애인이나 치매노인 같은 사회적 약자를 위해 확보한 증거를 일률적으로 배제하는 입법이나 판례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상임대표는 “장애인학대예방의 날까지 만들어야 하는 현실 자체가 참담하다”며 “학대를 당해도 언제, 어디서, 어떻게 피해를 입었는지 설명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 CCTV는 화면은 남겨도 음성을 담지 못하는 만큼, 최소한의 증거 확보 수단은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무분별한 제3자 녹음 허용이 아니라, 자기방어와 의사표현이 어려운 사회적 약자가 학대 피해를 입증하기 위한 제한적 예외를 인정하자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누군가를 적대시하거나 감시하려는 것이 아니라, 보호자나 제3자의 녹음이 없었다면 수많은 학대 사건은 세상에 드러나지 못했을 것”이라며 “말할 수 없는 피해자의 신호가 증거능력의 문턱 앞에서 사라져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한편 교육계와 일부 교원단체는 교실 내 상시 녹음이 교사의 사생활과 교육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대책위는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대법원 선고 전까지 대응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대책위는 현재 시민 등을 대상으로 탄원서를 받고 있으며, 이를 대법원에 제출하는 과정에서 2차 집회 등 후속 행동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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