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인디고 = 안승준 집필위원] 같은 학교 선생님들과 합창 동아리를 하고 있다. 음악 선생님들께서 곡을 정하고 파트를 나눈 후 발성을 지도해 주시면 대부분의 교사는 그저 즐거운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는 구조이다. 교회 성가대 출신이나 나름 어디서 노래 좀 해 봤다는 선생님들도 계시지만 전문적인 성악 발성이나 세밀한 악상 기호의 표현까지 정확히 구현하기엔 우리가 가진 실력으로는 버겁기에 일주일에 한 번씩 모여서 행복하게 노래 부르는 것에 목표를 둔다.
그렇다고 또 아무렇게나 막 부르다가 그럭저럭 시간만 때우는 것은 아니어서, 몇 번의 연습과 다듬기 과정을 거친 우리의 합창은 제법 들어줄 만하다. 혼자 내는 소리와 달리 스무 명 남짓의 화음은 함께하고 있으면서도 스스로 감동받는 아름다운 선율을 만든다.
테너이면서 소프라노 음을 쫓다가 베이스 음으로 내려갔다가 하기도 하지만 옆자리 선생님의 목소리를 듣고 제자리를 찾는다. 누군가는 취미로 하던 악기를 반주에 보태고 거기에 또 하나둘의 악기가 추가되는데, 그때에도 조금 자신 있는 선생님과 그렇지 않은 선생님을 배려해서 우리만의 편곡 악보가 만들어진다. 교직 생활 중에 배우고 연구하는 동아리도 해 봤고 친목을 도모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는 모임도 해 보았지만, 여럿이 한 소리를 만들어 내는 합창이 가진 매력은 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번 달엔 ‘Oh! Happy Day’가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영화 주제곡으로도 쓰이고 많이 들어봤던 곡이라 이전보다는 조금 덜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특별히 이번 곡에서는 남성 솔로 부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덧붙이셨는데, 나와는 관계없는 일일 것 같아서 그러려니 하고 흘려들었다.
맛보기로 노래를 소개해 주시고 솔로 부분을 할 자원자를 물었는데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그동안의 분위기와는 다른 무거운 침묵을 깨어 보려 “저는 불출마 하겠습니다.”라고 큰 소리로 농담을 던졌다. 그 순간! 지휘자 선생님은 “그럼 안승준 선생님이 한번 해 보시는 걸로 하겠습니다.”라고 하셨고 다른 선생님들은 일제히 박수로 이 사태를 확정 지어 버렸다.
배려심 많고 얌전한 선생님 중 굳이 솔로에 욕심내실 분이 없는 건 알았지만, 장난스러운 말 한마디로 나를 솔로로 만들어 버릴 만큼 그 역할을 부담스러워하고 계신 줄은 몰랐다. 순간적으로 당황하긴 했지만, 누군가 해야 한다면 내가 한번 해 보자는 마음으로 저항 없이 수락했다. 내심 ‘내가 그래도 보컬 출신인데 연습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싶기도 했다.
음원 사이트에서 ‘Oh! Happy Day’ 음원을 있는 대로 찾아서 들어보기 시작했다. 한데 어울려서 잔잔하게 부르는 코러스 부분과 달리 솔로 부분은 하나같이 현란했다. 영어로 부르는 애드리브는 도저히 가사가 뭔지 알아듣기가 힘들었고, 마음대로 당겼다 풀었다 부르는 노래는 그 박자를 따라가기도 벅찼다. 두 곡을 듣든지 세 곡을 듣든지 듣는 만큼 스타일도 다 달라서 어떤 버전으로 연습해야 하는지도 막막했다.
주변 선생님들께 앓는 소리도 하고 도움도 받아 가면서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자해서 연습했다. 한 곡의 노래를 이렇게 열심히 부르고 연구한 것은 밴드 공연으로 무대에 선 이후로는 처음이었다.
듣기엔 쉬워 보이는 부분마저도 소리 내 불러보면 뭔가 어색했다. 듣고 또 듣고 부르고 또 불러보는 방법 말고는 다른 수가 없었기에 틈나는 대로 듣고 불렀다. 일주일이 흐르고 동아리의 시간이 돌아왔을 때 떨리긴 했지만, 살짝 자신감이 들기도 했던 것은 나의 연습량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Oh~~~~~~! Happy Day!”
아랫배로부터 끌어올린 최대한 묵직하고 걸쭉한 소리로 시작했다. ‘조금 박자가 빨랐나?’ 싶었지만 이 정도는 애드리브의 영역으로 여겨주실 거라는 맘으로 ‘When Jesus washed…’ 하며 목소리를 키워 갔다. 박수로 박자를 맞춰 주시던 지휘자 선생님의 반응이 조금 달라지는 것을 느꼈지만, 솔로가 멈추면 곡 전체가 멈춘다는 사명감으로 밀어붙였다. ‘When he taught me how to live rejoicing every day’ 한껏 달아오른 감정선을 조금 더 자신 있게 내뿜었다.
‘됐어! 잘했어!’라고 생각할 때쯤 지휘자 선생님이 내 옆으로 오셨다. ‘칭찬 좀 해 주시려나?’ 라고 생각했는데 선생님의 입에서 나온 말씀은 “목소리는 참 좋아요. 더 열심히 연습하시면 되겠어요. 다음 주에 저랑 몇 번 만나요.”였다. 예의를 잔뜩 실어 말씀하셨지만 다 틀렸다는 말을 돌려서 하고 계시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었다. 다른 선생님들도 좋은 말을 보태셨지만, 위로와 격려라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몇 번 더 연습이 진행되었지만, 자신감이 뚝 떨어진 나의 노래는 내가 들어도 엉망진창이었다. 테너 파트에서 여러 선생님의 목소리에 기대어 노래할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조금만 틀려도 살짝만 더듬어도 용납이 되지 않았다. 조금 더 솔직히 말하면 그동안도 많이 틀리고 있었는데 다른 목소리에 덮여서 티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전문가가 아닌 우리의 하모니는 곁에서 채워 주고 끌어 주고 덮어 주면서 만들어지는 배려와 나눔의 소리였다. 혼자 잘하는 듯 잘난 듯 소리 낼 때도 있었지만 실제로 솔로를 해 보니 난 그런 존재가 아니었다.
난 대부분의 시간을 공동체에 속한 상태로 지낸다. 혼자 제자들을 가르치고 각자의 사무 업무를 스스로 행하는 것 같지만 그 모든 과정에서 다른 이들의 도움과 배려를 받는다. 실수가 묻어나는 문서는 어떤 선생님들에 의해 교정되고, 때로는 학생들도 나의 실수를 웃음으로 넘겨준다.
가정에서나 오가는 길에서도 나의 시간은 테너 파트의 비전문가 연주자처럼 실수투성이이지만 그 오점들은 잘 가려진다. 내가 삶 속에서 장애조차 없는 것처럼 여기며 살아가는 것은 나를 채워 주고 덮어 주고 배려해 주는 이들이 항상 함께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솔로 데뷔가 그러했듯 우리는 생각보다 완벽하지 않다. 오늘의 내가 편안하다면 나의 삶 속에서 함께하고 있는 합창단원들에게 감사해야 한다.
[더인디고 THE INDG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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