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무부 “ADA·재활법에 지역사회 서비스 제공 의무 없어”
- 장애계 “시설 중심 회귀 우려… 탈시설·자립생활 권리 후퇴”
[더인디고] 트럼프 행정부가 장애인의 지역사회 기반 서비스(Community-Based Services) 제공 의무를 부정하는 법률 해석을 내놓자, 미국 장애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장애계는 이번 조치가 주(州) 정부의 자립생활과 탈시설 정책 책임을 후퇴시키고, 오랜 기간 축적된 권리 보장의 성과를 흔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CBS뉴스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 산하 법률고문실은 지난 6월 18일 “주 정부가 장애인에게 지역사회 기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법적 의무는 미국 장애인법(ADA)이나 재활법 제504조에 명시돼 있지 않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발표했다.
재활법 504조(Section 504 of the Rehabilitation Act)는 연방 재정 지원을 받는 모든 프로그램과 활동에서 장애인이 단지 장애를 이유로 배제되거나 차별받지 않도록 보장하고 있다.
이번 의견서는 백악관 법률고문의 질의에 대한 답변으로 작성됐으며, 현재 미국 연방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채택됐다. 다만 기존 법률 자체를 변경하는 것은 아니지만, 향후 연방정부의 법 집행과 정책 방향에는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 장애인 인권의 이정표 ‘옴스테드 판결’과 충돌”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해석이 1999년 미국 연방대법원의 옴스테드 판결(Olmstead v. L.C.)과 배치된다는 점이다.
당시 대법원은 ‘적절한 조건이 충족되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해당 판결은 이후 미국 각 주에서 대규모 시설 중심 정책을 축소하고,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지역사회 정착을 확대하는 전환점이 됐다.
그러나 법무부는 이번 의견서에서 옴스테드 판결의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 해석이 됐다고 주장했다. 연방정부가 지난 20여 년간 해당 판결과 ‘통합 명령(integration mandate)’을 근거로 각 주에 탈시설 정책을 적극 추진하도록 압박해 왔으며, 이는 원래 판결 취지를 넘어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장애인 권익 옹호 단체들은 이번 해석이 장애인의 기본권을 약화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앨리슨 바코프(Alison Barkoff) 조지워싱턴대학 교수는 “이번 의견서는 장애인이 자신의 집과 지역사회에서 필요한 지원을 받으며 살아갈 권리라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 중 하나를 약화시키려는 시도”라고 전제한 뒤, “이번 입장변화는 연방정부가 그동안 옴스테드 판결을 근거로 추진해 온 탈시설 관련 합의와 조사,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주 정부들이 장애인을 다시 시설 중심으로 수용하는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연방정부의 제재를 크게 우려하지 않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장애인협회(American Association of People with Disabilities) 역시 성명을 통해 “잘못된 법 해석이 장애인을 사회로부터 격리하고 삶의 자율성을 박탈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며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옴스테드 판례는 여전히 유효”… “트럼프 행정부, 장애인 인권 위축 우려”
전문가들은 이번 의견서가 곧바로 법률 자체를 변경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전 미국 법무부 시민권국 부차관보를 지낸 제니퍼 매티스(Jennifer Mathis)는 “법을 바꾸는 것은 행정부가 아닌 의회의 권한”이라며 “각 주가 이번 의견서를 마치 법률 변경으로 받아들여 시설 수용을 확대한다면, 소송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장애계는 이번 논란이 단순한 법률 해석보다는 트럼프 행정부가 탈시설·자립생활 등 장애인 인권을 둘러싼 중대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연방정부가 이번 메시지를 공식화한 것 자체가 장애인 권리를 위축시키는 신호라는 것이다.
특히, 이달 초 법무부 법률고문실이 ‘차별적 영향(disparate impact)’ 법리가 위헌이라는 취지의 의견서도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점이다.
‘차별적 영향’은 겉보기에는 중립적인 정책이라도 특정 인종, 성별, 장애인 등 보호 대상 집단에 불균형적으로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경우 차별로 인정할 수 있다는 법리로, 국내의 ‘간접차별’ 개념과 유사하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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